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용이 갖고 있는 이야기의 힘 -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글 입력 2023.09.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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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좋아하며 만나게 된 지인이 작년에 세계무용축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평소 생각하던 춤과는 달리 혁신적이었다고,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곰곰히 무용에 대해 생각했었다.

 

춤이 대한민국에서 사랑받게 된지는 오래다. 젊음이 넘치는 거리에서는 항상 k-pop에 맞춰 아이돌의 춤을 춘다. 힙합부터 왁킹까지 이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 이제 춤은 그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무용이라고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둘 다 같은 의미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춤은 익숙해도 무용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무용에 대해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할 때 결국에는 다음과 같았다. 고상함, 아름다움, 차분함, 전통... 그러니 지인이 혁신적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어떤 느낌일지에 대하여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올해, 제26회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열렸다. 작년에 나에게 먼저 이야기를 했던 지인과 함께 나는 공연이 열리는 서강대로 향했다. 무더운 날이었고, 역에서 내려 서강대로 향하던 와중 대학로 한켠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춤을 추며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있는 신나는 음악 속에서 열심히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며 혁신적인 무용이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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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공연, Bodytalk - KOREALITY는 혁신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처음 한 여성 댄서의 아름다운 성악이 공연장에 가득 울려퍼지기 시작했을 때, 그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역시나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역시 아름답고 고전적인 무용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댄서는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시늉을 하더니, 대한민국의 '돼지 멱따는 소리'를 구현하듯 꽥꽥거리는 소리를 질러대며 얼굴에 돼지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다. 공연장에는 갑작스레 아이돌 빅뱅의 뱅뱅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댄서들은 나와서 트월킹을 추거나 공연장을 신나게 뛰어다니거나 하다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때당시 나의 감정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 공연의 흐름이 도대체 어떻게 진행이 되길래 이토록 정신없이 공연이 이뤄지는 것일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을 넘어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을 보러 온 것은 아닐지 순식간에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될수록,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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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춤이 '노랫말에 맞춰 동작하는 것'이라면 이날 본 무용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텔링과도 같았다. 기승전결이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소설과도 같다고 말이다. 무용수들은 모두 각각의 개성있는 눈빛과 표현력을 갖고 있었는데, 모두의 매력이 거대해서 어쩌면 캐릭터가 확실하게 잡혀있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도 느꼈다.

 

공연장에는 EDM이 울려퍼질 때도 있었고, 트럼펫이 울려퍼질 때도 있었다. 아름다운 천들 사이에서 한복을 입은 한국무용수가 마치 바다에 빠진 심청이처럼 공연장을 떠돌며 누빌 때도 있었고, 상의를 탈의한 여성 무용수 둘이 매혹적인 눈빛을 하고 관람객들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암흑 속에서 빛을 이용해서 물고기나 해파리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이를 춤으로 표현하여 심해를 표현하기도 했으며, 나체의 남성 무용수는 '인간 형상을 한 무언가'와 같아 보였고, 한 여성 무용수는 마치 '팥'을 뿌리듯 반짝이를 뿌려 그의 몸을 비늘로 뒤덮듯 했다.

 

이와 같이 아주 다양한 무용들이 활용되며 공연은 진행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전환되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더욱 공연에 빨려들게 만들었고, 그 빠른 흐름 속에서 정신없이 공연은 쫓아가며 감탄하다보니 공연이 끝난 순간 마치 하나의 아름답고도 기묘한 꿈을 꾸다가 깬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연성 없이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서 정신없이 흘러가는 아주 몽환적인 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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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공연을 보며 무용이 갖고 있는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한 소품이 없어도, 말을 하지 않아도,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행동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머릿 속에 있는 대한민국의 것들ㅡ 팥을 뿌리는 구마 행위, 돼지 멱따는 행위 등을 떠올리고, 그것과 연관되어있는 내가 알고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들을 떠올렸다. 현대의 것과 과거의 것이 조화롭게 혹은 부조화롭게 공존하고, 그것이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로 탄생하며, 그 공연에 흡입되는 것.

 

아트인사이트에서 몇 번 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나에게 춤, 무용이란 낯선 분야 중 하나다. 그런 내가 이토록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 예술이 갖고 있는 힘을 떠올렸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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