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전에 사는 사람들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장소의 감각, 물질의 그물3 <선별과 해석의 소란의 공생>
글 입력 2023.08.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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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 벌써 23회를 맞이했다. 23이라는 숫자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 영화제라는 사실을 첨언할 필요가 있다. 「네마프」로 불리기도 하는 이 유서 깊은 축제는 8월 10일부터 22일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갤러리에서 진행되었다.

 

영상을 매개로 하면서도 '영화제'라는 명칭이 붙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네마프는 탈장르 영상예술축제영화와 전시를 동시에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크린을 앞에 두고 관객들을 앉히는 구조라는 점은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네마프에서 상영하는 영상은 조금 더 자유롭다. 대안영화, 디지털영화,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등 뉴미디어아트 영상과 전시가 상영된다.

 

 

 

2023년 올해의 주제 '안전한, 신체의 확장'



2023년, 아직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지는 않지만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메타버스, AR/VR/MR, 로봇, 드론 등의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확장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네마프는 과학기술 문명이 제공하는 풍요와 편안함의 간극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올해 네마프2023의 주제는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다.

 

해당 주제는 기술이 발달하며 많은 이들이 신체의 확장에 대한 기대와 환희에 찬 전망을 내놓지만,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의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즉,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 감각과 관행들을 되돌아보면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신체 내용과 형식, 그리고 비가시화된 신체의 안전함에 대해 관객과 함께 상상해 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선별과 해석과 소란의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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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18시 20분에 상영한 '장소의 감각, 물질의 그물' 세 번째 시리즈인 <선별과 해석과 소란의 공생 Symbiosis of Selection, Interpretation, and Verbosity>에서는 리스닝 세션 및 강연과 함께 라이브 화상 토크가 진행되었다.

 

<선별과 해석과 소란의 공생>은 사회학자 카이누마 히로시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연구를 한 것의 일환이다. 후쿠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10년 동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취재해 왔다. 그리고 보안상 취재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발전소 구내의 소리들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소리의 풍경'이 영상의 도움 없이 오로지 청각만을 자극하며 바다 건너의 한국인들에게 전달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식당에서의 소리였다.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을 접한 후, 관련된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연관 지었었다. 오염된 어패류나 인명피해, 방사선 누출과 같은 것이었다. 원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한 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그들이 식당에서 평범하게 식사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최근의 오염수 방출 논란과는 별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진행된 라이브 화상 토크


 

작품에 대한 감상이 끝난 후에는 카이누마 히로시와의 라이브 화상 토크가 진행되었다. 김신재 기획으로, 통역은 콘노 유키가 맡아주었다.

 

카이누마 히로시는 페스티벌에 초대해 줘서 기쁘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작품에 관한 의견을 더했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상상력이 좁아지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도 실시간으로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질이 좋은 영상보다는 고정관념에 맞거나 분노로 이어지는 영상에 선동되기 쉽다고 이야기했다.


관련된 설명을 직접 들으며 작품의 의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 안에서의 일상을 상상할 수 있는 소리들이 이번에는 다른 관점으로 다가왔다. 동시대 영상에 맞서는 시도 자체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은 카이누마 히로시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멀리에 떨어져 있는 작가와 관객이 작품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거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사회와 차이점을 보였다.

 

 

 

좋은 경험으로 남은 네마프2023


 

사실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에는 올해 처음으로 참여해 보았다. 기대와 설렘을 갖고 찾아간 곳에서 '영화와 전시를 동시에'라는 설명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관을 나오며 사유할 거리가 굉장히 많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랐다. 누군가는 작품들이 불친절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화두를 던져준 뒤 관객들에게 해석을 맡기곤 하는 '전시'와 유사한 형태를 띠었다.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이기도 했다. 8월 12일에 감상한 <선별과 해석과 소란의 공생> 역시 이전에 자주 볼 수 없었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영상 없이 소리로만 관객들을 주도하고, 실시간으로 카이누마 히로시와의 화상 토크를 진행하는 부분이 그랬다.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굉장히 자유롭고 독창적인 페스티벌이라는 감상을 받았다. 새로운 시도에 한계를 두지 않는 축제라면 앞으로도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네마프의 스물네 번째 질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며 내년을 기약하고 싶다.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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