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도 음악을 듣습니다 [음악]

글 입력 2023.09.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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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책 읽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당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상대방은 대체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답한다. 나도 그렇다. 당신처럼 이따금 책을 읽고, 매일 음악을 듣는다. 스포티파이와 유튜브를 뒤적거리며 귀를 한시도 가만히 두질 않는다. 고백하자면 이어폰 없이 외출하지 못한다. 취미라고 말하지만 사실 음악 듣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지하철 풍경을 생각한다. 수많은 칸 중에 하나로 잽싸게 뛰어든다. 그리고 눈알을 굴리며 자리가 있는지 살펴보지만 자리는 없다. 하는 수 없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헤드셋이나 에어팟을 끼고서 저마다의 세계를 여행한다. 보이지 않는 선이 지하철을 가르기 시작할 때 나와 당신들은 무수히 많은 노래 사이를 떠도는 먼지가 된다. 

 

먼지보다는 콩나물에 더 가깝다. 이어폰도 에어팟도 콩나물 모양이다. 이왕이면 먼지보다는 가장 강한 콩나물이 되어 보자. 자리를 잡으려면 음악의 여로를 벗어나야 한다. 눈은 빈 자리를 찾고, 귀는 어떤 밴드의 이미지를 탐미하며 무형의 에너지와 삶의 어딘가로 발을 걸친다.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해 슬픈 콩나물이다. 사람들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같은 노래를 듣고 있음을 발견한다. 낭만 없는 지하철에서 익숙한 노래라니. 어쩌면 5분 남짓한 노래를 반복 재생하며 몇 번이고 엇갈렸을지도 모르겠군요. 

  

*

 

지금부터는 일상에 편입된 음악이 아닌 음악이 편집하는 삶으로 초점을 돌린다. 무미건조한 삶에도 강렬한 체험은 종종 생긴다. 그 낯섦을 선명하게 글로 남기고자 음악을 듣곤 하지만, 내 문장에 드러난 낯섦이란 익숙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울룩불룩하지 않아 감흥 없는 평평한 문장이었다. 


그래서 어떤 곡의 제목이나 가사로 모든 체험을 요약해 버리곤 했었다. 개요도 글감도 다 필요치 않다. 방자하게도 노래 하나에 모든 문장을 내던졌다. 바싹 마른 글을 살찌우고, 문장을 윤문하도록. 모든 문장을 명확히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노래를 틀었다.

 

노래는 감정의 너울짐을 이해했고, 문장 부호로 표현하지 못하는 기교로 비어버린 마음을 아래부터 위까지 모두 살폈다. 알 수 없다는 명목으로 제쳐두었던 마음을 가사로 또박또박 읊었다. 내가 못다 한 말까지 모조리 토해냈다. 

 

 

난 자유롭죠 그날 이후로 다만 그냥 당신이 궁금할 뿐이죠

다음 세상에서라도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

이승환 - 천일동안(1995)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 가사는 다른 노래도 연이어 불러왔다. 그 유명한 김현철의 "왜 그래"(1995). 도대체 왜 아무런 말도 없는 거냐며, 내가 알면 안 되는 거냐고 계속해서 물어보는 가사에 차마 웃을 수 없었다. 그제야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져대느라 모조리 엉켜 있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러게, 정말 왜 그랬을까.

 

해묵은 이해가 나를 갉아먹는 건 끔찍하게 싫었기에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나의 울분을 가라앉혔다. 언제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나는 당신을 향한 수천 수백만의 물음표를 거둬들여 단 하나의 마침표로 만들었다. 

 

음, 나는 오늘도 타인의 공간에 들어왔다. 저마다의 취향으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집으로 한 걸음을 뗐다. 나와 당신들의 귀에 꽂힌 흰 물체를 타고서. 어쩌면 진정한 하이 테크놀로지는 음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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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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