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나를 아나요? [사람]

나는 나를 압니다.
글 입력 2023.09.28 01: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누군가 당신 앞에 등장하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추석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난 이르게 겨울을 꿈꾼다.

 

추운 건 싫지만, 겨울은 좋아서 완전히 건조한 바람이 불기 전에 겨울맞이 준비를 한다.


체크무늬 아니면 아이보리에서 베이지 그사이 포근한 이불로 바꾼다. 향초는 블랙체리와 쿨에서 코튼으로 바꾼다. 남들보다 이르게 수면양말을 꺼내 자기 전에 항상 신고, 눈은 언제쯤 올까 매일매일 날씨를 확인한다.

 

막상 눈이 오는 날엔 신나게 맞기보다, 먼저 사람들에게 눈길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잔뜩 한다.


플레이리스트는 주로 이전 해에 자주 듣던 노래들로 바꾸는데,  콜드의 와르르, 김승민의 인생받아쓰기 그리고 Kiana Ledé . Ella Mai 노래들이 오랜만에 플레이리스트로 들어왔다.

 

 

 

 

겨울엔 가뜩이나 감성에 젖어 사는 내가 더 분위기에 빠져든다. 여름엔 몇 줄로 끝나던 일기들이 한 페이지가 되고, 괜히 분위기를 잡고 싶어 스피커로 올드재즈를 잔잔하게 틀고 쓴다.


난 열아홉의 겨울부터 스물다섯의 지금까지 이러면서 산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만한, 나만 아는 내 작은 행복들로 인생을 산다. 누군가의 앞에 등장 전에,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니까 괜히 열심히 꾸며가며 썼는데 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가 아는 나, 남에 의해 판단되는 나와 진짜 나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세상이 객관적인 성공 혹은 실패의 결과로 나를 나타낼지라도. 내가 위의 것들을 말하기 전에 아는 사람 있었나? 없었다.

 

그러니까 남들은 모를지언정 나는 아니까, 나라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줘야 하고 든든하게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

 


IMG_2385.PNG

 

 

3년 전쯤 있었던 일이다.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재미 있어보이는 시집 한 권을 빌려 집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곳에 누군가 연필로 밑줄을 긋고 별을 그려놨다. 나는 시집을 두 번째 읽을 때 이것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책을 본인만의 책인 양 사용한 것에 대한 불쾌함이었고, 두 번째는 내가 온전히 모든 문장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그어놓은 줄에 시선을 뺏겨 그 문장만 계속 곱씹는 사이 다른 문장에 담긴 의미들을 놓쳐버렸다는 걸 다시 읽기 시작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남이 그려놓은 표식들에 진짜 내 마음을 울리는 것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박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