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복을 병속에 담는 법 [공연]

[뮤지컬] 레베카
글 입력 2023.10.2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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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카는 2013년 한국에서 초연을 올린 레베카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였다.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뮤지컬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뮤지컬 엘리자벳 등을 제작한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제작하였다.

 

주인공 ‘나’의 프롤로그 (어젯밤 꿈 속 맨덜리)와 함께 극이 오른다. 마치 옛날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것 같은 넘버이다. ‘나’는 반 호퍼 부인의 말벗이자 시종으로 몬테카를로에 그녀의 여행을 따라오게 된다. 그곳에서 아내 레베카를 잃은 귀족 맥심 드 윈터를 만나게 된다.

 

‘나’와 맥심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한다. 그를 따라서 저택 맨덜리에 도착한 ‘나’는 왜인지 모르게 스산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댄버스 부인이다. 레베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댄버스 부인은 그녀가 결혼할 때 함께 멘덜리로 왔고, 그녀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레베카의 자리를 차지한 것만 같은 ‘나’를 내쫓으려고 한다.

 

레바카의 재밌는 부분은 제목인 레베카는 극에서 등장하지 않다는 점이다. 레베카가 바다에서 실종되어 죽었다는 부분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며. '나'를 중심으로 댄버스 부인, 막심 등등의 인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두가 레베카를 언급하지만 실제로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더 그녀의 신비감을 느끼게 만들며 관객이 레베카에 대한 상상을 더 극대화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나’ - ‘나’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순수한 캐릭터이다. 화자가 되어서 극을 전달하는 느낌이 있다. 댄버스 부인의 넘버와 캐릭터가 굉장히 강렬하여서, ‘나’라는 인물이 극에서 묻힌다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에 뮤지컬을 보며 가장 인상에 남은 넘버는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이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있는 넘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강렬한 댄버스 부인으로 인해 위축되기도 하지만 막심에 대한 사랑을 믿고 강인하고 적극적인 여인으로 성장한다. 이는 극을 볼 때 재밌게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댄버스 부인’ - 뮤지컬이나 영화에서 극의 흐름을 가져가는 것은 댄버스 부인이다. 극에서 서늘함과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다.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오직 레베카만을 사랑하며, 레베카와 함께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를 쫓아내고 없애버리려고 한다.

 

레베카를 울부짖는 넘버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넘버는 알 정도로 유명하다. 사실 그녀가 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존재감이 굉장히 뚜렷하고 강렬한 점 때문에 관객들에게 크게 각인이 남는 것 같다.

 

'막심' - 모두가 사랑한 여자, 레베카와 결혼한 막심 그러나 사실 막심은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는 극의 초반이 아닌 절정에서 보여준다. 막심과 나의 관계 역시도 레베카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며 더 단단해진다. 극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반에는 나와 사랑을 하며 다정하고 신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레베카와의 실마리가 풀릴 때는 예민하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가장 좋아하는 관계성은 레베카와 댄버스 부인이다.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아, 댄버스 부인이 이야기하는 레베카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녀가 사랑한 레베카.

 

 

그녀는 난초처럼 되돌아올 걸 난 알아 영원한 생명 죽음을 몰라

그녀를 굴복시킬 순 없어 그 누구도 우리 곁에서 숨을 쉬어 난 느낄 수 있어

날 불러 자신을 되살리라고

 

영원한 생명

  

 

댄버스 부인에게 레베카는 다시 돌아와야 할 인물이다. 그녀의 입으로 듣는 레베카는 사랑하는 대상 같기도 하고 종교 같기도 하다. 난초를 보살피거나 레베카의 서재를 청소하며 남은 그녀의 흔적과 함께 살아간다.

 

레베카의 공간을 보이며 그녀가 살아있을 때처럼 머리를 빗어주기도 하고 옷을 고르는 모습은 괜히 오싹해지고 스산함을 불러온다. 창문을 열며 바다가 부르는 레베카를 찾는 댄버스 부인.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가 자신에게 숨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맥심과 '나'가 재판에서 승리하자 이제 정말 레베카의 자리가 없어진 것만 같다고 느낀 그녀는 미쳐버린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맨덜리를 불에 태워버리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극은 댄버스 부인의 죽음과 맨덜리를 회상하는 '나'로 끝이 난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짙은 안개가 하늘을 가득 채운 날이면 뮤지컬 레베카가 생각이 난다.

 

또다시 맨덜리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김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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