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몽과 멜론, 자몽 맥주 [음식]

넉넉한 주말 낮에 온 걸 환영해.
글 입력 2023.09.0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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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가족들이 멜론을 잘라 놓았고 하몽도 다 꺼내 두어서 거실로 나가자마자 이색적인 아침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하몽은 전에 두어 번 먹어 본 적 있지만 어디서 본 것처럼 멜론과 같이 먹는 건 처음이었는데 나는 맛있고 좋았다. 그러나 멜론을 그 자체로 좋아하는 동생에게는 멜론과 하몽의 조합이 별로였던 모양이다.


왜, 음식의 마리아주(결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서로의 맛을 동시에 돋보이게 해 주는 결혼이 있다면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특징을 고스란히 받쳐 들고 그것만을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결혼도 있는 법이다.

 

동생에게는 하몽의 짠 맛과 멜론의 닷 맛을 같이 먹을 때 단짠단짠의 합이 나오는 게 아니라 멜론의 닷맛이 약화되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불만이었던 듯하다. 나도 이 둘을 같이 먹는 건 멜론을 짭짤한 하몽의 받침대로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이왕이면 하몽을 덜 짜게 먹게 도와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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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에 시킨 하몽은 감칠맛이 덜하다며 별로 먹고 싶어하지 않는 동생과 익히지 않은 음식은 기본 선호하지 않는 비위 약한 엄마 사이에서 하몽을 몇 점 더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엄마는 어제 내가 만들어 둔 게살 파스타 남은 것을 드셨다. 게살을 직접 하나하나 발라서 크림 소스에 넣었던 것으로, 확실히 바다 내음이 났던 파스타다. 동생은 멜론을 더 먹었다. 어쨌든, 마음에 드는 주말 아침이었고 나름대로 가족들이 음식을 균형 있게 나눠먹은 듯하다.


예전에 친구에게 추천받았던 자몽맛 맥주 한 캔을 엄마와 나눠 마셨다. 호기심에 얼음이 담긴 잔에 맥주를 부어 마셨는데 자몽맛 맥주인지라 과일음료 같고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아주 약한 술기운을 느끼며 좋아하는 음반을 틀고 누워 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서 두 시까지는 유유자적할 셈이다. 몸이 무거워도 가벼운 반주를 즐길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주말의 사치다.


넉넉한 주말 낮에 온 걸 환영해.


 

[신성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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