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류 최후의 플레이리스트 [음악]

글 입력 2023.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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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사실 여름이 더운 거야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순리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근래의 여름이 과거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단순히 기분 탓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세계 각지에서 포착되는 폭염, 폭우, 가뭄 등의 이상 기후는 이제 우리에게 그저 예삿일이 되어버렸고,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사치재로 분류되곤 했던 에어컨은 이제 거의 필수 가전처럼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북극곰과 인류의 다음 세대를 향하던 걱정과 우려가 그저 우리의 오만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다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과 확연하게 다른 방식의 삶을 살게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커다란 무리는 아닐 성싶다. 이제 환경 문제는 미래를 구원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거대한 숙원이라기보다도, 현재 우리가 직접 당면하고 있는 시급한 과제의 일환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연유에서 오늘부터 지구에서의 평범한 삶을 정리하는 순간을 맞이할 때 함께하고 싶은 음악들을 한 곡씩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 보려고 한다. 갈 땐 가더라도 노래 몇 곡 정도는 괜찮잖아⋯? 부디 이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되기 전에 우리 인류에게 기적과 같은 희망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Antifreeze - 검정치마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은 어떡해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줄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설령 우리의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끝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결코 변치 않을 사랑을 기다리겠다는 낭만을 노래하던 검정치마의 'Antifreeze'는 언제부턴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의 노래가 되어버렸다.

 

불과 수십 년 후의 평온한 미래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 현시점에서 'Antifreeze'가 노래하는 낭만적 사랑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비록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게 되더라도, 사랑이라는 감정과 같이 결코 변하지 않는 형태의 소중한 가치들은 계속해서 그 건재함을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건 명확한 사실이라기보다는 그저 낙관적 희망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낙관적 희망에 계속해서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Antifreeze'는 매서운 현실 속에서 휘청이는 인류의 낭만을 지키기 위해 구축된 최후의 방어선과 같은 노래로서 끝까지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 - Zion.T (feat. YDG)


 

 

 

냉장고 문 열고 다니지 마

에어컨 켜고 다니지 마

실내 적정 온도 맞추고 다녀

이 사람아, 지금 대위기야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어야 했다. 2013년 발매되어 레게풍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컬트적인 가사로 소소한 화제를 불러모았던 자이언티의 '지구온난화'는 이제 마냥 즐겁게 들을 수만은 없는 노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노래가 발매된 이래 무려 10년의 시간이 흐른 현시점에서, 우리가 그때 그의 충고를 조금이라도 더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허황된 희망을 품어보는 것도 영 이상한 일은 아니지 싶다.

 

어차피 개인 규모의 자그마한 노력들은 환경 문제 해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노력 무용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지금과는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니 말이다.

 

먼 훗날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어쩌면 지구온난화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재난이 아니었을까?'라는 의미 없는 후회와 미련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벚꽃 엔딩 - 버스커 버스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매년 봄이 찾아올 때마다 국내 음원 차트를 점령하며 그 건재함을 꾸준히 과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봄 캐럴 '벚꽃 엔딩'. '후에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진다면 벚꽃 엔딩을 들려주며 이게 봄이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라는 한 음원사이트 유저의 감상평은 많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이라는 관용적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 근래의 변화를 돌이켜볼 때, 어쩌면 그다지 멀지 않은 시점에 해당 감상평의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설령 봄이라는 계절이 언젠가 영영 사라져버린다고 할지라도, 이토록 봄을 생생하게 추억할 수 있는 노래가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인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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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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