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놓음과 다음 사이 [여행]

글 입력 2024.01.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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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이 결정되었다. 목적지는 캐나다, 명목은 워킹 홀리데이다.

 

작년 이맘때쯤, 어디선가 들었던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는 추첨제’라는 이야기가 불현듯이 떠올랐고, 안 되면 말지 싶은 마음으로 신청을 넣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추첨에서 뽑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마냥 신나 하기엔 가지고 있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 내가 보기에 나는 아직 제대로 이룬 것도 무엇 하나 없고, 확신도 없고, 자신도 없고, 후회하는 거 아닌가?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가, 나?…. 뭐가 그렇게 불안하냐 물으면 대답할 말이 차고 넘쳤다.

 

당시에 나는 취업 준비 중이었고, 그래서 사실 내게 워킹 홀리데이란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누군가 안부를 물어오면 대답할 얘깃거리 정도의. 딱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하룻밤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는 싫은 얄팍한 마음에 올해 3월이 출국 만료일이라는 것만 남은 채로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모든 서류 절차를 마쳐두었었다.

 

이후로는 거진 1년이 넘는, 정말로 길었던 고민의 시간이었다. 그사이에 취업도 했지만, 미뤄놓은 선택은 어쩐지 계속해서 무딘 칼날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이 시점까지 정말로 갈지 말지 결정을 못 내리고 질질 끌다가, 결국 저번 주에 캐나다행 비행기 표를 편도로 예매한 것이다.

 

나는 무엇을 놓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저 다음이 걱정된 것뿐일까? 이제는 스스로를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자신한 적도 분명히 있었으나, 나는 여전히 난해하여 결국 시간에 기대어 다시 원점을 찾아 헤맨다.

 

어쩌면 결심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충동과 타이밍이었을지도 모른다. 불확실성 앞에서 나는 내 마음의 크기를 유지할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떠나보려 한다.

 

겪어보지 않은 후회를 감당하기 위해, 무엇이 되었든 이야기를 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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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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