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엄마, 나는 누구일까?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9.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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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그녀의 이름은 미셸 자우너. 그녀는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어머니로부터 한국 문화를 접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미셸이 완벽한 한국인 식성을 갖도록 그녀를 키웠다. 그녀는 완전한 미국인도, 완전한 한국인도 아닌 불완전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불안을 느끼며 자랐다. 이로 인해 자라면서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도 트러블이 존재했다.


미셸은 '마미맘'과 같은 엄마를 원했다. 마미맘은 자신의 아이라면 쓸데없는 일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아이가 아프다고 징징거리면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하고, 아이가 아무리 못생겨도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엄마를 칭한다. 하지만 미셸의 엄마 '마미맘'과는 거리가 먼 한국식 교육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느 날은 미셸이 나무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미셸의 엄마는 그 나무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올라갔냐며 화를 낸다. 이는 한국 엄마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 컵을 떨어트린 적이 있었다. 그때 물론 엄마가 괜찮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엄마는 조심했어야지!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미셸은 미국에서 자라면서 보는 주변 엄마와는 다른 한국인 엄마의 보호 아래 자라며 엄마와의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미셸의 엄마가 말기 암 판정을 받으며 조금씩 달라진다. 엄마의 암 진단 선고 이후 엄마가 긴 투병생활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미셸은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미셸의 엄마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미셸은 이후 자신에게 한국 정서를 느끼게 해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문화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책은 미셸이 어릴 적부터 엄마를 떠나보내고 난 후 그녀가 다시 정체성을 서서히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성장 에세이다. 출간 즉시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의 추천을 받았을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책이다. 지금부터 책에서 느낀 감동적인 메시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음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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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은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자랐지만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 미셸은 H마트로 향해 한국 식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만든다. 책에는 다양한 한국 음식이 등장하고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이를 통해 한국 음식을 향한 미셸 자우너의 애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음식은 한 나라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문화다. 음식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에서 H마트에 가야 많은 양의 깐 마늘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요리에 마늘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짧은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요리가 시작되는 재료에서부터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음식을 통해 더욱더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H마트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유학을 와서 한국에서 먹던 인스턴트 라면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고, 설날에 떡국을 해 먹기 위해 떡을 사러 오는 한인 가족들이 있다. 이들에게도 먼 타국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음식을 완성하고 먹을 때 이 음식을 같이 먹었던 누군가를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음식만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문화는 없다.


음식은 우리끼리 나누는 무언의 언어이며, 우리가 서로에게 돌아오는 일, 우리의 유대, 우리의 공통 기반을 상징하게 됐다고.


 

 

헌신적인 엄마의 사랑


 

미셸은 엄마의 암 투병을 옆에서 지켜보며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을 뒤돌아본다. 부츠 이야기로 헌신적인 엄마의 사랑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미셸의 엄마는 새 부츠로 인해 미셸의 발이 까질까 봐 미리 편하게 신을 수 있도록 부츠를 길들였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이를 통해 엄마의 사랑을 알 수 있다.


미셸의 엄마는 미셸의 성장과정을 모두 기록했다. 이 구절을 보며 집에 있는 사진앨범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는 두꺼운 나의 어린 시절 사진 앨범이 2권 있다. 그 앨범은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6-7살까지의 모든 과정이 담겨있다. 그 사진첩은 대부분 80%가 나의 독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기록되어 있지만 그 시절의 엄마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소한 엄마의 모습들도 사진으로 남기려고 한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록해 준 만큼 과거가 될 엄마의 현재를 기록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미셸은 우리처럼 평범한 딸이다. 우리는 20살쯤이면 부모님과 떨어져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거리가 멀어지게 되며 심리적인 거리도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고 점점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됐을 때 우리는 후회한다. 더 자주 연락할걸.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걸.

 

 

 

H마트에서 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이름으로만 살아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부모님, 누군가의 친구 등 여러 가지 관계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책을 읽고 내가 소속된 관계 중 딸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엄마에게 어떤 딸일까. 항상 부족한 딸일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 그리고 떠나보내고 미셸이 느꼈을 감정은 감히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슬프게만 담아낸 것이 아닌 담담하게 음식을 통해 그리움을 기억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가족은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 가장 소중한 관계이다. 소중한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중함을 편안함이라고 착각하고 편안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그 소중함을 잃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중하게 대하자. 그것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안이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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