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가끔은 혼자가 좋다

어떤 하루의 독백
글 입력 2023.11.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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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가족들이 모두 외출을 할 때면 남몰래 설렌다.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그 사실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를 때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간절해진다. 숨을 고르고 가볍게 거실을 돌아다니며, 머릿속에 있던 이런저런 상념들을 흘려보내면 비로소 안식에 이른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고요한 적막이 집 안에 맴돈다. 반면 창밖에서는 새들이 무언가를 재잘거리고 있다. (새가 ‘운다’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대화일 수도 있을 터. 인간의 입장에서 왜곡하는 게 아닐지 조심스럽다.) 새들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새 관련 채널을 구독하게 되고,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신기하다는 반응이 다반사다. 어쩌면 나는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인간이었던가, 다시금 생각이 많아진다.

 

점심을 잘 챙겨 먹고 입가심을 위해 커피를 탄다. 우리 집에는 아직 커피 머신이 없어 스틱커피를 종류별로 구비해두고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시는 편이다. 특히 공유가 cf 모델인 그 브랜드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떤 걸 골라도 거의 실패가 없다. 아빠께선 거의 아메리카노를,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께선 라테를 마신다. 그러나 오늘은 아메리카노를 집어 들었다. 여기에 달달한 초코 프레첼을 함께 곁들이면 오늘의 디저트 완성이다.

 

어제부터 보던 드라마 <이두나!>를 끝까지 시청했다. 처음엔 두 주연배우의 비주얼에 끌렸지만, 매 회 몰입하다 보니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과 이해가 갔다. 쉽지 않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들이 나올 때마다 설렜고 부러웠다.

 

죽일 것처럼 다툴 수 있는 , 민망하지만 진솔하게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결심, 다소 무모하지만 귀엽게 느껴지는 패기까지. <이두나!>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했다. 아마 한동안 두나와 원준의 관계성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닐 듯하다.

 

저녁은 정말 오랜만에 주문해 먹는 배달음식이다. 간단하더라도 집에서 해먹는 걸 (주로 ‘요리’가 아닌 ‘조리’이다.) 선호하는 편인데, 오늘은 집에서 쉽게 해먹기 힘든 음식인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처음으로 먹어본 가게였는데, 아주 맛있어서 싹싹 비웠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별점 5개의 리뷰를 남겼다. 혼자 맛있는 걸 먹는 것도 꽤나 큰 행복이구나, 새삼 느꼈다.

 

요란한 빗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이상하게 높았던 기온이 훅 떨어져 초겨울 날씨가 된다는 예보를 봤다. 11월이 된 것도 실감 나지 않는데, 다음 달에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세상이 나를 상대로 깜짝 카메라를 하는 것만 같다.

 

평온한 오늘이 지나면 또 현실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야 하겠지. 작은 생채기가 나더라도 멈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지. 이제, 빠르진 않더라도 내 발걸음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때다.

    

힘들 때마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오늘을 기억하며, 또 한 번 살아갈 용기를 내어보자.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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