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정하고 특별한 이야기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공감각적인 이야기
글 입력 2023.09.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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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_평면.jpg

 

 

음악과 미술, 가까운 듯 멀고 비슷하다가도 다르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발전해왔지만 그 역사를 따로 말할 수 있는 엄연히 다른 분야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경계를 허물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음악과 미술이라는 분야의 특징이나 역사가 아니었다. 때로는 작품의 주제가 그들을 하나로 묶기도 했고 창작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이나 창작 당시의 상황 등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다양했다.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 속의 예술을 이렇게나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다정한 문체를 지녔다. 단순히 ‘글’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옛날옛적에’로 시작할 것만 같은 따뜻한 이야기를 닮았다. 작가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할 화가나 음악가가 어떤 사람인지 간단히 소개하고 해당 글에 걸맞은 부분에 대해 풀어주기 시작한다. 때로 관련 용어를 설명해주기도 하며 친절한 이야기꾼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마침내 우리는 구전 동화를 듣는 것처럼 숨죽이고 집중하게 된다.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 머나먼 과거다. 우리가 그때를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읽다 보면 어쩐지 많은 것들이 존재하게 된다. 그림은 책에 삽입되어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음악은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QR코드를 삽입하여 우리에게 음악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속절없이 코드를 인식한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자꾸만 어딘가에서 음악이 들려오는 듯한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3장의 ‘지금, 감사하고 있나요?’에서 ‘미완의 아름다움을 품은 곡’에 등장하는 음악이 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 그 주인공이다. 작가는 이 곡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이 곡의 매력은 각 악장마다 분위기가 뚜렷하게 대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날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마차처럼, 음산하고 조급한 느낌의 1악장 도입부를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반면 2악장은 따뜻한 목관 악기들의 음색과 안정적인 멜로디 덕분에 평화로운 에덴동산 같죠.”

 

이수민,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크레타, 2022, pp.197-198

 

 

눈을 통해 인식되는 활자가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은 또 어떠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어떤 음악인지 들어보기도 전에 그 음악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각적인 묘사가 이 이야기의 매력이다.


이 이야기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나의 좁은 세상을 넓혀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2장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프로코피예프의 발레음악을 소개한다. 연극, 공연을 공부했었던 내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야기성이 짙거나 모티프적 특성이 강한 것이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음악으로 탄생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레음악으로서 무대 음악의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프로코피예프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으로 편곡했다고 한다. 발레공연이 없어도 그의 음악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다는 것이다. 시각적 요소가 주를 이루었던 희곡, 공연으로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청각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며 내 세상의 가지가 자란다.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나무로 자라날 시간이 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 중에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2장의 ‘구스타프 옆 구스타프’에 등장하는 ‘구스타프’다. 이름만으로 다섯 명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심지어 클림트, 말러, 융, 이 세 사람은 클림트와의 접점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얼기설기 엮인 이야기가 마치 프랜차이즈 영화를 보는 듯하다. ‘구스타프’라는 구심점으로 모인 예술계의 영웅 같기도 하다. 이렇듯 독특한 구성이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든다.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다정해서 따뜻하고 친절하면서도 독특한 이야기다. 그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 공감각적인 묘사가 음악과 그림 속에 빠져들게 한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싶거든 이 이야기를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예술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세상에 함께 빠져들길 바란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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