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도서/문학]

불안한 감정마저 소중해
글 입력 2023.12.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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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세계, 황인찬 시인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서점 시집코너에 가면 항상 든든히 자리 잡고 있는 문학동네시인선. 읽은 적이 없어도 괜히 친밀한 감정이 들었다. 요즘 문학 중에서도 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를 접해보고 싶었다. 시집코너를 뒤적거리다가 편하게 읽기 좋은 시집이 눈에 들어와 한 권 가져오게 되었다.

 

책을 사는 행위는 소소하지만 마음이 따듯해진다.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집을 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단편적으로 담아두었다는 점에서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또 어떤 세계를 그려놓았을까 기대감에 시집의 표지를 열었다.

 

황인찬 시인은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하였다. 2012년 제31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인의 최근 작품인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를 찬찬히 읽으며 곱씹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수박의 시커먼 속에

희고 작은 빛이 어른거리는 장면만 떠오른다


그런데 그 수박은 뭐였을까? 그가 질문을 꺼내자 설명할 

수 없는 침묵이 그날의 저녁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후로 우리의 삶은 결코 해명되지 않는 작은 비밀을 끌

어안은 채로 계속된다


잠들기 전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도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놀라는 순간에도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우리의 생활은 여름밤의 반딧불이 점멸하다 사라지는 것

처럼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다


<인화 中>

 

 

시집을 읽던 당시 나도 삶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온통 뒤흔들었다. 내 삶의 목적, 주체성,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던 와중, 황인찬 시인의 시집을 접했다. 시인은 확신 없는 삶을 시를 통해 녹여내면서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인화라는 시 속에서도 화자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그 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지만, 결국 일상에서의 삶은 갑작스레 끝나면서 해명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마치 우리 현대사회인들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고민의 연속이다. 그 고민들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마음속에 묻어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게 해결 방법이라면 방법일 것이다. 시인은 그 묻어둔 고민들을 시를 통해 꺼내주고 함께 고민을 나눈다. 그러면서 독자와 시인은 서로가 공감한다.

 

황인찬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는 괄호라는 시적 장치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유독 괄호가 많이 보인다. 시인의 말에서도 괄호 속에서 말을 한다. 황인찬 시인의 괄호는 망설임과 다른 생각이 들 때 새로운 목소리를 추가하는 장치라고 한다.

 

그는 시 속에서도 괄호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시집에 녹여낸다. 결국 시인의 모든 모습을 시 속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조명없는 밤길은 발이 안 보여서 무섭지 않아?

우리가 진짜 발 없이 걷고 있는 거면 어떡해?


그게 무슨 농담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너는 어둠 속에서 말했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멀다

가로등은 드문드문 흐리고 흰 빛


이거봐, 발이 있긴 하네


흐린 빛 아래서 발을 내밀며 너는 말했고

나는 그냥 웃었어


집은 아주 멀고, 우리는 그 밤을 끝없이 걸었지

분명히 존재하는 두 발로 말이야


발밑에 펼쳐진 

바닥없는 어둠을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흐리고 흰 빛 아래 우리는 잠시>



시에서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통해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화자를 표현한다.

 

나는 이 시가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밤길은 마치 우리의 인생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흥미 있는 것도 모른 체 살아가는 대부분의 모습과 같았다. 그 속에서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껴도 멈출 수 없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서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황인찬 시인은 나만 알고 싶고,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감정들을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공감을 얻는다. 망설임이 있지만, 그렇지만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그 불안까지 모두 이해하는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결국 시인이 시집을 통해 이야기하는 건 완벽하지 못한, 그렇지만 모두가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한 인생 아닐까?


나만 밤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고 마음 한편을 위로해 주는 감정이 필요하다면, 꾸밈없는 그대로의 시를 읽고 싶다면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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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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