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시는 명화만 모아 놓으면 된다? (1) 동선 [미술]

관객의 입장에서 말하는 ‘편안한’ 전시
글 입력 2023.10.0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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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잘된 전시란 무엇일까? 어떤 것을 고려해야 관객을 배려한 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전시의 주인공인 명화들만 훌륭하면 되지 않을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림외의 요소들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그림을 보고 있다는 설렘에, 주변 환경을 의식하는 것조차 몇 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쾌적한 환경도 필수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전시들은 대부분 수준이 높은 편이다.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큰 불편감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수준이 떨어지는 전시가 아닌, 완벽에 가까웠던 편한 전시회를 다녀온 후에야 전시 기획의 중요성이 체감되었다.

 

 

거장의 시선.jpg

 

 

대표적으로, 무언가를 추가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기로 선택한 편한 전시, 「거장의 시선 - 사람을 향하다」전을 칭찬해 주고 싶다.


가장 차별성이 드러나는 요소는 해설이었다. 주요 작품에만 해설을 달아놓는 다른 전시회들과는 달리, 모든 작품이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공개되고 있었다. 가독성이 좋았으며, 검색만 해도 나오는 기본 정보가 아닌, 그림을 감상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로 쓰여있었다. 해설에 신경을 쓰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영향이 한국에서도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루하고 긴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닌, 3~4분 정도의 짧은 영상 미디어가 재생되어서 만족스러웠다. 핵심만 다루는 상영 덕분에 관람객 순환이 잘 조절되었다.


셋째, 동선이 깔끔했으며 스태프들도 부담스럽지 않은 태도로 방향을 지시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적절하게 52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관객의 체력을 고려해야 하므로, 명화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특히나 넘쳐났던 요번 전시는 힘들어지기 직전에 끝이 나서 다행이었다.


사실 단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명한 전시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태까지 혼잡함을 가지고 불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거장의 시선 - 사람을 향하다」전은 심각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시간 예약제라는 좋은 대기 방식을 선택했지만, 한 타임에 입장 가능한 관객 수를 훨씬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을 굳이 하나 더 뽑자면 기념품이 아쉬운 편이었다. 기념품 중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도룩과 포스터 또한 소장 욕구를 부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대체적으로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편이었다.

 

방금까지는 한 전시에 관한 나의 후기였다. '전시 기획 이야기 중인데 갑자기 후기가 왜 나오는 거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가 아니다. 후기와 전시 기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전시회를 가기 전에 후기를 검색해 본다. 특히, 관람이 고민될 때는 후기가 예매 여부를 결정해 주기도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동선이 복잡하다.”

“오디오 가이드가 도움 되었습니다.”

 

관객 수, 대기 방식, 도슨트, 동선, 유리 프레임과 사진 촬영 여부는 후기에서 언제나 언급되는 사항들이다. 그 외에도 작품 개수, 온도와 습도, 전시의 주제와 전시실의 세부 디자인, 기념품, 다감각 전시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다.


기획자는 평소에 전시회들을 다니면서 직접 관객이 되어보거나, 공통적인 후기들을 참고하여 전시를 기획한다면, 훌륭한 전시회가 탄생할 것이다.

 

 

 

동선


 

동선은 고려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선.jpg

 

 

한 점 한 점, 꼼꼼하게 감상하는 관객에게 동선은 특히나 중요하다. 이들은 한 점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단순하고 헷갈리지 않는 동선을 선호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동선은 한 방향으로 깔끔하게 짜인 루트이다. 이러한 동선은 작품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전시실이 여러 갈래로 나뉘거나, 전시실 중앙에 작품들을 배치하면 감상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어떤 방향으로 돌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전시실에 먼저 입장할까?’

‘중앙에 있는 작품들을 먼저 보고 벽을 돌까?’


하지만 경로를 결정했어도 다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벽 쪽 작품들을 먼저 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중앙 작품들을 먼저 봐야겠어!’

‘앗, 내가 아까 어디까지 봤더라?’


단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관람객이 많으면 사람들끼리 부딪히거나 꼬이기도 한다.


작품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 안에서, 이동 경로 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작품까지 감상했는지 기억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추가된다.

 

 

[한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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