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을 깨고 나가보자, 그곳도 별다를 건 없겠지만 [영화]

니콜라 마즈닥 주니어와 아나 네델리코비치의 <인형의 집>
글 입력 2023.10.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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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접속하면 위와 같은 문구가 뜬다. 평생을 회색 도시에 갇혀 살았던 소녀는 '해외'라는 완벽한 세상으로 영원히 떠나고 싶어 한다. 결국 그녀는 용기를 내서 국경을 넘는다.

 

그녀는 눈 덮인 산, 고급 호텔, 정치적 정확성, 평등한 기회, 엄청난 급여, 인권, 성평등,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한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도착한 호텔은 전에 살던 회색 아파트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더 어둡고 음산했다. 문을 여닫을 땐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고, 소녀가 기대했던 수영장엔 검은 물이 일렁거린다.

 

화면이 바뀌고 이번에는 소녀'들'이 나온다. 같은 꿈을 꾸는 소녀들은 해외라는 완벽한 세상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함께라서 용기가 생긴 걸까. 이번엔 시시하게 버스를 대절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들은 회색 나라를 둘러싼 거대한 벽을 부숴버렸다. 그리곤 눈 위에 허술하게 그려진 빨간 국경선을 마구 문질러 지워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나라들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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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어지는 장면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국경선을 넘어간 소녀들이 자신의 주변에 둥그런 테두리를 그리더니 그 안에 들어가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분명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와 이 글을 읽고 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사회의 고정 관념이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바람에 충분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그 누구도 주변에 빨간 선을 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인형의 집>을 보며 그 말이 떠올랐다.

 

진정한 자유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떠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선을 지워보자. 그 순간 진정한 해방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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