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내 저자가 집필한 최초의 모차르트 평전 - 도서 '모차르트 평전'

글 입력 2023.08.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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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저자가 집필한 책으로는 거의 최초의 모차르트 전기가 탄생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영어와 독일어로 쓰여진 평전을 번역했던 지난 날을 뒤로하고, 이제 한국어로 직접 모차르트의 생애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도서 '모차르트 평전'의 저자 이채훈은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울대 철학과를 다닌 후 MBC 다큐멘터리 PD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음악이 없는 삶은 오류”라는 니체의 말에 평생 공감하며 음악과 인간의 관계를 다큐멘터리로, 도서로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다.


그는 ‘모차르트 평전’의 집필을 위해 국내외 수많은 자료들을 살피며 모차르트가 가족,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까지 샅샅이 조사해왔다. 단순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의 생애 전체를 마치 ‘다큐멘터리’로 다루듯 인물과 사건의 이면을 분석한다. 1763년 가족 연주 여행으로 역사의 발걸음을 뗀 ‘그랜드 투어’를 시작하여 1791년 미완의 작품 ‘레퀴엠’을 쓰다 갑자기 세상을 뜬 모차르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만날 수 있는 평전이다.

 

이제 모차르트의 인생과 일, 사랑, 우정, 죽음을 살펴보며 세기의 음악가가 거쳐간 인생사를 살펴볼 시간이다. 천재 음악가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눈을 감기 직전까지의 경로를 함께 살펴가다보면, 마치 그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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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평전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모차르트 평전’을 읽기 전 독자들은 이미 친절하게 설명된 ‘음악 용어’와 ‘모차르트 당시의 화폐’를 살펴볼 수 있다. 18세기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1 플로린(florin)은 한국 원화 최소 2만 원이라는 개념부터, 음악 장르와 악곡 형식, 악기의 종류와 특징, 템포의 분류, 연주 방법, 그 밖의 음악 용어 등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평전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음악계의 천재, 음악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모차르트’ 평전을 읽기 위해 앞 장의 ‘용어’ 해설만 제대로 익혀도 앞으로 어떤 음악회에 가더라도 심리적 거리가 줄어들 것이다. 


특히 ‘모차르트 소나타’에 익숙한 독자라면 ‘소나타’에 대한 설명은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주제가 등장하는 제시부, 주제가 발전하는 전개부, 주제가 한층 고양된 형태로 다시 나타나는 재현부까지 소나타 형식을 습득하기만 해도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평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심포니(symphony), 신포니아(sinfonia)의 설명도 살펴보길 권한다. 지금은 ‘교향곡’이란 뜻으로 쓰이나 17-18세기에는 오페라의 서곡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고 한다. 오페라의 서곡이 발전하고 진화하여 오늘날의 교향곡이 된 간단한 역사까지 알 수 있다.

 

 

 

유럽의 모든 음악 사조를 흡수한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음악가



저자는 모차르트를 “모든 경계를 뛰어넘은 음악가”라고 소개한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귀족뿐만 아니라 시민계층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생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모차르트의 음악은 가요, 동요, 군가 등 일상생활의 노래부터 클래식 음악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클래식과 대중 음악의 경계를 아예 허물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는 어린 시절 ‘그랜드 투어’를 통해 유럽의 국가를 여행하며 다양한 음악 사조를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모든 부와 시간을 동원하며 소극장 무대, 즉흥연주, 초견연주를 선보였다. 이 사이 모차르트는 위대한 선배 헨델의 음악도 접했으며 각종 궁전에서 그의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3년 반에 걸친 그랜드 투어 덕분에 모차르트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음악을 익혔고 화룡점정으로 청소년기 세 차례의 이탈리아 여행을 바탕으로 ‘오페라의 대가’가 되었다. 모차르트는 이탈리아에서 올린 오페라 <루치오 실라>를 위해 <기뻐하라, 환호하라> K.165를 작곡했다. 모차르트의 종교음악 가운데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가 여기서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기뻐하라, 환호하라>를 ‘목소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바라본다면 이 곡은 그가 작곡한 최초의 협주곡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모차르트 평전’은 모차르트가 왜 세월의 흐름에도 견고하게 그 위상을 유지하는 자인지 철저히 ‘콘텍스트’ 바탕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모차르트라는 인간의 생애에 방점을 두며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가 한 역할, 모차르트 시절 각국의 경제 상황, 그랜드 투어에서의 상세한 일화를 펼친다. 이를 통해 어떤 이유로 그가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음악가’가 되었는지 자연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

 

 


