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거를 통해 현재를 다시 보다 - 용의 아이 [공연]

글 입력 2023.07.21 12: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극단혈우_용의아이_포스터.jpg

 

 

이 작품은 고려시대 삼별초라는 역사적 실재와 용의 아이라는 신화적 이야기를 결합하여 잔인한 권력과 그로부터 고통 받는 민초들, 권력에 대항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신정권이 포악한 정권을 휘두르던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도망다니던 한 여인이 상황이 위급해지자 데리고 있던 아기를 동굴에 숨기고 도주 중 목숨을 잃는다. 인근 주민이 동굴에 숨겨 놓았던 아기를 발견하고 키우게 된다. 아기는 자라면서 괴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몸에 붉은 반점이 생겨 괴물이라는 놀림을 받는다. 어릴 적 숨었던 동굴이 용의 동굴이었기 때문에 ‘인간으로 죽지 못하고 괴물로 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것이다.

 

어느 날 마을에 도적떼가 침입하자 숨겨오던 괴력을 발휘하여 이들을 물리치고 마을을 구한다. 이 소문을 들은 몽골은 괴력의 주인공이 그동안 찾고 있던 몽골 장군의 목을 벤 김천지의 아들 김통정임을 알고 잡으려고 한다. 몽골과 화친을 맺은 고려 역시 그를 잡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결국 김통정의 가족들이 몰살을 당하고 김통정은 복수를 다짐한다.

 

한편 몽골에 저항하며 나라와 백성을 위기에서 구한 삼별초는 몽골과 화친을 맺은 고려 무신정권에 의해 배신을 당한다. 김통정은 복수를 하려고 정권의 권력자 김방경에게 찾아 갔다가 붙잡히고 삼별초의 대장 배중손은 김통정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를 구출한다. 이후 김통정은 삼별초에 합류하게 된다.

 

아버지 김방경에게 환멸을 느낀 딸 여월 또한 삼별초에 합류하게 된다. 삼별초는 몽골과 정부군의 추적을 피해 제주도로 피한다. 하지만 그곳까지 추적을 당하자 여월이 김방경을 설득하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김방경은 딸이 돌아오자 반가와 하고 기뻐한다. 잔인한 권력자가 아닌 아버지의 애틋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월을 처형해 버린다. 자신을 반대하는 모두를 죽이기 위해 친딸까지 죽인 것이다.

 

이를 알고 김통정은 크게 낙심한다. 그러면서도 복수에만 몰두한 그동안의 자신을 반성하고 부하들에게 주민들과 탈출하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용의아이_공연사진 ⓒ김명집 (2).jpg

 

 

이야기의 배경이 고려 시대이고 삼별초가 등장하기 때문에 전통 사극의 형식을 예상하기 쉽지만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하여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려 한다.

 

먼저 주인공 김통정이라는 인물 자체가 용의 예언을 받은 ‘용의 아이’이다. 일반적인 사실주의 형식의 사극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배중손과 김방경은 도술을 부리기도 한다.

 

배우들의 의상과 무대 장치 또한 특정한 시대배경을 알 수 없다. 말하자면 퓨전 사극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사자’가 등장하여 극의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자는 죽은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존재 아닌가.

 

작가와 연출자는 고려라는 특정한 시대 배경에 왜 이런 다양한 장치를 넣었을까. 왜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사극의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형식 실험을 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을까.

 

우리는 사극을 보면서 그 당시의 상황과 인물들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수 백년 전과 현재의 모습이 얼마나 비슷한지 놀라기도 하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상황들 또한 그때나 지금, 여기 또는 지구 반대편에서 계속 나타난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지배자, 친딸까지 죽이는 광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권력, 그 권력에 희생당하는 민중, 그 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세력 등등.

 

연출자는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여 이러한 모습이 특정 시대 뿐 아니라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상임을 보여 준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의 모습까지 생각해 보게 한다. 문명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리 극악한 권력자라도 친자식을 처형까지 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잔인하고 어이없는 권력자의 모습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모습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하여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과거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다시 보자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다양한 형식이 형식실험으로 끝난다면 큰 의미가 없겠지만 이렇게 작가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면 작품의 의미와 재미를 더하게 된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열기와 패기가 느껴진다. 깊은 맛을 내는 성숙한 배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민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