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연결되어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 – 김영후 빅밴드 단독공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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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에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다. "그건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요!“]
재즈를 사랑하는 조에게 리바 가드너가 전달한 메시지이다. 자신의 삶의 목적이던 재즈의 재미를 잃어버리고, 재즈로 인해 궁극적으로 내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까먹은 조는 자신이 재즈를 왜 좋아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게 된다.
나에게도 재즈가 그러하였다. 20살 초반, 재즈를 정말 사랑하던 새내기 임주은은 재즈바부터 재즈 앨범까지 내 인생에서 재즈를 절대 놓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차츰 나의 일상이 다른 책임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고, 내가 즐거워했던 본질적인 흥미를 잃어버린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김영후 빅밴드 단독 공연>에 가기까지 정말 오랜 고민을 거쳤다. 내가 다시 재즈를 좋아할 수 있을까? 재즈가 주었던 황홀함을 내가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이런 고민과 생각을 안고 처음으로 공연장에 들어갔다.
이번 공연은 총 7개의 곡으로 진행되었다. 이전부터 새롭고도 창의적인 주제 아래에 다양한 재즈곡을 작곡했던 김영후가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재즈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는데, 이번 공연이 그 곡들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다.
내 걱정과 다르게 내 심장은 벌써 반응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거나 이미 유명한 재즈곡들이 아닌 ‘범인류적 유산,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라는 주제 아래 우리 인간이 그동안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 재즈를 통해 깊게 사고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기 전, 김영후는 이번 곡과 공연들이 모두 도서 <사피엔스>와 <총, 균, 쇠>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두 권을 모두 완독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책의 줄거리와 메시지를 알고 있는 나이기에 두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인류의 과거로 비춰보는 인류의 미래가 재즈로 어떻게 비칠지 너무 궁금해졌다.
가장 기억이 남는 곡은 3번째로 연주해 주었던 ‘Network Song’이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네트워크 안에서 형성되었다. 인적 네트워크, 사회적 네트워크, 기술적 네트워크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네트워크들이 상호작용하며 발전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일하고, 먹고, 잠잘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단위들이 개체를 만들고 개체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그 공동체가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성장해 나가며 한 사회를 이룩한다. 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Network Song’ 바로 이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연결되어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 복잡한 코드의 소리가 내 귀를 감쌌고 미묘하게 어울리지 않던 소리들이 곡의 후반부에 다다르자 절묘한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플루트와 색소폰이 주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지만 그에 맞춰 들리는 피아노와 드럼의 리듬감, 그리고 다른 목관 악기들의 서브 멜로디 라인이 모두 한 사람의 연주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네트워크의 순기능을 바로 ‘재즈’를 통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이곳 외에도 6개의 곡 모두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 번씩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인류적 세계의 요소들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한 권에 책을 읽는 듯한 이 공연의 흐름은 분명 누구에게나 거대한 인사이트와 고민을 던져줄 것이다.
[임주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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