[Review] 가족이 뭐길래 – 영화 ‘검은 소년’

소통을 위한 몸부림
글 입력 2024.0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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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붕괴했다’. 이야기가 있는 예술 작품에서, 이것은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고 널리 사용되는 소재이다. 가족의 분열과 그것을 대하는 인물들 각각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다양성만큼이나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이야기의 전개. 이 소재가 널리 사용되어 온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만큼 흔하고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정원 감독의 첫 장편영화 <검은 소년>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2024년 첫 영화다. KAFA는 영화 제작과 관련된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영화 학교다. <파수꾼>, <죄 많은 소녀>와 같이 미성숙한 학생들과 그들 사이의 예민하고 치열한 소통 과정을 그린 작품을 꾸준히 배출하며, 어른들이 쉬이 외면하거나 잊어버리는 청소년기의 감정에 집중하는 드문 곳이기도 하다.

 

영화는 팬데믹 등의 이유로 제작을 시작하고 2~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외롭고 고독한 분위기가 영화의 전반적인 무드를 좌우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영화 <리바운드>, 시리즈 <경성크리처>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 온 안지호 배우의 (불과 몇 년 전임에도) 풋풋한 미성년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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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오류 – 발신자: 훈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엄마 ‘소연’에게 전화를 거는 훈이 있다. 시작과 끝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훈은 계속해서 발신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수신하는 일은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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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행위의 구성요소를 분석한 유명한 이론 중에 슈람의 상호작용 모델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행위에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다. 최소 둘 이상이서 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둘 사이에 전해지는 것이 메시지이다. 메시지는 언어가 될 수도, 감정이 될 수도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이 모델에서 붙인 ‘발신자, 수신자’라는 이름만 보면 소통이 일방적인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숨어있다. 바로 ‘피드백’이다. 피드백이 있어야 커뮤니케이션이 보완될 수 있고, 이 모델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훈이 시도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는 수신자의 피드백이 없다. 따라서 이 소년의 커뮤니케이션은 불완전하다. 그는 항상 익명(공중전화)을 빌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발신자가 명확하지 않은 소통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수신자뿐만 아니라 발신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메시지의 출발점부터 내면의 불안,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면, 수신자에게 메시지가 무사히 도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훈은 자신을 숨기며 엄마와의 소통을 끝없이 시도한다. 그리고 그 무수한 시도는 딱 한 번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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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오류 - 수신자: 훈


 

그러나 엄마와 연락이 닿고 물리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전부터 곪아 왔던 가족의 갈등이 이 이후로 더 심해졌기 때문. 특히 훈의 아빠 ‘무진’이 자신을 빼놓고 나머지 가족구성원끼리 함께하는 시간을 지극히 싫어한다.

 

그것은 실은 무진이 외로움에 가장 약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는 외로움과 그로 인해 생기는 불화와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채 학습하지 못했고, 그 상태로 오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는 무진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훈과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훈이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진 역시 훈에게 계속해서 ‘아빠와 얘기하자’며 소통을 시도한다. 사실 직접적으로 대화를 요구하는 이러한 태도는 소연을 향한 훈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보다도 훨씬 더 직접적인데, 그럼에도 이 소통은 항상 실패한다.

 

그것은 무진의 방식이야말로 일방적이기만 한 커뮤니케이션이고, 결국 그가 이 소통을 통해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에 실제 훈과 소연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IMF 시기이기 때문에 무너진 가정을 되돌리려 하지만, 많은 사정으로 그런 욕구가 좌절된 당시의 수많은 아버지상을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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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곳: 시대의 재현


 

시대적 배경이 삭막하기는 해도, 의외로 낭만적인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연희와의 만남이 있는 모든 장면이 그렇고, 병태와 외롭지만 오붓하게 옥상에서 보내는 시간, 병태의 집에서 발견한 화목한 가정의 모습… 그리고 이 장면들은 훈이 또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시도하는 몇 안 되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 시도는 영화의 말미에 이를수록 (훈이 원하지 않았던 이유들로 인해) 실패하게 된다.

 

낭만적인 장면, 가벼운 장난과 유머, 그리고 심각하고 차가운 가정과 아버지의 물리적 폭력, 어머니가 남긴 정신적 상처(결국 훈을 떠난다)가 강하게 대비된다. 다만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고 갈등 관계의 깊이, 캐릭터 행동의 동기가 아주 깊게 설명되지는 않아서, 이 대비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의 첫 장편이지만 보편적인 소재, 어렵지 않은 감정선 표현 덕분에 스토리를 따라가기에 무난한 작품이다. 2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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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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