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손쉬운 해결책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글 입력 2023.07.23 11: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손쉬운 해결책_표1띠.jpg

 

 

 

불편한 진실


  

나는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당연한 소리를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을 달리하지만, 핵심 내용은 다를 바가 없다는 점도 그 이유다. 자기계발 심리학의 기반이 되는 통계 자료, 연구 결과만이 시대에 따라 바뀔 뿐, 실체가 없다.


물론 성장 마인드 셋의 힘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자. 정말 개인의 태도가 성공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운도 필요하고, 그 방법론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서 성공한다고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자신들의 방법론이 시대의 진리라고 확신하지만.


자기계발서의 효용에 의문을 품던 와중에 <손쉬운 해결책>을 알게 되었다. 책의 서문부터 인상적이었다. 아래는 인상적인 부분을 인용한 부분이다.

 

 
나는 곧 우리 사회의 심리학 열광에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여러 설익은 아이디어들이, 100퍼센트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심하게 과장된 아이디어들이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열광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IAT가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런 아이디어들이 얻는 대중적 인기도 무해하지 않다. (p11)
 

  

<손쉬운 해결책>은 '자존감', '긍정심리학', '무의식의 힘', '넛지' 등의 유명한 심리학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론적 토대에 있는 결함을 낱낱이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학 이론이 대중을 상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자존감 장사


  

만약 당신이 국회의원이라고 하자. 아주 간단하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면? 예산을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8,90년대 미국의 '자존감 광풍'이 그 예시다.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이면 범죄율, 청소년 임신, 심지어 공해마저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대 히트를 쳤다. 자존감이 긍정적인 성과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 그 성과들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자존감에 관한 인과적 주장이 타당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존감을 높이면 범죄율이 낮아진다는 주장과 달리, 범죄자는 법을 준수하는 사람보다 자존감이 높았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미 자존감이 높았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러한 이론적 허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자존감 향상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탄탄하게 검증된 이론이 아니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손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설령 내부에서 비판이 일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갈 이유가 여기서 생기게 된다.

 

 
유행이 극에 달했을 때는 최고경영자들부터 사회복지 대상자들까지 거의 모두가 인상적인 자격증을 가진 심리학자들로부터 자존감이 성공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이는 개인을 향한 주장인 동시에 정치적인 주장이었다. (p21)
 


 

전장으로 간 긍정심리학


 

'긍정심리학'은 국내외로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소개된 바 있다. 


사람을 행복하고 낙관적으로 만들 방법이 있으며, 그러한 변화가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이론들이 그러했듯 긍정심리학 역시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실했다는 점은 유감이다.


심지어 주요 결론이 의심받거나 폐기되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에 의하면 긍정심리학은 미 육군에까지 팔려나갔다. 

  

당시 PTSD 예방에 심혈을 기울였던 미 육군은 자신들의 신념과 비슷한 포괄적 군인 건강 프로그램(CSF)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PTSD를 예방한다'라는 주장은 쉽게 치료하기 힘든 PTSD를 '예방'할 수 있는 희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포괄적 군인 건강 프로그램(CSF)은 PTSD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


연구자 닉 브라운 역시 "PTSD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는 증상들은 펜실베이니아 회복탄력성 프로그램(PRP)은 물론이고, 사실은 긍정심리학 범위 안에 있는 어떤 것으로도 예방되지 않는다."라고 비판적 논평을 작성한 바 있다.

 

 


만병통치약?



저자는 <손쉬운 해결책>을 통해 여러 가지 미숙한 자기계발 심리학이 사회 병폐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개인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책을 읽으며 어제 다녀왔던 중고 서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자기계발서가 여러 권 빽빽이 꽂혀 있었는데 쉽게 팔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진리처럼 여겨졌던 책이 정말 세상을 바꿀 혁신이었으며 그만한 효과가 있었다면 중고 서점에 이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든 소장해서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자명하고 손쉬운 진리가 세상에 쉽게 나돌아다니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릿 열풍이 부는 이유가 엄청난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그 유혹적인 전망에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 방치된 아이들의 삶을 덜 불공평하게 만들려는 진지한 노력은 더 크고 야심 찬 재분배성 사회적 프로그램, 즉 21세기 미국 정치 상황에서 제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회적 프로그램을 요구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릿은 손쉬운 임시방편이다." (p210)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기계발서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리고 저자의 사회과학적 식견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손쉬운 해결책>을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무언가 해소되지 않았던 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믿는다.


 

[이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1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