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은퇴와 번복 사이 [영화]

글 입력 2023.07.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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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일본에서 정식 개봉했다. 국내에서의 개봉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지만, 아마 그다지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대한민국 극장가에서도 해당 작품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걸작들을 남기며 수많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인 만큼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나, 괜스레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도 은퇴를 번복하며 복귀한 이력이 다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인 만큼, 이번 작품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 결코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되지는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뿐 아니라 은퇴 이후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영화 감독들은 의외로 드물지 않게 포착되는 편이다. 예술가로서의 본능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 오피니언에서는 은퇴 후 다시 관객들 곁으로 돌아온 영화계 양치기 소년 몇몇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다루어 보고자 한다.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이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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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당당히 대한민국 영화계를 빛내는 흥행 감독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 이준익 감독. 그러나 찬란한 영광도 잠시, 그는 <왕의 남자> 이후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성적에 만족해야 했던 2006년 작 <라디오 스타> 이후, 잇달아 개봉했던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상업영화 감독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1년, 최근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야심 차게 내놓았던 그의 회심작 <평양성>마저 흥행에 실패하자, 이준익 감독은 결국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아직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았던 그는 이내 자신의 은퇴를 번복하기에 이르며 영화계에 다시 복귀한다. 그리고 2013년 개봉한 그의 복귀작 <소원>이 다행히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커다란 성공을 거두며, 그는 감독으로서의 재기에 당당히 성공한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준익 감독이 매체와의 인터뷰나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의 은퇴는 실수'였고, '관객들에게 늘 죄송한 마음'이라는 심경을 꾸준히 밝히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때 그가 은퇴를 선언했던 사실은 그에게 있어서도 크나큰 후회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준익 감독이 <평양성> 이후 정말로 영화계를 떠났다면, <사도>, <동주>, <자산어보>와 같은 걸작들이 이 세상에 등장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 한 영화 팬의 입장으로서는 그가 은퇴를 번복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모르겠다.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그의 복귀, 켄 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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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스>, <레이닝 스톤>, <빵과 장미> 등 영화를 통해 노동 계급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신랄하게 묘사하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켄 로치 감독은 2014년 개봉한 <지미스 홀>을 마지막으로 영화계 은퇴를 선언한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2010년대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겨온 것은 물론, 당시를 기준으로도 이미 70대 후반이라는 고령의 나이를 맞이하고 있었으니 퍽 자연스러운 은퇴 수순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가 은퇴 의사를 표명한 지 2년이 지난 2016년, 켄 로치 감독은 평생을 목수로 일한 노인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영국 복지 제도의 허점을 이야기 하는 작품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함께 화려하게 영화계에 복귀한다. 그의 복귀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무려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이끌어냈으니 가히 성공적인 복귀였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켄 로치 감독은 해당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지금 위험한 지점에 있다.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그가 은퇴를 번복한 덕분에 관객으로서 거장의 새로운 작품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의 영화 속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다소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10번째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 쿠엔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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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 빌> 등을 통해 특유의 독창적인 연출 방식과 유머 감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수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았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는 이전부터 10번째 작품을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을 멈추고, 위대한 감독으로서 역사에 남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온 바 있다.

 

이는 2019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개봉할 당시 그의 은퇴설이 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과거에 개봉했던 <킬 빌 - 1부>와 <킬 빌 - 2부>를 별개의 작품으로 간주한다면, 다름 아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그의 10번째 작품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영화가 공개될 무렵,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이 정말 걸작으로 남게 된다면 바로 은퇴할 의사도 있다"는 생각을 밝히며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게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가 한 영화 평론가의 이야기를 그리는 <더 무비 크리틱>이라는 제목의 장편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킬 빌 - 1부>와 <킬 빌 - 2부>를 하나의 작품으로 취급할 경우, 이번 <더 무비 크리틱>이야말로 변명의 여지 없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10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만큼, 그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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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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