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임사회, 당연히 게임은 예술이다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7.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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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가 게임을 한 분야로서 담론하게 된 것은 꽤나 먼 과거의 이야기이다. 필자의 기억 속에서 게임이 미술계에 가장 활발히 논의된 시기는 2010년 초반이다.


먼저 2011년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ART OF VIDEO GAMES》 전시를 공표하며 전시될 게임의 투표를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전시는 2012년 3월 16일부터 2012년 9월 30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슈퍼 마리오》와 같은 전설적인 게임들의 원화와 CD를 배치하고, 또한 여러 게임 플레이 공간을 제공하였다.


위 전시가 진행될 시기에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에서도 자신들의 첫 게임 컬렉션을 장식할 14개의 게임을 소개했다. 《팩맨》, 《테트리스》, 《포탈》등이 이에 해당하였으며 MoMA의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가 이와 관련된 소식을 《TED》와 《콜베어 르포》에서 이야기하며 게임과 예술의 관계가 크게 화두에 올랐다.

 

해당 사건들로 인해 당시 예술계에서는 게임 그 자체를 예술로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격론이 오갔다. 조나단 존스는 《유감스럽지만 MoMA, 비디오 게임은 예술이 아닙니다(Sorry MoMA, video games are not art》라는 가디언지 칼럼에서 “피카소와 반 고흐 사이에 팩맨과 테트리스를 전시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종언을 뜻할 것”이라고 게임의 예술적 접근을 비판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게임사회》 전시는 위 사건의 중심인 MoMA와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 게임 소장품, 국내 작품을 포함한 9점의 게임 및 비디오 게임 문법과 미학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당연히 게임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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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MoMA의 전시에서 파올라 안토넬리의 큐레이션은 단 하나의 방향만을 제시하였다. "당연히 게임은 예술이다." 그녀는 게임 자체의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의 예술성을 설명하고, 그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나의 예술 표현의 매개체로서 인정하였으며, 또한 게임과 행위자의 인터랙션을 예술의 향유 과정으로 그 의미를 승격시켰다.

 

아직도 논쟁은 진행 중이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현재의 예술계에 잘 들어맞는 선구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를 필두로 미술 전시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추가해 관객과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것은 익숙한 정론이 되었고 특히 최근 유행하는 기업의 팝업스토어 전시는 말 그대로 '인터랙션 범벅'의 전시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예술의 '인터랙션 이론'은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창조한 행위자와 인터랙션과 사뭇 닮았다. 최초의 게임부터 발전된 목표 달성(Goal), 점수, 랭킹 등 성취와 보상의 고전적 상호작용 문법, 행위를 유도하고 행동을 제어하는 도상과 어포던스의 배치 등 고도화된 상호작용 미학은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정의되어 다양한 예술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즉 게임은 타 예술 형식와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예술 분야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로서의 게임의 경계와 문제의식을 《게임사회》는 '사회의 가상현실화, 가상공간의 사실성이 일상이 된 배경을 살피면서 ‘게임이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펼쳐 보인다.

 

《게임사회》는 '예술게임, 게임예술', '세계 너머의 세계', '정체성 게임'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전시를 배치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전시 관람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게임사회》를 관람하며 인상이 남았던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룬 파로키, 《평행 I-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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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룬 파로키의 《평행 I-IV》는 4개의 비디오 아트 연작을 병렬적으로 배치한 작품이다. 《평행 I》은 '게임의 자연현상 표현의 발전'을, 《평행 II》, 《평행 III》는 '게임의 현실 모방과 재현 방식'을, 《평행 IV》은 '게임 속 주인공과 상호작용'을 조명한다.

 

게임 그래픽은 건조한 픽셀의 나열부터 지금의 게임 엔진의 높은 표현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게임 그래픽을 현실과 맨눈으로 구별 짓지 못하거나 게임 속 재현된 세계를 현실 그 자체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룬 파로키는 '게임이 현실을 재현하는 완벽한 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놀라운 수준의 게임 그래픽은 폴리곤 덩어리를 극단적으로 정교한 매핑과 렌더링으로 덮는 구성 방식을 가지고 있다. 파로키는 폴리곤 덩어리의 본질을 드러내어 '재구성된 자연현상', '히트 박스', '세계의 끝' 등의 개념을 보여주어 게임 속 현실 재현의 유한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게임 속 주인공을 '무형의 카메라'로 바라본다. 이러한 지정된 '카메라 시선의 공간'은 너무나도 현실과 가깝지만, 그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파로키는 이 공간 너머의 시선을 보여주며 게임 속 재현된 현실의 모방 한계를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였다.


