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잘하고 있으니 계속해 - 애스터로이드 시티 [영화]

컬러 미장센의 대가, 웨스 앤더슨의 '애스터로이드 시티'
글 입력 2023.12.29 22: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KakaoTalk_20230620_132051212_11.jpg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등, 눈을 즐겁게 하는 미장센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한 색감과 액자식 구성의 특징을 가진 작품이다.

 

특히 유쾌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색깔과 흑백 장면의 반복되는 구성으로 관객의 흥미를 더욱 자극하며 색감의 대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크기변환]29QZR2B4YG_6.png

 

 

 

'좋은 타이밍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


 

오기 스틴백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말하려고 했지만 타이밍이 계속 안 좋아요."라 말하는 오기에게 장인어른은 말한다. "좋은 타이밍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 때로는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장인과 사위는 친밀도에 상관없이 아내의 부재와 딸의 부재로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 그리고 장인과의 전화 끝에 오기는 다짐을 하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시간이 약이 아냐, 반창고는 될 수 있겠지'


 

아내가 죽은 슬픔을 자신에게도 드러내지 않은 채 지내던 오기 스틴백. 밋지 캠벨은 그런 오기에게 말한다.

 

"우리는 아픔을 드러내기 싫어서 꼭꼭 숨긴 채 살고 있어요"

 

때로는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있는 한편, 아무리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는 우연히, 또는 자연히 비슷한 사람에게 들킨다.

 

 

[크기변환]29QZR2B4YG_7.png

 

 

 

'바보같이 왜 죽어? 생각해 봐, 이 좋은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그 많은 걸 떠올려 보라고'


 

갑작스러운 죽음, 투병으로 예견된 죽음, 자신의 의지로 행한 죽음. 모든 죽음은 황망하다. 어떤 이의 죽음은 크고 작게 또 다른 삶에 영향을 미친다. 죽음이 삶에 영향을 주듯이 삶은 죽음에 영향을 줄 수 있나?

 

이미 건너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사람을 책망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다. 내뱉지 못한 말들은 결국 나의 속에서 삼켜지고 쌓여간다.

 

아내를 잃은 오기 스틴백이 밋지 캠밸의 연기를 도우며 위와 같은 대사를 내뱉은 순간이 그동안 삼켰던 그리움을 뱉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상관없어, 그냥 계속 연기해. 지금 잘하고 있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답인지 묻고 또 물으며 의문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창작자 웨스 앤더슨의 고민이 묻어 나오는 장면에서 그는 이야기 속의 배우와 관객에게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말한다. "그냥 계속하면 돼. 잘하고 있어."

 

어떤 것이든 푹 빠져서 진심으로 임하지 않으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어렵다. 잠에 빠지지 않으면 잠에서 깨어 날 수 없다. 웨스 앤더슨은 우리에게 지금 잘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행하라고, 잠들고 그 속에서 깨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가 없어"

 

 

[김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