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혼란스러움의 모순, ‘가정교사들’

글 입력 2023.08.31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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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은 혼란스러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모든 이야기의 모순점에서 기인한다.

 

세 명의 가정교사들을 중심으로, 남자아이들, 오스퇴르 부부, 어린 하녀들, 창문 너머 망원경으로 그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노인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바꾼다.

 

그들이 가정교사들에게 주는 영향이 다르고, 가정교사들 역시 그들에게 주는 영향이 다르기에 함께하는 인물들에 따라 분위기의 결이 여러 번 바뀌는 듯하다.


동시에 각각의 집단들은 별개로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저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그러나 찾을 수 없는 집단들이다. 심지어는 나도 한 집단으로써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교류를 하지는 않지만 멀리서 이들 모두를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말이다.

 

노인은 가정교사들과 오스퇴르 부부의 집을, 그 울타리 안을 감시했다면, 나는 그 이상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함께 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가정교사들’은 정말이지 동화 같았다.

 

그녀는 문체와 분위기, 그리고 작품 곳곳을 채우는 요소가 이 책을 동화 같이 만들어준다고 했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특히 시각적인 표현이 이를 극대화한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시선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들, 그리고 그 느낌들은 절로 오스퇴르 부부의 집 울타리 안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색감 표현 역시 다양하게 등장한다. 가정교사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는 색의 드레스를 골라 입는다. 노란 옷, 파란 옷, 빨간 옷, 그리고 그들이 춤을 추는 초록빛 들판, 그리고 알몸의 색까지.

 

항상 그들은 색으로 표현되며 이런 표현들이 이 책을 마치 ‘동화’처럼 만든다. 그러나 ‘가정교사들’에는 결론이 없다. 어떠한 교훈도 없다. 그저 표현방식이 동화일 뿐,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동화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정교사들에게 ‘가정교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가 없다.

 

사실 그들은 모순 덩어리이다. 그녀들은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과 그들이 그 안에 없어서는 안됨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동시에 그들은 울타리 밖의 자유를 갈망하기도 한다. 또 혼자만의 울타리를 굳세게 다듬으며 혼자 존재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동시에 셋이 함께일 때 더 빛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어함과 동시에 육체적 사랑까지만 허락하기도 한다. 그녀들에게는 ‘가정교사’ 자체가 모순이며 혼란스러움인 것 같다. 사실 한 가지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아마 그녀들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정교사'임은 변하지 않는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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