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글로 그대의 마음이 낫기를 - 1cm +me

1cm를 통해 전하는 희망과 위로
글 입력 2023.08.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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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me_표1(띠지x).jpg

 

 

친구로부터 생일 선물로 시처럼 짧은 글을 담은 책을 받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수필이나 소설처럼 긴 글에 익숙하던 탓에 짧고 상투적인 문장들 사이에서 무슨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 책을 읽다 말고 책꽂이에 둔 지 몇 년이 되었다. '1cm +me(일센치플러스미)'도 첫인상은 비슷했다. 공감이 갈까?

 

귀여운 삽화와 짧게는 한두 문장, 길게는 한 문단 정도 길이의 글은 생각보다 와닿았다. 이 책을 도서관에 들고 가서 읽다가 왜 이리 많이 울었는지. 별 문장도 아닌데 눈물을 참 많이 뽑아냈다. 짧은 글이 가진 힘은 많은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나의 상황에 대입시켜 읽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내 이야기 같고 내 문제의 해결책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가슴에 콕 박히고 만다.


책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Connecting, Breaking, Finding, Loving, Relaxing, Dreaming의 각 장은 현재의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인간관계, 고정관념, 상처, 사랑, 외로움, 꿈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위로를 담고 있다. 가장 먼저 와닿았던 글은 관계에 대한 글이다.

 

 

관계의 지도_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오래된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고정관념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오래된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더 높은 기대감을 싣는다. 높이 던진 공에 맞을수록 그 아픔은 커지듯, 높은 기대감은 때로 더 큰 실망감으로 이어진다. (중략)

 

오래된 친구를 가장 친한 친구라는 기대감이 섞인 프레임이 아닌, 말 그대로 ‘오래된 친구’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관계는 훨씬 담백해질 수 있다. 관계는 애써야 할 때도 있지만 애쓰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 (중략)

 

그 변화를 인정한다면, 관계에 자유를 허용한다면, 나 또한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최근 오랜 친구와 싸웠다. 자주 싸웠지만 이번 싸움은 유독 날이 서 있었는데, 친구와 나 사이에 곪은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연락의 빈도와 말투에 대한 불만으로 서로에게 화가 나 있었고 서운함이 잔뜩 쌓였다. 뿐만이 아니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았다. 나는 미성숙하고 이해심도 없는데 내게 본인을 감싸줄 수 있는 아량을 요구했다. 나는 그럴 만한 인물이 못 되었다. 그러다 언성이 높아지고 크게 싸운 것이다.

 

중학생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니 꽤 오래되었다. 이쯤 되면 서로를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고, 서로의 예민 포인트를 알기에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를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로부터 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많이 변했다. 너도 심경의 변화가 많았을 것이다. 나도 너에게 말 못 할 일들이 있었고 내 걱정과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많이 달라졌는데도 예전처럼 서로를 대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던 게다.

 

우리의 관계가 달라졌음을 자각하고 서로가 이전의 그 사람이 아님을 인정해야만 우리는 다시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걸 관계의 퇴보가 아니라,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나+ㅁ의 관계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꿰뚫고 있으며,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속이려 들면 안 되며,

그래서 우리는

남으로부터 자유로워져도 된다.

 


이십 대에 들어 내가 가장 몰두했던 고민은, “나는 너무 어설픈데 이걸 다른 사람이 눈치채면 어떡하지?” 였다. 나는 쭉정이 같은 사람인데 나의 무능을 남들이 알아채고 나에게 실망할 것만 같았다. 진짜 별것도 아닌데 대학 이름이나 과가 내게는 너무 무거웠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나보다 나아 보였다. 나는 능력도 성품도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전전긍긍했던 이십 대 초중반을 지나서 지금은 조금 편해진 상태다. 이만큼 이르기 위해서 참 많은 심리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그렇게 파악한 나의 상태는 다음과 같다. 나는 타인의 평가를 신경 씀과 동시에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스스로 의식했는데, 이 말인즉슨 자의식 과잉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나를 평가할 거로 생각했고 나의 부족함이 들통날 거라고 겁을 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남이 나를 평가하지만 나 또한 남을 평가하고 있다. 타인이라고 특별히 눈치가 빠르고 통찰력이 있어서 내가 상대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가 나를 파악할 리가 없다. 우리는 서로 같은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또, 나는 자꾸만 나를 삼인칭으로 바라보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느라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곤 했는데, 이건 나의 못된 버릇이므로 고치기로 했다.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함께하는 사람에게 온전히 관심을 쏟지 않고 정신이 다른 데 팔려있는 것은 상대에게 실례였다.

 

또 내가 지금 조금 못하고 있더라도 남들은 내게 크게 관심이 없으므로 이게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무용한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 남을 가장한 나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진짜 인간관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여전히 뚝딱거리는 모습이지만 그런 면이 크게 부끄럽지 않아졌다.


 

아이어른

 

어른 안에 덜 자란 아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세월의 속도가 어떤 두려움을 극복하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런 부분은 있다.

 


나 혼자만 단점을 극복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무거움을 이겨내는 중일 테다. 그러니 헤매던 지난 시간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이겨야 할 문제였다.

 

이렇게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읽으면서, 대부분이 공감이 가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는 몇몇 문제에 대해서도 이 책의 내용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또 나도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책이니 이 정도는 받아들여도 되는 이야기 아닐까?

 

 

낡은 열쇠로도

 

낡은 열쇠로도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작은 날개로도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풀피리로도 멋진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고,

몽당연필로도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일을 해내기 충분합니다.

 

 

이미 가진 작은 능력만으로도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뭔가 대단한 일을 해 보이겠다는 욕심은 진작 버렸기 때문에 나는 큰 기대 없이 큰 용기 없이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기운을 얻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다짐한다.

 

장기하의 산문집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일천한 실력으로 알뜰하게 뭔가를 만들어 낸다면 나다운 무언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부족한 피아노 실력과 화성학 지식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 나름의 맛이 있지 않을까? 아이유의 세련된 ‘비밀의 화원’만큼 이상은의 투박한 ‘비밀의 화원’ 노래도 여전히 우리가 사랑하는 건 이 때문 아닐까?


이 책은 머리맡에 두고 힘들 때마다 열어서 보고 싶다. 짧은 문장에 공감하고 울고 힘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책은 흔치 않다. 다정한 그림과 사려 깊은 글씨체를 선택하여 그 감정을 배로 만든다. 위로받고 싶을 때, 또 위로하고 싶을 때 가만가만 읽어야겠다.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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