모차르트가 베르사유 궁정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거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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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평전’을 읽으며 내내 뼈저리게 느낀 한 가지는 모차르트는 그 스스로 ‘마땅히 서 있고 싶은 명확한 위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재능, 실력을 이미 알아보고 키워준 아버지 ‘레오폴트’의 소망이 투영된 것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성장 과정 내내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인재임을 스스로 인지하였고, 그러므로 자신이 열망하지 않는 자리라면 과감히 그 자리를 거절하는 담대함을 발휘했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는 베르사유 궁정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거절했다. 수많은 오페라와 음악회가 열리는 예술의 중심지이자 기회의 땅 ‘파리’에 도착했지만 모차르트는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시기다. “길은 군데군데 진흙탕이고 가야할 곳은 멀고 마차 삯은 비싸다. 다들 박수를 치며 칭찬하지만 그게 전부고 보수가 없다”라며 불평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모차르트는 완성도 높은 곡을 써놓고도 곡에 대한 사례를 받지 못해 애를 태운 날들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가 왜 베르사유의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거절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모차르트의 명확한 목적 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좋은 대우를 충분히 받는 악장 지위를 원했을 뿐, 단지 궁정의 오르가니스트 자리는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는 궁정 바깥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전달할 계획이 있었다. 청중이 기뻐하며 떠들썩하게 박수를 칠 부분을 ‘의도적으로’ 예상하고, 그런 효과를 노리고 작곡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청중의 심리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작곡을 했던 천재 모차르트는 분명 더 널리 ‘소통’하고픈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더 연습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연습했던 ‘노력하는 천재’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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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천재성에 관한 일화를 풀자면 아마 이 글의 전체 지문을 다 써도 부족할 것이다.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천부적인 재능에 감탄하고, 놀라워하고, 감격했을까. 그만큼 그를 뒤에서 시기 질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세상은 노력하는 천재의 진심을 절대 외면할 리가 없었다. 


‘모차르트 평전’에서 군데군데 그의 성실함을 빼곡히 확인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는 10분짜리 연주를 오로지 2번 듣기만 하고 그 곡을 완벽히 다시 칠 정도로 뛰어난 재주가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연습한 사람으로 ‘노력’의 한계를 모르는 자였다. 


“하느님 맙소사, 나는 아무리 열심히 땀흘려 연습해도 쩔쩔매는데, 당신은 애들 노래를 연주하듯 쉽게 하는군요!” 모차르트의 연주를 뚫어져라 지켜보던 리히터가 한탄하며 말했다. 


그러자 모차르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저도 열심히 연습을 했지요. 더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열심히 했단 말입니다.” 모차르트는 자유음악가이자 오스트리아 빈 음악계의 떠오르는 스타로서 1784년 3월에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연주회 일정을 소화한 적이 있다. 요한 에스테르하치 백작 궁전, 갈리친 공작, 러시아 대사 관저, 트라트너 저택 예약 연주회 등 숨가쁜 일정을 매일 달렸던 것이다. 


살인적인 일정이라 평할 지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도 모차르트는 ‘즐겨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바로 다음달 4월에는 부르크테아터에서 그의 대규모 연주회가 열렸고 교향곡, 협주곡, 아리아뿐 아니라 피아노와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 호른을 위한 오중주곡도 초연됐다. 모차르트는 휘몰아치는 일정 속에서도 자신이 인정하는 가장 최고의 작품을 써내려갔던 것이다. 전례 없는 악기 편성과 피아노와 관악기들 사이의 놀라운 관계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큰 영예를 얻어갔다. 하루 평균 12단짜리 악보 여섯 장을 매일 쓴 진정한 ‘노력한 천재’다. 


모차르트는 단순히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데 노력하는 것을 넘어서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열과 성을 다했다. 당시엔 작곡가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모차르트는 직접 자금을 대서 오페라를 만들 기획까지 하며 대담한 계획을 꿈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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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평전’을 읽으면서 왜 수많은 책 중에서 ‘평전’을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색해 보았다. 누군가는 평전을 읽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희망과 도전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모차르트 평전’은 평정심을 다지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극찬하는 위대한 모차르트마저도 인간관계, 사랑, 일, 정치, 경제적 이유로 끊임없이 고뇌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의 보편성’과 ‘과정’을 새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다. 


35년 간의 짧은 생애동안 끊임없이 무르익어 간 모차르트의 삶. 그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다면 ‘모차르트 평전’을 적극 추천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한 음악가였다는 역사가, 예술혼을 억압하는 수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최초의 자유 음악가라는 사실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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