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열여덟, 그 여름 -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3

글 입력 2023.09.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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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3_포스터_최종(0816).jpg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3은 올해 19회를 맞는 세계 유일 아시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다.

 

올해의 슬로건은 ‘열아홉’으로, 20살이 되기 전의 설렘과 두려움 등의 감정을 담은 풋풋함이 돋보인다.

 

<그 여름>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영화 <그 여름>은,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수록 되어 있는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고등학생인 이경과 수이 두 소녀의 설레지만, 씁쓸한 사랑을 잘 보여주었다.

 

*본 글은 <그 여름(2023)>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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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이경과 수이의 첫 만남은, 수이의 축구공에 이경의 안경이 부러지면서 시작된다. 수이는 미안한 마음에 딸기 우유를 사주는데, 일주일 내내 딸기 우유를 사주는 동안 이경과 수이의 마음은 커진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점점 어른이 되어가며 현실적인 것에 어긋나 추억으로 끝나버리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누구나 특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연애를 하게 된다. 비록 소설 매체로 표현되었을 때 더 울림을 주는 서사라고 느꼈지만, 영화는 맥락 없는 끌림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그냥이기 때문이다.

 

영화 중반부 이후 이경이가 은지에게 왜 갑자기 호감을 느꼈는지 의문을 가지는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한순간의 끌림이 찰나의 햇빛에 반짝이듯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때론 말로 설명할 수 없고 말이 안 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영화의 초반 장면에 이경과 수이는 집에 가는 길에 새를 만난다. 이경은 수이에게 “저 새 이름 알아?”라고 물어본다. 수이는 대답한다. “왜가리.”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경은 수이와 함께 왜가리를 보았던 다리에 가서, 왜가리를 본다. 수이와 헤어진 지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이경은, 사랑이 끝나고서야 그때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한다. “왜가리.”라고 시작한 사랑은 ‘왜가리’로 끝나며 수미상관 구조로 영화는 끝이 난다. 처음 사랑이 시작되었던 곳은, 사랑이 끝난 후에 왜가리를 통해 기억될 것이다.

 

수이를 통해 몰랐던 새의 이름을 알게 된 이경은, 사랑을 하면서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그 둘은 서로가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삐끗거리면서 틀어졌던 사이는 사실 서로를 너무 소중히 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을 수도 있다.

 

점점 어른이 되어가면서, 가치관과 성향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어릴 적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는 아름답고 풋풋하게 묘사되었다. 사랑이 가지는 순수함과 쩔쩔매는 듯한 마음이 아름답게 영상화되었다.

 

한편으로는, 이경의 내레이션으로 흘러가는 영화가 원작 소설의 텍스트 기반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그러나 이경의 입장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영화의 장점이 되기도 했다. 인물의 생각이나 마음이 작위적인 대화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경의 내레이션으로 속마음을 잘 알 수 있어서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더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영화는 시청각적 요소, 특히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리는 것에 주목해서 연출되었다. 햇빛을 받은 나무와 그림자, 이경이가 수이와 헤어짐을 상상하는 장면 등 애니메이션 특유의 몽글몽글하고 섬세한 아름다운 영상미는 잘 활용했다고 느꼈다.

 

<그 여름>에는 이번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3의 슬로건 ‘열아홉’에 잘 맞는, 풋풋함이 담겨 있었다. 러닝타임이 61분으로 짧은 편에도 불구하고, 반짝 이끌렸다가 끝나는 사랑이 잘 나타나 있는 영화이다.

 

 

 

에디터 심선용.jpeg

 

 

[심선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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