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토리텔링의 클래식 – 보이스 그리고 리스트 [공연]

글 입력 2023.12.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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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임수연 피아니스트의 클래식 수업 <렉처 in 살롱>을 들었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이었기에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소공연장에 향했었다. 우려와는 달리 강연과 해설, 연주 등 프로그램을 재치와 친절로 이끌던 임수연 피아니스트 덕에 4주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클래식의 다양한 매력을 알게 되었다.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시대 음악의 특징과 차이를 듣고, 각 시대에 주로 사용되는 다양한 악기를 만나며 말이다. 그중 낭만시대 음악에 관한 설명이 기억난다.


낭만시대는 표제음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낭만주의에 들어서면서 시·희곡을 읽고 작곡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로써 제목을 붙인 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인간의 감정을 진솔하고 풍부하게 표현해 낼 수 있던 시대라고 한다.


이 낭만시대에는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가 속해있다. 프란츠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으로 불리며, 프란츠 리스트는 슈베르트의 곡을 감상하고 자신만의 피아노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보이스 그리고 리스트>는 이러한 슈베르트의 원곡과 리스트의 편곡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게 기획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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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전체적으로 이전 강연에서 들은 낭만시대를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키워드로 뽑자면 ‘스토리텔링’과 ‘감정표현’이 강점인 듯한 낭만시대를 말이다. 소프라노 김민정과 피아니스트 정혜은이 이끌어가는 공연은 연주마다 배경 설명과 해설을 겸한다.


공연은 1부 ‘물’, 2부 ‘사랑’, 3부 ‘이별’ 순서로 진행되었다. 각각의 테마에 맞춰 소개되는 스토리와 곡은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고 연주에 빠지도록 하기 충분했다. 그 사이사이 재치 있는 쉬어가기 타임(슈베르트의 곡 ‘송어’가 세탁기 기계음으로 사용되고 있다거나 슈베르트와 리스트의 연주 차이를 나타내는 손 그림을 보여주거나 했다) 또한 클래식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관객에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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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곡을 감상할 수 있었고, 그중 이 공연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곡 하나를 꼽을 수 있었다. 바로 2부 ‘사랑’의 마지막 곡 ‘물레 잣는 그레첸’이었다. ‘물레 잣는 그레첸’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의 한 장면을 담아낸다. 이 곡은 악마와의 거래로 젊어진 파우스트를 사랑하다 미쳐버린 그레첸의 가련하고 처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그렇기에 곡은 격정적이고 다소 우울감이 묻어난다.


이때 소프라노의 보이스와 피아노 외에 연주를 절정에 달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소프라노의 연기와 표현력이다. 김민정 소프라노는 이 곡을 노래하며 그레첸의 파우스트를 향한 처절한 사랑과 혼돈, 격양된 감정을 그대로 체화한다. 그렇게 그레첸이 된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에서 내려와 기꺼이 어둠이 내린 관객석으로 걸어 나온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파우스트를 갈망하는 애절한 손을 뻗으며.


이처럼 무대를 폭넓게 쓰는 과감한 연출은 대개 지루할 걸로 생각되는 클래식에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긴 <보이스 그리고 리스트>.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던 공연이 막을 내린 뒤 앙코르 무대가 펼쳐졌다. 어떤 노래가 흘러나올지 기대되는 순간, 두 음악가가 들려주는 캐럴을 듣자마자 미소가 번졌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관객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서려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충만한 상태로 홀을 떠났다.


*


위와 같이 문화예술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이스 그리고 리스트>를 기획한 김민정 소프라노는 앙코르 무대 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클래식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기획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클래식 공연을 볼 때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관객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공연은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있어 일방적이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당연해지는 날까지 기다리는 것보단 우리가 이러한 공연을 찾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대중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프로그램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 될 테니 말이다.

 

클래식은 어렵고 장벽이 높다며 지레 겁먹지 말자. 어딘가 나를 위한 클래식 공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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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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