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간 이슬아 수필집 - 글 쓰는 자세를 배우다 [도서/문학]

당돌하고 솔직한 이야기
글 입력 2023.10.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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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 무료했던 아침 시간을 채워준 고마운 책 바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작가 이슬아는 매일 글을 써서 구독자에게 보내는 일간 연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글은 자그마치 572쪽이나 된다. 나는 이 방대한 글을 읽으면서 매일 글을 쓰는 이슬아와 그녀의 글을 매일 읽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 전에 이 책을 읽을 시점 나의 루틴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매일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탄다. 출근하는 사람들에 끼어 겨우 타고나면 책은 물론이고 핸드폰을 볼 여유 공간조차 없다. 이번 역과 다음 역이 표시되는 전광판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내릴 역만 기다리는 것이다. 환승역에 도착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가는 역은 비교적 사람이 적은 곳이라 아까처럼 끼어 가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갈 때가 많다.

 

자리에 앉으면 이어폰을 낀다. 주변 소음을 차단한 채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피아노 버전으로 듣는다.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울릴 때쯤 비로소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편다. 이북으로 읽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본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노란 화면에 곡하게 적힌 글씨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생동감과 행복을 느꼈다.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독자로서 염려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솔직함에 빠져들어갔다. 이슬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과장되게 포장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일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당돌하게 풀어나간다. 이런 솔직함과 당돌함이 이슬아 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수필집을 읽으면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하나는 남은 페이지 수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터졌다는 것이다. 사실 남의 이야기를 그것도 572쪽이나 되는 이 책을 다 읽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몇 편만 읽고 말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결국 다 읽었다. 이슬아가 쓴 매일이 궁금해서도 있지만 읽는 시간 동안 그리고 읽은 후에 다시 돌아보는 내 일상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뭐든 이야기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반복적인 일상에 새로움을 발견해 이야기화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슬아는 해냈다. 그것도 과한 첨가물 없이 말이다. 내가 그녀의 글에 묘하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슬아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슬아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슬아의 글은 읽히고, 내 글은 읽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 일지에 대해. 그건 바로 '글을 쓰는 자세'에 있었다.

 

이슬아의 글은 읽어달라고 호소하지 않는데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호소하지 않는 글이 더 호소력이 짙은 역설적인 경우다. 이슬아는 낮은 자세에서 글을 쓴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던 거 같다. 못함보다 잘함을 풀어내는 게 내게는 더 쉬웠던 것 같다. 오만에 사로잡혀 서슴없이 글을 썼던 적도 있다. 스스로의 편견에 사로잡힌 글이 독자의 마음을 울리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슬아는 '부끄럽다' '죄송하다' '아쉽다'라고 말한다. 이런 말들 앞에는 항상 '더 잘 해내지 못해', '더 잘 쓰지 못해'라는 말이 붙기 마련이다. 그녀는 매일 글을 쓰면서도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그런 진심이 독자에게 전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솔직하다'는 것은 양면적인 뜻을 지닌다. 거짓 없이 바르고 곧으면서도 지나치게 솔직할 경우 남을 해치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낮추고 때론 질책하고 다시 북돋으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썼다. 이슬아의 책이 또 그녀의 삶이 사랑받는 이유는 '당돌한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으면서 보냈던 아침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 그리고 글을 쓰는 삶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도 글을 오래도록 쓰고 싶다.

 

끝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던 책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파리에서 만난 곽 언니의 아이들이 짧은 불어를 슬아에게 알려주는 장면이다.

 

"(...) 정말로 여기 있는 말만 말한다면 내 인격은 매우 바보처럼 보일 것이었다. 고맙고요, 괜찮고요, 제 이름은 슬아입니다. 프랑스어는 할 줄 모릅니다 (...)"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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