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닥이 없는 지독한 현실 - 검은 소년 [영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글 입력 2024.02.0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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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청소년기에는 정서적인 변화와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겪는다. 우리는 흔히 이와 같은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른다. 개인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기에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와 같은 성장통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아 정체성을 확립한다. 즉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기 개발과 자아 식별의 과정을 거친다. 한 층 더 성장하는 시기이다. 살짝 아프기는 하지만.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여러 변화가 생긴다.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겪으며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며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적응의 시기를 보낸다. 가족과의 관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긴다. 부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주체로 나아가기 위한 반항 아닌 반항도 나온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적당한 혼란의 시기’여야 한다는 점이다. 성장통도 적당히 아파야 한다. 너무 혼란스럽고 아파 결국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파멸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영화가 바로 <검은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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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소년>은 1997년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고등학교 2학년인 ‘훈’이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 속에서 겪는 성장통을 담은 영화이다. 성장통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장을 위한 통증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장을 억제할 정도의 통증이기 때문이다. 방황이긴 하지만 원치 않은 방황, 고민이 넘쳐나지만 희망이 보이는 고민이 아닌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고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바닥이 없는 지독한 현실

 

'바닥이 없는 지독한 현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음 편히 기댈 곳이 없는 외로운 훈이를 괴롭히는 지독한 상황들. 그리고 이제 드디어 행복해지나 싶었지만 역시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결국 다시 지독한 현실에 얽매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과연 훈이가 겪는 일련의 과정들을 흔히 청소년들이 방황하면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까?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지독한 혼란스러움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배우 안지호의 연기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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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소년>은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들에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고등학생들의 정서적인 방황을 현실적이게 담고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영화 제목처럼 어둡게 진행된다. 이들의 정서적인 방황을 한 층 더 강렬하게 나타내는 어두운 배경이다. 주인공 훈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상황과 대사에 주목을 하면 보다 깊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훈이를 괴롭히는 현실의 주된 요인은 바로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간 어머니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원치 않는 선택을 지속적으로 강요당한다. 암울한 가정서와 더불어 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양아치 동급생이 자꾸만 시비를 걸고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던 병태는 어느새 훈이에게 거리를 둔다.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문학 동아리에서의 활동도 결국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뀐 훈이 때문에 녹록지 않게 된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훈, “왜 아무도 내가 뭘 원하는지 묻지 않아요?”라며 절규하는 훈이에게 펼쳐진 것은 밝은 미래가 아닌 칠흑 같은 터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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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지속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훈이는 반듯한 학생이자 부모를 끔찍이 생각하는 효자이다. 하지만 잔인할 정도로 냉혹한 현실과 끝없는 폭력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영화의 결말 부분을 두고도 많은 해석이 있을 거 같다. 결국 훈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결말에서 보이는 촬영방식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결말이 예상되지만 표면적으로는 열린 결말의 형태를 보인다. 괴물과도 같은 현실에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훈이에게 과연 어떠한 미래가 올지. 사뭇 걱정이 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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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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