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커스에서 현대 디자인까지 - 앙리 마티스, LOVE & JAZZ

글 입력 2023.08.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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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전시는 새로워야 한다. 유명한 작가일수록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 전시들이 수도 없이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거장의 이름을 건 전시를 진행한다면, 엄청나게 유명한 작품들이 포함된 블록버스터 규모의 전시이거나 아주 새롭게 독특한 주제로 진행해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앙리 마티스, LOVE & JAZZ>전은 후자에 속한 전시이다. 마티스의 컷 아웃 기법 작품들을 주로 다루면서 동시에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브랜드인 ‘메종 마티스(Maison Matisse)’와의 협업으로 지금의 마티스를 다룬다. 마티스의 드로잉, 스케치와 함께 컷 아웃 작품들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들어온 것은 메종 마티스 컬렉션들이었다.

 

마티스의 범주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는 앙리 마티스에 영감을 받아 ‘마티스 스타일’ 오브제들을 만들고 있는 현대 예술가, 작가, 디자이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1. 아티스트북과 마티스.jpg

 

 

마티스의 작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또렷하게 떠오르는 단어는 ‘색채’일 것이다.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티스의 말 중에도 그가 얼마나 색채를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는 문구가 있었다.

 

“색은 자기만의 존재 양식을 갖고 있다. 색은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꼭 사물을 재연하는 색이 아니더라도 색 자체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렬한 색채, 단순화한 형태. 야수파의 거장이었던 그가 인생 후반부에는 색종이를 주 소재로 커팅 작업을 이어갔다. 건강 악화로 인해 기존의 작업 방식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가 택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컷 아웃 작품 자체에는 예술 작업을 이어가자고 했던 그의 투지와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2-3. 서커스.jpg

 

 

마티스는 가위를 사용하는 작업이 목탄, 연필로 선을 그리는 행위보다 감각적이라고 말했다. 색종이를 잘라내는 작업을 ‘색채를 잘라내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조각가의 조각 작업에 비유하였고, 재즈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작업이라고 한다. 마티스는 서커스를 주제로 한 컷 아웃 작품을 여럿 만들었는데, 생생하고 강렬한 색채로 된 그림들이다.

 

서커스는 화려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서커스 천막 중앙에 위치한 무대에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비치고 모두의 시선이 모일 때, 비로소 공연이 시작된다. 아슬아슬한 묘기가 펼쳐질 때는 모두가 숨죽여 집중하고, 묘기에 성공할 때 모두가 환호한다. 그 기쁨을 서로가 공유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장소다. 이런 경험과 감정은 기억에 오래 남게 되지만, 기억은 늘 선명하지는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했던 부분만 또렷하게 기억되고 나머지는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컷 아웃 기법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화된 형태, 강렬한 색채는 기억의 순간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부분만 남게 된 결과물이지 않을까? 서커스와 마티스의 색종이들, 더없이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사진자료 07 앙리 마티스 특별전 전시 전경_메종 마티스 소품.JPG

 

 

이런 마티스의 스타일에 영감을 받은 21세기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새롭다. 전시 중반부터는 앙리 마티스의 4대손 장 마튜 마티스(Jean Matthieu Matisse)가 설립한 메종 마티스의 컬렉션과 스페셜 에디션을 확인할 수 있다.

 

앙리 마티스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이를 다양한 생활 제품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브랜드이다. 마티스 가족들은 마티스의 예술 정신이 제대로 구현된 제품들이 생산되기를 바랐고, 이를 실현한 게 메종 마티스라고 한다.

 

전시에서는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화병과 하이메 아욘의 화병 외에도 다양한 테이블웨어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마티스에게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된다. 포르마판타스마의 폴드 조명 시리즈나 페이 투굿, 크리스티나 셀레스티노의 디자인 작업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생소한 현대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알아보는 재미도 있었고, 메종 마티스 디자인 제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사진자료 09 앙리 마티스 특별전 전시 전경_미디어룸.jpg

 

 

한편,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미디어룸에서는 마티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방>(1908)을 재해석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룸 전체가 붉은 방이 되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미디어룸은 마티스의 팬이라면, 마티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방문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염없이 앉아서 마티스가 보던 붉은 방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어떤 풍경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을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마티스의 전시에는 너무 당연하지만, 마티스가 가득하다. 20세기 야수파 거장이었던 앙리 마티스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마티스들까지 가득하다. 전시장 한 켠에서 들려오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마티스 스타일들이 가득한 공간을 휘젓다 보면, 나도 ‘마티스 후계자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티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의 <이카루스>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 보기를.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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