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도 여전히 시청하는 이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10.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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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참 아이러니한 콘텐츠 중 하나다. 물론 착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불렸던 <싱어게인> 처럼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자극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생존이 걸린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지만 수많은 출연자들 중 살아남아 화제성을 거머쥐는 출연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포맷은 그동안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약 20년이 되었다. 20년이 흘렀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시청하는 콘텐츠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지금 현재 방영 중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2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사건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시청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선택의 반영과 공정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징은 내 선택이 투명하게 반영된다. 물론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사건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그 사건은 제외하고 다루도록 하겠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반영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모디슈머'라는 말을 아는가.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라는 뜻의 modif와 소비자라는 뜻의 comsumer가 합쳐진 단어로 제조회사가 제시한 방식에서 더 나아가 구매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제조회사들은 실제로 구매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그 예시가 짜파구리이다.


모디슈머 마케팅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본인의 선택이 반영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다. 조회수, 좋아요, 투표수 등으로 나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그 의견이 반영이 되어 내가 응원하는 출연자가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이다. 아무래도 살아가면서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차이를 느끼기 때문인 듯하다. 그 차이는 권력이 될 수도 있고, 재력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의 출발선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잠시나마 그 출발선의 차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누구든지 서바이벌 프로그램 앞에서는 모두 똑같은 1표를 가진 시청자가 되기 때문이다.

 

 

 

언더독 효과 & 서사


 

언더독 효과란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을 뜻하는 사회과학 용어이다. (시사상식사전)


대부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참가자들은 일반인이다. 물론 몇 번의 TV 출연으로 유명세가 있는 참가자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다. 일반인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출연한 참가자들에게 우리는 언더독 심리를 가지게 된다.


만약 참가자들 중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데뷔 기회가 없었던 참가자가 있다면 언더독 효과는 배가 된다. 또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점점 성장하는 참가자에게도 언더독 심리는 적용된다. 실제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자들 중 종종 시청자들의 언더독 심리를 자극해 데뷔하는 출연자들을 볼 수 있다.


서사는 매우 중요하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단어를 통해서 스토리텔링이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다. 이 점에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콘텐츠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인에서 스타가 되는 과정까지의 스토리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이는 서사에 관심 많은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것이다.

 

 

 

대리만족감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살아남아서 최고의 스타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결과가 좋지 않아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현실도 그렇지 않은가. 물론 어렸을 때 다들 자신만의 꿈이 있지만 자라면서 한계를 깨닫고 다른 일을 탐색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꿈꿔왔던 일을 성취하는 출연자를 보면 대신 나의 꿈을 이뤄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대리만족감이 든다.  또한 경쟁 사회에 살아가다 보면 학연, 지연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오로지 그들의 실력을 본다. 따라서 학연 지연이 배제된 사회를 원하는 우리에게 이 요소들이 배제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대리만족감을 안겨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 여전히 인기 있는 콘텐츠로 남아있다. 하지만 큰 관심을 보내는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열렬히 시청했던 이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이후에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시청자들에게 부응하기 위해서 다시는 조작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이 시청할 콘텐츠일 것이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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