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앎'의 차원을 넘나드는,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글 입력 2023.10.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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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그림을, 조각을 즐길 수 있느냐는 처음으로 미술 앞에 선 이들의 질문에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뻔한 대답 이상 할 수가 없다. '안다'는 것은 대상에 관한 여러 가지 차원의 '정보'를 습득한다는 뜻이다. '본다'는 것은 제대로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뜻에 가깝다. 대상의 정보가 많을수록 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 맞는다.

 

화가가 만들어낸 그 창밖 세상 안에는 그것을 창조한 자의 삶이, 그 삶을 살도록 한 사회가. 그 사회가 전개시킨 역사가, 그러한 역사 안에 쌓인 구성원들의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리고 조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이 모든 정보에 대한 맹렬한 추적에 가깝다. 

 

_프롤로그 p.7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와 예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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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여러 전시를 관람하고, 미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사로 시선이 옮겨졌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시기에 두드러진, 이른바 당대에 유행했던 화풍이나, 시대상을 담고 있는 미술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기획된 전시와 작품 및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고, 알면 알수록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정보가 아니라, 다음 전시를 관람할 때면 하나씩 꺼내볼 수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넓어졌다.


더욱이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을 만나면서 올해 관람했던 전시 《마우리치오 카텔란: WE》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복제품이 떠올랐다.

 

그때를 떠올리면 전시를 보는 중에도, 그리고 다 보고 나서도 개인의 감상만으로는 좀 더 풍부한 해석이 어려웠다. 뭔가 충족되지 않은 의문이 피어올랐는데, 그 물음표는 바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서양 미술사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을 복제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걸까?'였다.

 

이후에 전시를 관람한 분들의 여러 후기를 살펴보며, 전시의 '해설'에서 제공된 설명과 이와 관련된 주제를 연결할 수 있었다. 복제품과 실제 작품의 차이와 윤리적·법적 문제, 그리고 가치 판단의 의미와 중요성, 이에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 등에 대해서 여러 화두를 던져볼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한 견해는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단 현재로 국한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이탈리아 미술 그랜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책의 가장 앞부분에 배치된 바로 그 작품,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로 다시 이어졌다.

 

책에 수록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배치도를 보면 수많은 이야기와 인물을 채워진 만큼 이 작품이 얼마나 정교하게 완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봤던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의 하단에 미켈란젤로를 모티브로 한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질 정도이다. 이와 같은 관계성이 돋보이는 일화들은 보는 재미를 넘어서 읽는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돕고 있다. 추가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편 평소에 거장들의 기법을 자주 응용하던 라파엘로에 대해 미켈란젤로는 본인의 작품을 모사했다는 비난을 했으며, 그리스의 조각 작품을 모사해서 판매했던 당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미켈란젤로 역시 이에 대한 비판에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 너무 흥미로웠는데,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상에 대해서 여러 가지 차원의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은 '안다'는 의미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음을 느꼈다.

 

바티칸 미술관 <라오콘> 군상은 원본인지, 복제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진 여러 종류의 예술품들은 로마에서 다시 후대로, 계속해서 발굴하고 수집되었다. 고대 유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예술에 대한 그들의 사유와 의문에 대한 사색의 시간 또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책으로 이어진 인문학적 관점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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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두 그림은 피에로 델라프란체스카, <우르비노 공작 부부의 초상>와 멜로초 다 포를리, <바르톨로메오 플라티나를 바티칸 도서관장으로 임명하는 교황 식스토 4세>이다. 각각 1465년, 1477년 작품으로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과 바티칸 피나코테카 회화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모두 교황 식스토 4세 때의 작품으로 학문과 예술을 장려하는 '인문주의' 즉,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림이다. 식스토 4세는 각종 문헌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문서고와 도서관을 확장했으며, 바티칸 도서관은 당시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서관이었다.

 

다음으로 <우르비노 공작의 부부의 초상화>의 주인공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는 일찍이 고전과 철학 등 높은 수준의 인문학 교육을 받았으며, 이후에 개인 서재인, '스투디올로'를 조성하여 수집한 그리스·로마의 고대 필사본을 가득 채웠다. 페데리코 치세 동안 우르비노는 피렌체를 뒤이어 르네상스의 도시로 널리 알려졌다. 추가로 수록된 페드로 베루게테, <아들과 함께 있는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을 보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그의 인문학적 소양을 살펴볼 수 있다.

 

두 그림은 책이라는 매체와 '도서관'과 '서재'를 소재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최근에 관심을 갖고 보았던 '책거리'와 이와 관련된 자료에서 15세기 이탈리아의 '스투디올로'에 대한 내용을 봤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연결된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내용과 기록하고 싶은 글을 필사하여 보관하고, 지금에 이른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떠오른다. 책을 매개로 서재와 도서관이라는 공간으로, 그리고 또다시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이라는 하나의 책으로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세계사와 문화, 철학, 신화, 그리고 종교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이라는 큰 주제를 통해서 이처럼 다채롭게 '앎'을 습득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수업이 또 있을까?

 

아직 떠나보지 못한 '이탈리아 미술 그랜드 투어'를 시작하여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실제로 만났을 때는 또 다른 감상이 펼쳐질 거 같다. 그날을 고대하며 '앎'을 향한 여정을 다시금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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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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