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의 목적지를 바꾸는 스위치는 무엇일까 - MIU404 [드라마]

글 입력 2023.12.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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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404는 MOBILE INVESTIGATIVE UNIT의 약자에 주인공인 이부키와 시마가 속한 4팀의 4호차 콜사인을 의미한다. MIU는 드라마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부서로 사건이 일어난 24시간 동안 초동 수사를 담당하는 경시청의 ‘기동 수사대’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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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수사를 담당하다 보니 주인공들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쫓거나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다양한 가능성을 추리해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형사물과는 다르게 이들은 범인을 끝까지 잡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덕분일까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이 엮어져 하나의 큰 사건이 되는 재미도 있다.

 

 

 

의심, 불신 그리고 신뢰


  

MIU404에서 주인공들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투입되기 때문에 정말 ‘0’에서부터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리를 진행하는 편인데, 이게 드라마의 트릭으로 작용하여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준다. ‘범인이겠지’하는 이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작중에서 시마는 이러한 직업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듯 파트너인 이부키에게 ‘나는 남도 자신도 믿지 않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어서 예측할 수 없는 범인 찾기 장면을 등장시켜 이러한 ‘의심’이라는 덕목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파트너인 이부키를 신뢰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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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키와 시마는 상당히 반대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시마는 뛰어난 두뇌로 주어진 정보를 통해 이성적으로 사건을 판단하는 반면, 이부키는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감을 상당히 따르는 편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이부키가 기동대로서 상당히 미숙한 이처럼 비치는데, 사실 이부키는 시력, 청력 등 신체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 남들보다 들어오는 정보가 많지만 이를 설명할 능력이 되지 않아 감으로 치부하는 것이라 나온다.

 

이렇듯 각자의 장점이 명확하지만, 정반대의 성향이 있는 둘이기 때문에 서로의 정보 공유와 신뢰도가 상당히 중요하게 나타나는데, 이들이 서로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으로 존재한다.

 

 

 

서사 없는 악역


  

 

“골드 루드 머신이라고 알아? 피타고라스 장치라고도 해”

 

“다다를 길은 올곧지 않아. 장애물이 있거나, 그걸 잘 피했다고 생각했더니 옆에서 밀려서 다른 길로 들어가거나 이런저런 걸 하는 사이에 죄를 지어 버려. 어떤 스위치로 인해 길을 잘못 들어.”

 

“사람에 따라 장애물의 수는 달라.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사람도 있어.”

 

“이 사람의 목적지를 바꾸는 스위치는 무엇일까. 그때가 올 때까지 누구도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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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시마가 신입 기수인 코코노에에게 하는 대사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계획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보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범죄에 발을 들인 인물들의 서사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드라마를 보는 우리에게 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무리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한순간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잘못된 길에 빠진 사람이라도 누군가에 의해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또 들어서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작품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서사 없는 악역’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대부분 한순간의 선택으로 길을 잘못 든 이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은 결국의 ‘범죄자’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 힘든 순간을 보냈다는 점이 강조된다면, 범죄자가 미화되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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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아? 불행한 성장, 삐뚤어진 유소년기의 추억, 왕따 당한 과거. 응? 어떤 게 좋아? 난 너희들의 이야기는 되지 않을 거야.”
 

 

그렇기에 작품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에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쿠즈미란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언뜻 보면 흔한 악당처럼 보이는 그는 작품 내내 자신의 실제 이름, 나이, 배경 그 어느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주위의 사람이 자신의 출신지 또한 파악할 수 없도록 사투리와 표준어를 바꿔쓰는 치밀함 또한 보여주는데, 이 덕분에 시청자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서사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관


   

이 드라마는 저번 글에서 소개한 <언내추럴> 드라마 팀이 그대로 뭉쳐서 제작한 드라마이다. <언내추럴>의 정보를 찾아보다 이 드라마를 알게 되었는데, 두 개의 드라마가 통일된 세계관이라는 소식을 듣고 흥미가 일어 보게 되었다.

 

<언내추럴>이 이미 떠나간 이들의 마지막을 밝혀내기 위한 분투를 그려낸 드라마라면, MIU404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그 마지막을 막을 수 있는 기로를 그려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점을 정말 잘 그려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떠나간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다.’를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사건이 크게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로 나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떠나간 자’는 이승과 저승의 기로에 서 있는 자일 수도 이미 떠나간 자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그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인간의 본성에 선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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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도, <언내추럴>과 같은 세계관임을 보여주기 위해 <언내추럴>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MIU404에서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반가웠다. 인물 서사의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이라 여운이 상당했는데, 이렇게라도 잠깐씩 등장하니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아직 계속해서 진행되는 기분이라 더더욱 작품에 애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에 새롭게 두 작품의 제작진이 뭉쳐 영화 <라스트 마일>을 제작한다는데, 팬으로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두 작품의 인물들이 카메오로 영화에 얼굴을 비쳤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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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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