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의 세계 [사람]

아이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
글 입력 2023.10.1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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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이 일은 아무리 오래 해도 익숙해지지를 않고, 매번 고민의 연속일 때가 많았다. 특히나 이런 고민은 그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보다 깊어져서 나를 힘들게 하곤 했다.


그 이유를 나는 '미성숙함'에서 찾았다. 그들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이십 년 이상을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들을 대할 때, 나는 그들의 미성숙함을 걱정했다.

 

내 편향된 사고가 내 말과 행동에 배어 나와 미성숙한 그들에게 영향을 줄까 전전긍긍했으며,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느라 아이들을 대하고 난 후에는 온몸에 진이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내가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면 덜했을까. 많아 봤자 일주일에 한두 번 두어 시간씩 보는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주면 어쩌나, 그것이 훗날 이들에게 '해'가 되면 어쩌나 늘 고민이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과신이자 그들에 대한 불신이었다. 내가 나보다 나이 어린 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지나친 자신감과, 그들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여과해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릴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


인간은 인간에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 경로는 얼마나 다양한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들은 수많은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나로서는, 그 영향이 마냥 작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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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속에서 사람은 가끔 상대방의 세계를 과소평가한다.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 중의 일부일지도 모르는데, 그것으로 그 사람의 세계를 모두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는 꽤 많은 경우 갈등의 불씨가 되기에, 함부로 누군가의 세계를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살아온 시간이 짧다고 해서 그가 가진 세계의 크기가 작다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세계를 갖고 있는 개체에게 한 명의 타인이 끼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세계가 있다.


내가 하는 말에 아이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미리 고민하며 말을 아끼기보다는, 내가 던진 말에 대해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욕심일까. 사람을 대하는 것에 정답은 없으니 계속해서 생각해 나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조금 더 담대해지기로 했다.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당연히 조심해야겠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의 초조함과 불안함을 조금은 내려놓고자 한다.

 

책임감은 충분히 갖되, 지나친 부담감은 갖지 말아야겠다. 그래야만 내 곁의 아이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으므로.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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