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의 작은 팁, 컬러 인사이드

우리를 둘러싼 색깔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글 입력 2023.09.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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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터넷에서 색에 담긴 의미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슈퍼 히어로를 상징하는 색이 대개 빨강이라면, 그의 대립자는 보색인 초록색을 상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색의 의미와 쓰임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기에, 그 글은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았지만 구태여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진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찾았다. <컬러 인사이드>, 크게 아홉 가지로 색을 구분해 각각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쓰임새, 그리고 어원까지도 설명해 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여타 미술 이론서처럼 문외한이 보기 어렵거나 사전지식이 필요한 글이 아니라서 좋았다. 저자가 업계에 오래 몸담은 디자이너인 만큼,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예시를 들어 실용성 위주의 정보를 제공한다. 상당히 쉽게 읽히는 글인데, 문화와 상업 전반의 예를 들어 색을 설명하다 보니 교양 분야의 잡지를 한 권 읽는듯한 기분도 든다.

 

나는 옷을 좋아한다. 조금 굶거나 맛없는 밥을 먹는 한이 있어도 원하는 디자인과 색깔의 옷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옷을 구경할 때마다 유난히 특정 색에 시선이 확 꽂히는 때가 있다. 흰색이나 검정은 워낙 기본이다 보니 말할 것도 없지만, 이상하게 노랑만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노랑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대체 이유가 뭐길래 노란 옷만 보면 마음이 혹할까? 여러 번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책에 따르면 노랑은 가시성이 아주 큰 색인 데다 유연하고, 낙관적이고, 친근하여 에너지가 가득한 색이다. 모르는 사람도 있냐고 비꼴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다들 이미 알고 있는 색감에 대한 느낌을 굳이 책으로 읽느냐고. 그러나 글자를 통해 언어로 표현하고 인지하는 것과, 막연히 색이 주는 느낌을 신경을 통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확연한 설명과 이해가 주는 명쾌함은 인생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고, 나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노랑이 주는 부드러운 에너지에 끌리고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던 거다.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누군가 물어보면 검정이요, 혹은 눈에 좋다고 하니 초록이요, 대충 넘어가고 말았던 지난날들의 내 무지를 책 한 권으로 깨닫고야 말았다. 몇년 전 뉴욕 여행을 갔다가 본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토록 오래 들여다보았던 이유가 이제야 밝혀졌다. 나는 노랑을 좋아했다. 그 컬러가 주는 기분 좋은 긍정을 내심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다.

 

나에 대한 깨달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도 꽤 도움이 될 책이기도 하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보라, 분홍, 검정, 하양.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색상들이지만 그것들에 내재한 힘이나 의미, 활용 방식이 풍부하게 소개되어 어디서든지 알차게 써먹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전문가도 아닌데 괜히 조금 알고 있는 척 조언도 해줄 수 있고, 인테리어를 바꿀 때나 물건을 구매할 때, 발표 혹은 보고에 필요한 작업물을 만들 때 등등 내 선택지에 대한 명분과 쓸모를 달아줄 수 있다.

 

몇 가지 예시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안나수이의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보라색, 여성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르누아르의 핑크, 결혼식에서 흰 웨딩드레스를 입게 된 이유나 한동안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아니쉬 카푸어의 반타블랙에 대한 장이 그것이다.

 

특히 여성이 결혼식에 흰 웨딩드레스를 입는 이유가 재미있다. 단지 순결을 상징하고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시작된 전통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한 19세기 프랑스 패션 잡지가 화이트 웨딩가운과 베일 스타일을 제안했고, 1840년 당시 최강국이었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화이트 드레스가 공개되며 유행처럼 번져나갔다는 것이다.

 

트렌드, 그리고 권력자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순백의 신부라니! 순결이나 순수, 시작의 의미는 실은 후대에 붙여진 것이 아닐까? 결혼이라는 신성한 맹세에 그럴싸한 수식을 더하기 위해서 말이다.

 

전반적으로 디자인 관련 직종이 아니어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책이다. 그만큼 읽기 쉽게 쓰였다.

 

이론보단 활용을, 학습보단 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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