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샷은 무엇인가 [도서/문학]

인생샷 뒤의 여자들
글 입력 2023.09.0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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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나는 그 반대편에 서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두리 대란에 슬쩍 발을 걸쳐도 보았고 본격적인 싸이월드 유행에 탑승했던 세대로서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sns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본격적인 인생샷에 앞서 셀카의 문화사를 짚어주는 이야기들은 나의 학창시절을 짧고 굵게 훑고 지나갔다. 모니터 위에 달린 작은 화상 카메라 앞에 앉아 어울리지 않는 예쁜 척을 했던 어린 날의 나. 사진은 전혀 남지 않았지만 흑역사는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저장되어 있다. 분명 당시엔 예쁘다고 고르고 골라 게시했을 텐데 인생샷은 어째서 흑역사가 되었을까.


사진은 단순히 카메라 렌즈로 찍어내는 필름을 넘어서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는 지표일 수 있겠다. 현재 유행하는 흐름에 벗어난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반면에 사진에 찍힌 좋아요 수를 통해 대단한 무언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어떤 여성들이 셀카를 찍을까


 

그런데 인생샷을 찍기 위한 노력은 험난하기만 하다. 단순히 예쁘기만 해선 안되고 분위기도 있어야 했으며 소위 힙한 셀카를 찍기 위해 여성들은 고군분투한다. 작가는 과거 인생샷을 통해 시간을 할애했거나 또는 현재 진행중인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밀접하게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팔로워가 늘어나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예쁜 얼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친한 남사친이 비슷한 말을 했어요. 제가 그때 팔로워가 500명밖에 없을 때였거든요? 몇 년 전에요. 그때 남사친이 너 이 사진은 팔로워 5만 명, 10만 명인 사람들보다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20만 명은 되는 사진이라는 식으로요. 그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그게 지표가 된다고 여긴 것 같아요."]


'인생샷'이란 왜 예쁜 셀카여야만 하는 것인지 그 근본이 궁금해졌다. 한 여성은 좋아요 수를 통해 얻는 우월감과 불특정 다수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통해 점차 sns에 지배되어 가는 인생을 돌이켜 말했다. 인터뷰에도 나와 있듯이 인생샷은 더 이상 피사체의 '인생'은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사진의 결과물이 그것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여성들은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얼굴을 했지만 그들을 결국 특정 인물들이 원하는 20만 명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급의 사진을 만들어야 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서 수천 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 되었지만, 카페에 앉아 아무 대화도 없이 사진 보정과 엄선한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모습은 기묘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오로지 인생샷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여행을 도모한 전문 '꾼'들 같기도 했다. 누군가는 관종이라 말했고 결핍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며 동정 혹은 비난하기도 하며.

 

 


여성들은 왜 아름다운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가


 

작가는 여성이 되고자 하는 수많은 모습 중에 왜 아름다운 여성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인생샷과 이를 통해 인정 받고 싶어 하는 여성들과 관계가 있다. 사회가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표준은 코르셋처럼 숨통을 조여 오고 있었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해 온 탓에 누구도 잘못되었음을 인식 하지 못했을 뿐이다. 


인생샷에 목숨을 걸거나 그러한 여자들을 폄하하기 전에 그것이 미덕이라 여기게끔 만들어진 사회 분위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에 대한 기이함과 불쾌함에 대해 늘 생각해 왔다. 나의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을 저장하고 싶은 마음과 sns에 인생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 온몸으로 거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다.


아예 사진을 올리지 않거나 나를 지우자는 뜻은 아니었다. 진짜 '인생'샷을 올리기 위해 눈치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는 여성이 사회가 여성에게 원하는 미적인 부분을 깨고 나와 원하는 바를 쟁취함에 있으니, 페미니즘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쟁취할 자격이 있으며 이는 사회가 원하는 이미지가 곧 그 기준은 아니라는 뜻을 이야기한다. 특히 요즘은 젠더 문제가 야기된 콘텐츠를 언급하는 것만으로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침묵을 택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이 역시 제3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인데,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대에서 주체를 찾고 꾸려가는 것이 마냥 쉬워보이진 않는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고, 혹은 미움받을까 봐 나를 지우는 행위는 없어야겠다는것이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바이다.

 

 

[이보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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