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리지널이 주는 힘은 불변함이다 - 시스터즈

You are my sunshine ~
글 입력 2023.09.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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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것은 참 큰 힘을 준다. 우리는 과거와 전통에 대해서 배우고, 그 과거로부터 가르침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과거를 배운다. 나도 과거에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됨에서 오는 교훈은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 그리고 알아야 하는 길목에 지도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수능에 한국사가 있는 이유, 한국인들이 꾸준히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었다.

 

그중에서도 노래의 역사는 참 흥미롭다. 아무리 어려운 지식과 역사를 지닌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소재를 노래와 음악으로 풀어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호감의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노래를 부른 사람에게 쏠리는 시선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관심이 많다. 그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르기까지의 스토리를 아는 것은 대중들이 늘 원하는 것이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뮤지컬은 대중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담았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여가수들은 커다란 꿈을 갖고 무대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쳐왔다. 그 숭고한 헌신을 두 시간 안에 꼭꼭 담아 공개하는 뮤지컬, <시스터즈>다.

 

 

[2023 시스터즈]시스터즈(홍서영,신의정,이서영,유연,이예은,하유진).jpeg


 

시스터즈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그 막을 올린다. 6명의 여가수들, 그리고 그들을 소개하는 한 남자. 남자는 소개한다. 대한민국을 마구 흔들었던 그리고 아직까지도 K-pop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여섯 명의 스타들. 저고리 시스터즈의 김난영부터 희자매의 인순이까지 내 눈앞엔 밤하늘의 별보다 빛나는 스타들이 무대 위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총 6가지의 이야기가 연결되며 극은 진행된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주연 배우들이 1인 2역 이상을 맡았다는 점이었다. 다른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많은 앙상블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무대의 스케일을 넓히고, 주연 배우들의 피로도를 덜어주는데 이 뮤지컬 <시스터즈>에서는 앙상블 배우들이 거의 없고 주연 배우들로만 무대가 이루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2023 시스터즈]바니걸스(하유진,이서영) (2).jpeg

  

 

쇼뮤지컬인 <시스터즈>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거대한 인원’이라는 편견을 깨부쉈다. 많은 인원 없이, 그저 ‘노래의 힘’ 만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특별히 김시스터즈가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 전 불렀던 “You are my sunshine”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들렸다. 노래의 힘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김시스터즈의 두려움과 설렘, 어머니인 이난영의 당부를 되새기는 단호함. 이 세 가지의 복잡한 감정이 너무나도 밝은 멜로디를 더 굵직하게 만들었다.

 

나는 김시스터즈와 같은 시대를 향유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그들의 노래를 새로운 의미로 향유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들을 프로듀싱한 이난영의 강력한 의지도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녀를 최초의 걸그룹 프로듀서라고 소개하는 MC의 대사에 나도 모르게 이마를 탁 치게 되었다. 역시 현재와 과거는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등 훌륭한 걸그룹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 또한 이난영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3 시스터즈]김시스터즈(김려원,정연,홍서영).jpeg

 

 

뮤지컬 <시스터즈>가 준 또 다른 감동은 불변함의 기적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정말 우연히도 공연을 보러 간 8일 저녁, 뮤지컬의 주역들의 실제 모델이신 김희선, 윤복희, 고재숙 선생님께서 함께해 주셨다.

 

뮤지컬을 보시며 엄청난 감동을 받으셔서 그런지 선생님들의 볼에는 눈물이 맺혀있었고, 배우들과 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뜻하셨다. 더불어 선생님들은 여전히 그 커다란 무대보다도 더 큰 존재감을 지니고 계셨고, 말씀을 하실 때마다 무대를 얼마나 사랑하셨고 지금도 사랑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변한 것은 나뿐이었다. 선생님들과 그분들의 음악과 스토리는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켜왔다. 그분들이 살아있는 역사셔서? 오래된 원로 가수셔서? 그 무대가 밝고 더 커 보인 것일까. 아니다. 그 자리를 지키는 굳건함과 불변함만큼 큰 의미를 지니는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의 마지막에 MC는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의 음악계를 이끌어오신 시스터즈 덕분에! 우리 배우들은 오늘도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고 내려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대 연출의 큐 사인과 함께 마지막 커튼콜이 시작된다. 이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무대 그리고 배우들이 제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자리를 지켜주신 ‘시스터즈’ 덕분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과거가 힘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과거를 빛이 바랜 무언가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과거는 불변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우리는 그 불변함 속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에 앞으로도 과거는 계속해서 힘이 있을 것이다.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진 않는다. 분명하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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