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없는 진리가 난무하다 - 손쉬운 해결책

맹목적인 믿음에 물음을 던지다
글 입력 2023.07.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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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에서 현재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자기 계발'이다. 자신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한다. 서로 공격하기 바쁜 우리 사회에서 자기계발서 만큼 우리를 위로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존재는 흔치 않다. 현재 베스트셀러 목록 대다수를 자기계발서가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책에서라도 위로받고 싶다는 것으로 개개인이 힘든 시기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이런 점은 손쉽게 이용되어 가치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ChatGPT가 화제가 되자 그와 관련된 도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서 시장은 그만큼 몇가지의 키워드에 쉽게 점유될 수 있다. 이 중에는 '책'이라는 탈을 쓴채 전문적이지 않고 별다른 가치를 담지 않은 종이 더미가 널려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 솔직히 지친 상태이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현실성이 없으며 주장을 타당하게 설명하지도 못한다. 이것이 대다수의 자기계발서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과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설득력은 갖출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령 사회과학이나 심리학에서 증명된 이론을 토대로 설명한다면, 그에 대해 반박할 생각은 나지도 않게 된다. 어떤 연구가 그랬다고 하고, 수많은 시간과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 그렇다는데 어떻게 이를 부정할 수 있을까? 정확히는 부정이 아니라, 무비판적인 수용에 가깝긴하다.

 

여기에 의구심이 들었다면 《손쉬운 해결책》을 통해 짚고 넘어가길 추천한다. 시대를 사로잡은 심리학, 사회과학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왜곡된 결과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나면 시중의 모든 자기계발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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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할 수 없는 연구


 

과학은 순수한가? 단순히 생각해보자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학만 존재하는 세상이 없기에 절대 순수할 수 없다. 심리학과 사회과학의 연구는 외부의 개입이 작용될 수 있다. 가장 두려운 개입은 바로 '정치'이다. 정치는 나라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자 자본을 결정한다. 결국 정치에 의해 중요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타당하지 않은 연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자존감'은 캘리포니아의 정치인 존 바스콘셀로스(John Vasconcellos)의 관심을 통해 미국 내에서 큰 입지를 가지게 되었다. 정확히는 바스콘셀로스의 판단에서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내거나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연 자존감이 성공과 관련이 있는가?"가 아니었다. 그저 "자존감이 성공과 큰 관련이 있다"라고 잠정 결론을 내려버린 후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현재는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모두가 만족하는 방식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다. 만약 성공적으로 정의를 내렸더라면,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학습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자존감'과 성공과의 유의미한 관계를 밝혀야 한다. 사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진행된 후에 정치적으로 이용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작가는 이 점을 지적한다. 검증에는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이 개념이 맞다면 세상을 바꾸는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자존감'만 올려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책에서 검증한 '그릿', '넛지', '파워 포즈' 등 널리 알려진 개념에도 예외가 아니다.

 

 

(...) 문제는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지만 복잡하고 맥락 중심적인 주장들에서 과학적으로는 의심스럽지만 듣기에 그럴듯하고 흥미로운 데다 무엇보다 단순한 주장들로 비양하는 것이다.

 

- 손쉬운 해결책, p.56.

 

 

 

통계의 허점


 

검증의 과정이 중요하다면, 검증이 된 개념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검증이 과연 타당한지 알 수 없었다. 통계는 대중에게 어려운 개념이다. 통계적 검증을 통해 나온 결과는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통계로 검증하는 그 과정은 단순한 방법에 불과하다.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적 검증에서 p-값이 0.05 이하로 나올 때 통계적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몇 개의 정보를 조작하거나 뺀다면 p value는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연구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무엇이든 하는 누군가에게 p-값은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 정말로 임의의 숫자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과학을 더 엄정하게만들려면 이 수치를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일부 과학자들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 학술 출판 현장에 적용되는 우세한 현행 규정은 바로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p-값은 아주 쉽게 조작할 수 있다. p-해킹이 가능한 것이 그래서이다. 실험 결과치를 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완강하게 버티는 높은 p-값을 결정적인 p=0.05 밑으로 살짝 내릴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순간 짜잔! 그 실험 결과는 출판할 수 있게 된다.

 

- 손쉬운 해결책, p.267.

 

 

또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더라도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 단순히 관계가 있다면 상관관계, 원인과 결과가 명확할 때만 인과관계라 할 수 있다. 예시로 몸무게와 키의 관계를 연구했을 때 관계가 있음을 밝힐 수는 있다. 대체로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키가 크다는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몸무게의 무거움이 키를 크게 만드는 이유라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키가 크다면 몸의 부피와 뼈의 질량이 증가하므로 몸무게가 무거워진다는 인과관계가 더 자연스럽다.

 

이런 오류, 혹은 조작이 심리학에서 빈번하게(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일어날 수 있다. 과연 '그릿'이 높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반대로 성공한 사람이 그릿이 높은 것일 수 있다. 여기에는 실패한 사람이더라도 그릿이 높은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 오류가 담겨있다. 그릿이 높고 낮음이 성공을 좌지우지 하지 못한다는 점을 책에서 강력하게 비판한다.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다


 

이러한 개념의 문제는 확산이 빠르고 수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엇이 무엇을 결정한다!" 뿐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이론의 특수성이나 모순, 모호함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 특히 인과관계의 잘못된 설명은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넛지'는 그 자체로 잘못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넛지'를 통해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유혹이 너무 크다. 범죄를 '넛지'를 통해 줄일 수 있겠지만, 범죄의 원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그러나 넛지에 매료된 정책은 본질을 외면하게 된다. 사소한 변화만으로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기대가 본질에 다가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넛지'의 잘못이 크지 않다. 그러나 대중은 이미 넛지에 대해 맨 처음 제시된 개념으로 접할 뿐이다. 오해를 풀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정책 문제는 넛지로 비껴갈 수 없다.

 

- 손쉬운 해결책, p.253.

 

 

이외에도 '그릿'이 성공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은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그릿'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릿'의 중요성이 크지 않음은 차치하더라도, '그릿'이 크지 않은 사람들에게 절망과 환경에 대한 원망을 만들어 내게 된다. 하지만 그릿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저자 또한 자신이 그릿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내거나 현재의 일을 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다시 가지는 기대


 

심리학과 사회과학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통계적 허점을 방지하기 위해 검증의 허들을 더 높이자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혹은 가설을 멋대로 바꾸며 결과를 유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설을 먼저 기고한 후 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추후 알리는 방식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확실한 점은 이런 문제들을 직시한 세대가 앞으로의 연구를 해나가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저맨과 동료들이 출판한 것과 같은 논문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이다. 적어도 일부 심리학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복잡성'을 어느 정도 겸손하고 현실적인 태도로 다루고 있다는 신호 말이다. 그것은 또한, 일이 다 잘 풀린다면, 20년이나 30년 후에는 이 책과 같은 책이 더는 필요치 않으리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 손쉬운 해결책, p.408.

 

 

저자는 이 책이 비판하고자 하는 바가 본인의 책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이야기한다. 무언가 비판하더라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점을 본다면 적어도 사회에 널린 개념들을 맹신하긴 어렵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위로를 받고 매달리는 사람들이 여럿 보아 걱정되었다. 하지만 현실에 진리는 없다. 진리를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확신하는 것 만큼 의심스러운 것이 없다는 점. 이런 자세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져주었으면 바란다.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

 

 

[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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