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주요 클래식 콘서트홀 리뷰3 - 금호아트홀 연세

서울에서 가장 피아노 소리 듣기 좋은 홀
글 입력 2023.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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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 연세는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안 백양누리에 위치에 있다. 앞서 소개한 콘서트홀 두 곳은 2000석을 상회하는 대규모 공연장이지만 금호아트홀 연세는 좌석 수 390석의 실내악과 독주회를 위한 공연장이다.

 

좌석간 편차가 적은 홀이기 때문에 이전의 콘서트홀 리뷰 방식처럼 세세하게 구역별 차이를 짚어보지는 않겠지만, 서울에서 피아노를 듣기 가장 좋은 곳이기 때문에 소개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금호아트홀의 좌석은 A열부터 N열까지 14줄로 되어 있고 줄 간격이 넓은 편이다.

 

금호아트홀 연세는 어디를 앉아도 상당한 수준의 음향을 보장한다. 우선 객석이 복층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아 천장이 높지 않고, 지하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이기 때문에 악기의 소리가 꽉꽉 들어찬다. 하프 소리도 좋고 바이올린 소리도 좋지만 역시 피아노가 가장 좋다. 여담으로 공연장이 보유한 피아노의 관리 상태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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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2 김다솔 피아니스트 리사이틀

 

 

너무 큰 콘서트홀들은 음향의 퀄리티보다도 객석에 도달하는 음’량’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실내악과 리사이틀 위주의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벽면에 부딪혀서 도달하는 반사음향 이전에 객석에 전달되는 음의 크기 자체가 만족스러울 확률이 높아진다.

 

금호아트홀 연세의 경우에는 반사음향과 직접음 둘 모두가 흘륭하다. 아주 작은 소리도 선명하게 전달되며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금호아트홀 최대의 장점은 엄청난 현장감이다. 객석과 무대가 매우 가깝다.  연주자가 몸 전체를 들썩이며 강한 타건을 선보일 때 피아노가 흔들리며 나는 삐걱 소리와 페달을 밟기 위해 구르는 발소리는 물론, 깊게 누른 건반에서 손을 살짝 땔 때 나는 피아노 액션의 해머가 움직이는 작은 소리 마저도 들린다. 연주자가 얼마나 연주에 열중하고 있는지를 시청각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는 공연장이다.


A~B열 정도의 앞쪽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소리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곳은 중간 열 정도인 F~G열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금호아트홀 연세는 객석 간의 단차가 아예 없다. 객석이 앞뒤로 지그재그 형태로 엇갈려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 블록이라면 큰 문제는 없지만 앞에 키가 큰 사람이 앉으면 좀 난감할 때도 있다. 무대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틀어야 하는 사이드 블록에 앉게 되면 앞사람에 의해 시야가 가려질 수도 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음향과 쾌적한 시야를 위해서는 H열을 추천한다. G열과 H열 사이에 통로가 있어 H열에 앉으면 중간 열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좌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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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6 알렉상드르 타로 리사이틀

 

 

기획 공연 대부분이 목요일에 열린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기획은 거장들의 내한 시리즈 <인터내셔널 마스터즈>와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다. 올해는 알렉상드르 타로, 폴 루이스, 게르하르트 오피츠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엄청난 피아니스트들이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했고, 상주음악가는 김수연 피아니스트였다.

 

특히 폴 루이스의 경우 2024년까지 금호에서 슈베르트 소나타를 총 4회에 걸쳐 연주할 예정이니 내년에 가장 기대가 되는 공연 중 하나다. 많은 경우 끝나고 싸인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싸인 음반을 모으는 사람 입장으로서 매우 고마운 기획이다.

 

항상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공연장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공연장을 둘러싼 주변 환경도 음악 감상에 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연장에 이르는 길에서부터 공연이 끝나고 빠져나오는 길 까지가 하나의 시퀀스다. 이 부분에서 금호아트홀 연세의 중요한 장점을 언급하고 싶다. 대학교 정문을 통과해 백양로를 따라 걸어가면 건물 간의 간격과 부지가 넓은 교정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차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적한 길을 따라 오분 정도 걸으면 좌측에 금호아트홀이 위치한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온다. 이 길은 저녁에 들을 음악을 기대하는 발걸음으로 거닐며 공연을 상상하기에 좋다. 수도권에서 이런 식으로 공연장 주변 환경이 고즈넉하니 맘에 드는 곳은 금호와 아트센터인천이다.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가서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오기 좋은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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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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