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차가운 차에서 나는 따뜻한 온도를 느꼈다.

면접장에서 조직의 온도를 느끼는 법
글 입력 2023.09.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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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것 좀 드릴까요?”

 

취업을 위해 이 회사 저 회사를 방문할 때, 공통으로 듣는 말이다.


나는 최대한 건실한 사람의 웃음을 지으며 낯선 인사 담당자와 인사말을 나눈 후, 나만이 낯선 존재인 공간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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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으로 바싹 마른 입과 마음을 안고, 텅 빈 회의실에 앉았을 때 담당자는 말을 건다.

 

이때 건네주는 말은 조금씩 다른데, 크게 두 종류였다.


(1)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2) “커피나 차가 있는데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1)의 경우 별다른 물음 없이 뭔가를 가져다주신다. 냉수, 비타 500, 팩 주스 같은 것들. 몸과 마음이 최고의 컨디션이라면 무엇을 씹어 먹는 소화가 잘 되겠지만, 나는 내어 주신 것의 대부분을 잘 마시지 못했다.


한 번은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공간에서 20분이라는 대기 시간 동안 몸이 오싹해진 적이 있다. 담당자분이 돌아오시면 따뜻한 물을 부탁드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차가운 냉수가 한가득 담긴 종이컵이 내 앞에 도착했다.


면접이 시작된 후, 물이 스며든 종이컵은 흐물흐물해졌고, 그 흐물거리는 종이컵을 두 손으로 부여잡은 내 혀와 근육과 정신은 딱딱해졌다.


얼음만치 차가웠던 물이 미적지근하게 식어가는 것이 마치 나에 대한 이곳의 관심도 같았다.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 지원자가 일을 바로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의 회사는 이러한데 지원자가 여기에 맞출 수 있는지. 그것을 가장 궁금해했다.


처음엔 나의 피해망상일까, 싶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았다. 맞는 이유는 꼭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조직의 기본적인 분위기와 매너가 그러한 경우 때문이고. 틀린 이유는 (1)과같이 대답해 준 회사의 대다수는 정말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 모두 미적지근했기 때문이다.


반면 (2)처럼 나의 선호를 묻는 조직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는데, 의례적인 인사말 외에 다른 말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회사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오는 길에 날씨가 추웠는지 더웠는지 물어보고 답한다. 잠시 후 보게 될 면접은 몇 명이 보고, 어떤 사람들인지, 편안한 분위기이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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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호, 상황을 알고 내어주신 차가운 물은 저번의 차가운 물과 달랐다. 뜨거운 열기를 가라앉혀 주고, 혀의 근육이 적당히 긴장감 있게 모여졌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유리컵에 담긴 차 한 잔을 마주한 순간, 이 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다.


실제로 (2)의 질문을 들은 회사에서는, 면접관들과의 대화도 비교적 긴 시간, 심도 있게 흘러간 경우가 많았다. 그들도 당연히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그 답을 ‘나’라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캐내고 이해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면접은 합격 불합격의 결과와 관계없이 나에게도 남는 게 있다. 나를 어떻게 더 잘 표현해야 할지, 지금의 회사가 사원에게 바라는 역량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보고자 했던 조직은 면접장을 벗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배웅해 주었다. 이것이 서로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르는데, 끝까지 웃음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마무리한다.


나는 조직에도 ‘성숙함’의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실리를 따지며 효율을 우선시하는 곳과 안 보이는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숲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곳.


한 명의 개인도 성숙해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니, 조직이 성숙하다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일 것이다.

 

각기 다른 개개인이 모여있고, 커뮤니케이션의 방식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기에 성숙한 조직을 만났을 때 기대감이 솟구쳐 오른다. 어떤 조직 문화를 갖고 있기에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렇다면 내가 그런 조직에 속할 수 있을지.


그러면 나부터 누군가를 이해하고 깊이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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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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