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겁먹지 말고 사랑한다고 외쳐, 넷플릭스 '하트스토퍼'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08.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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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소위 말하는 ‘너드’. 그런 주인공의 짝사랑 대상은 어디서든 사랑받는 인기쟁이.

 

둘은 우연을 계기로 친해지고 오해를 겪으며,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로맨틱한 사랑 고백과 키스는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하트스토퍼>의 줄거리는 언뜻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하이틴 클리셰를 품고 있다.


하지만 <하트스토퍼>가 그간의 수많은 하이틴 작품들과 다른 점은 바로 주인공 커플이 둘 다 남자라는 점이다. 남자와 남자의 연애 이야기인 <하트스토퍼>는 영국의 10대 학생 ‘닉’과 ‘찰리’의 풋풋하고 가슴 떨리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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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을 것 같았던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



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 있어 아픔이 있다.

 

강제로 성정체성을 아웃팅 당하기도 했고, 남자친구라 믿었던 벤은 찰리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조심스럽게 닫혀있는 찰리의 마음에 조회 시간에 옆자리에 앉는 닉이 서서히 들어온 것은 마치 운명 같은 과정이다.

 

닉은 소위 말하는 ‘인싸’ 남학생이다. 등교 전에는 정문 앞에서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서는 럭비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그런 닉도 옆자리의 찰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둘은 함께 터진 볼펜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함박눈이 내리는 날 함께 뛰어논다. 진지한 관계를 만들기 전 서로를 알아가며 추억을 쌓는 달콤한 단계들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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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찰리를 좋아하게 된 닉은 혼란을 겪는다. 평생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자신이 찰리에게 품는 감정은 분명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닉은 인터넷에 성소수자에 대해 검색해 보고, 성소수자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과 동성애를 혐오하는 수많은 글을 발견한다. 닉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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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닉이 찰리를 만나는 순간이면 머릿속의 소음들은 조용히 사라진다. 닉은 그저 찰리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너무 많은 목소리가 언급하는 ‘성소수자’라는 이름표는 닉에게 두려움과 혼란을 주지만, 이름표를 따라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은 순수한 행복만을 가지기 때문이다.


점점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많은 경우 성소수자 캐릭터의 핵심 캐릭터성은 그들의 ‘특별성’에 집중된다.


물론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수자들의 고충을 공유하고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그들의 특별함에 주목하다 보면, 그들도 누구와 다를 것 없이 수학 시험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몇 분씩 고민하고, 조금 더 운동을 잘할 방법을 고민하는 ‘평범한’ 10대 학생이라는 점이 잊히기 쉽다.

 

<하트스토퍼>는 이러한 측면에서 탁월한 캐릭터들의 입체감을 선보인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진짜 나의 모습은 뭘까?’와 같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고,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런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런 기분 든 적 있어? 뭐든 남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것 같고, 변하기는 두려운 거야. 남들이 놀라거나 당황할 무언가를 하는 것도 두렵지. 진짜 성격을 마음속 깊은 곳에 내내 묻어두고 살아온 것 같은 기분, 최근에 내가 느끼는 기분이 그래.] - 시즌 1, 5화 中

 

닉은 함께 다니던 럭비부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과 함께 남에게 심술을 부리고 거칠게 노는 시간은 묘한 이질감과 불편함이 감돈다. 하지만 선뜻 자신의 무리를 떠나지는 못한다. 익숙함을 포기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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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찰리와 함께 있으면 닉은 꾸밈없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다. 닉의 어머니도 “찰리와 함께 있을 때 훨씬 너답다.”라며 말을 건넨다. 찰리와 함께인 닉은 마음껏 장난치고 소리 내 웃고, 불편한 행위들을 일삼던 친구들에게 선을 그을 수 있게 된다.

 

자신다움을 찾은 닉은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우리도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아닌’ 기분으로 살아보지 않았는가. 서툰 10대 소년 닉이 성장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닉에게 진정한 자신이 되는 출발점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트스토퍼>를 보는 내내 나는 주인공 찰리와 닉의 사랑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나의 청소년기를 끊임없이 떠올렸으며 답지 않게 새벽까지 ‘다음 편 보기’ 버튼을 클릭했다.

 

사랑과 성장이 가득한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다음 시즌이 공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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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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