좋아하는 게임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다면 '나의 캐릭터는 게임 속 표현된 나의 자아'라는 이야기를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 속 주인공 즉 '재현된 나'는 꽤 재미있는 구조로 바라볼 수 있다. 주인공은 행위자의 자아를 가고 행위하는 실재자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의 행위자는 그를 바라보는 구별된 관찰자이다.

 

또한 나의 자아로 완벽히 통제하는 것 같은 게임 속 세계는 사실 제작자가 구성하고 의도한 서사 모델을 선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부여된 역할을 재생하는 NPC와 그 상호작용을 보여주어,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현실과는 다름을 보여준다.

 

 

 

코리 아칸젤, 《슈퍼 마리오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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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미학의 표현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은 코리 아칸젤의 《슈퍼 마리오 무비》이다. 가장 유명한 게임 IP인 《슈퍼 마리오》의 첫 게임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해킹하여 카트리지 원본의 그래픽을 조각내 재구성한 작품이다. 또한 칩튠 예술가인 페이퍼 라드와 협업해 원본 음원을 분해하여 재조립한 칩튠 형식의 새로운 배경음악을 제시한다.

 

아칸젤의 대표작 《슈퍼 마리오 클라우드》는 과거 게임을 뉴미디어 미학의 표현 도구로 승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작품의 개념을 이어받아 프로그래밍의 기술 발전으로 더욱 정교해진 이 작품이 주는 인상은 '순수한 혼란'이다.

 

제작자는 게임의 모든 도상에 역할을 부여하고 행위자는 이를 해석한다. '마리오의 외형을 가진 도상은 주인공', '얼굴 없는 구름은 배경', '얼굴 있는 구름은 밟는 대상'과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이러한 해석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코리 아칸젤은 원본을 조각내고 재배치하며 해석된 모든 도상의 의미를 부정한다.

 

또한 게임에서 각각의 도상은 서로 설계된 상호작용을 수행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게임이 기본 구성요소로서 행위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행동 제약을 인지시킨다. 이는 '굼바는 마리오가 밟으면 사라진다', '1UP이 적힌 버섯은 한 번의 기회를 추가한다'와 같다.


하지만 《슈퍼 마리오 무비》에서는 '1UP이 적힌 굼바에 마리오가 닿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처럼 비 개념적인 배치를 통해 이러한 상호작용의 매커니즘을 모두 해체하였다.

 

아칸젤은 자신이 파괴하고 조각낸 모든 도상과 크랙 이미지와 같은 프로그래밍 한계로 인해 의도되지 않은 이미지까지, 모든 게임 요소를 미학 표현 도구로 '순수한 혼란'을 유도하는 작품으로서 게임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이로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통해 아칸젤은 '순수한 혼란'을 통해 작품 간의 원본성의 경계와 복제, 모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람한,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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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세계는 흥미롭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 세계는 현실을 표상하는 리얼리즘과 상상력의 교집합 된 세계라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 역시 그런 세계의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세계는 람한의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평소 그녀의 아트워크에서 자주 보이는 몽환적인 색채 미감과 물체의 물성과 개념을 재해석하는 특유의 환상같은 작품 표현이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해당 작품의 특징은 VR 콘텐츠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VR을 활용한 확장 현실로서 서브컬쳐에 영향이 느껴지는 게임적 상상력이 가득한 세계로 초대한다. 또한 게임적 상호작용을 활용해 관람자에게 그녀의 '환상의 세계'를 강하게 몰입시킨다. 이를 활용해 게임의 상호작용을 지시하고 현실의 작용 반응을 게임 속에서 뒤틀면서 게임과 현실 상호작용의 경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 VR 게임의 확장 현실로 인해 작품의 그래픽이 비현실적인 폴리 게임 형식의 질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의 감각이 부피가 급격히 확장되어 '리얼하다'라는 경험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리얼하다'의 개념은 또한 게임의 스토리텔링에서도 드러난다. '쌍둥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은 실제 쌍둥이인 작가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현실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게임의 쌍둥이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로 그려내는 게임적 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은 현실의 경험과 게임의 허구 속 경계에서 그들의 대칭성을 통해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비대칭으로 게임 속 세계의 모호한 실재를 그려낸다.

 

 

[신효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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