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이 가기 전, 너를 위해 쓰는 동화 '쁘띠 마망' [영화]

개인적 존재로서의 엄마를 경험한다는 것
글 입력 2023.10.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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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개봉한 날, 설렘을 안고 영화관에 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셀린 시아마 감독에 관심이 생겼고, 그의 다음 작품이 엄마와 딸의 사랑 이야기이자 포스터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두 아이의 우정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계속 개봉하는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날의 어느 저녁,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까운 영화관으로 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을 때 느꼈던 약간의 문제는, 좌석이 몇 개 없는 이 작은 상영관에서 내 자리가 바로 옆에서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가 들리는 좌석이라는 것이었다. 이 소리가 신경에 거슬려서 영화에 집중을 못 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와중에 광고가 끝나고,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음이 계속되는 와중에, 나는 신기하게도 이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에 오롯이 집중하게 되는 걸 경험했다. 나는 아이들이 숲에서 오두막을 짓고, 갑자기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낙엽과 나무들이 비에 젖고, 친구와 케이크를 만들고, 집안으로 은은한 햇빛이 들어오고, 달빛에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자연적이고 사랑스러운 모든 장면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쓴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처럼 집중했다. 아까 그 소음은 어느새 영화와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아니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거나.

 

셀린 시아마의 마법이라는 건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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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여덟 살 ‘넬리’가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 아빠와 함께 엄마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집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 ‘마리옹’은 자신이 어렸을 때 엄마와 살던 집에 왔지만, 우울감과 슬픔으로 먼저 시골집을 떠난다. 아빠와 둘이 남은 넬리는 아빠가 나머지 정리를 하는 동안 엄마가 어렸을 때 오두막을 만들었다던 숲에 갔다가 그곳에서 자신과 나이가 같고 엄마와 이름이 같으며, 자신과 꼭 닮은 아이 ‘마리옹’을 만난다. 그리고 마리옹과 친해지게 되면서, 이 아이는 엄마의 어린 시절이라는 걸 알게 된다. 넬리는 마리옹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고, 엄마와 딸이자 두 친구는 마리옹이 수술을 받으러 가는 날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엄마, 당신이 어렸을 때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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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와 어린 마리옹은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것부터 꼭 닮아있다. 겉모습도 그렇고, 노는 것, 엄마에 대해 생각하는 것 등이 그렇다.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인 배우들이 넬리와 어린 마리옹을 연기했는데, 이를 통해 이들이 엄마와 딸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엄마와 딸이란 서로 이토록 닮아있는 관계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이 영화는 넬리와 마리옹의 관계뿐만 아니라 마리옹과 그의 엄마와의 관계도 보여준다. 마리옹과 그의 엄마와의 관계는 지금의 넬리와 마리옹과의 관계와 닮아있기도 하다. 두 엄마는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상이 조금은 우울하고 힘들어 보인다. 엄마 마리옹은 젊은 나이에 딸을 키우며 생긴 것으로 설명되는 자신만의 개인적이고 만성적인 우울함을 가지고 있는 데다 자신의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더 슬프게 가라앉은 상태이다. 그리고 어린 마리옹은 다리가 불편한 엄마의 불안함과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우울함을 알고 있다. 넬리는 평소에 어렸을 때 자신을 낳은 엄마 마리옹을 보며 엄마가 우울한 이유 중에는 자신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지금도 엄마가 매우 슬프다는 걸 알고 있어서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넬리와 어린 마리옹이 친구로서 함께 보낸 며칠은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소중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함께 엄마에 대한 걱정을 공유할 수 있었고, 그렇게 넬리는 엄마 마리옹의 우울과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 시절의 할머니와 마주함으로써 할머니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또, 어린 마리옹은 할머니를 사랑하는 자신의 딸 넬리를 보며 엄마가 누군가에게는 이런 존재라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고, 어른 마리옹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애도하며 동시에 넬리와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를 연결해주는 가지가 더 생겼음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마음 속엔 네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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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가 마리옹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어린 마리옹의 말대로 이미 마리옹의 마음속에 넬리가 있었던 걸까. 둘 중 어느 것이든, 넬리와 마리옹이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알기 위해, 서로에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오두막은 그들이 내내 함께였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추억의 존재이다. 넬리는 엄마가 어렸을 때 혼자 숲에 만들었다던 오두막에 관심이 많았다. 오두막에 대해 계속 물어보기도 하고, 엄마가 떠난 후에는 혼자 숲으로 가서 오두막이 어디 있을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마리옹과 만나게 되면서 원래는 마리옹만의 추억이었던 오두막을 함께 만들게 되고, 마지막에는 넬리가 완성하게 된다. 오두막을 완성하는 장면을 보며, 넬리가 엄마의 추억을 적극적으로 찾아 들어가 함께 하고자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쁘띠 마망’은 직역하면 ‘작은 엄마’이다. 엄마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닌 좀 더 넓은 관점으로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한 이 영화는,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에 사랑스러운 소재들과 판타지 요소를 사용하며 셀린 시아마의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성장 이야기이자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비현실적 요소를 사용해서 엄마와 딸의 관계를 표현한 것도, 우리가 엄마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가끔 잊곤 하는 것에서 비롯된 당연한 부분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마리옹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넬리는 엄마의 어렸을 때 꿈이 배우였다는 것, 마리옹도 엄마의 상태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는 것 등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된다. 넬리와 마리옹처럼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와 딸 사이에서도 딸이 개인적 존재로서의 엄마를 경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넬리를 아예 엄마의 어렸을 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함으로써 엄마의 어린 시절을 같이 경험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넬리가 어린 시절의 마리옹, 즉 엄마의 작은 버전을 만나 친구가 되는 이 이야기는 제목이 작은 엄마인 만큼 넬리가 어린 마리옹에게 써주는 동화 같다. 또, 오프닝에서 영화의 제목은 어른 마리옹이 엄마가 돌아가신 곳에서 짐을 정리한 후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뒷모습을 천천히 담아내는 장면 위에 나타난다. 이 영화가 넬리에게 큰 존재인 엄마 마리옹이 혼자만의 우울이나 걱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개인이기도 하며, 넬리와 같은 나이일 때가 있었던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 작은 존재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나중에 엄마의 나이가 된 넬리가 엄마 마리옹을 위해 쓸 동화 같기도 하다.

 

이 특이하고 특별한, 직접 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아이들의 이야기라서 더 소중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엄마와 딸이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다. 영화 후반부,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처럼 마리옹에게는 어쩌면 딸 넬리와 함께 아이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 마리옹이 말했듯 마리옹이 넬리를 만난 순간부터 넬리가 마리옹의 마음 안에 존재해왔듯 넬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래에서도 말하고 있다. 내 마음이 네 마음 안에 있길 바란다고.

 

*

 

넬리가 어른 마리옹의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엄마 마리옹의 마음을 가진, 엄마와 꼭 닮은 모습이지 않을까.

 

조용하고 사랑스러운 가을 같은 이 영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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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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