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몰입의 순간 - 펜으로 쓰는 춤

세계는 무대다.
글 입력 2023.07.2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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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펜으로 쓰는 춤.jpg

 

 

<<펜으로 쓰는 춤>>은 무용가이자 작가인 김윤정의 예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저자 김윤정은 “무엇이 나를 춤추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저자는 삶에 있어서 여행, 예술, 문화 등 다양한 것들로부터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낀다는 것에 주목하여 순간의 몰입과 혼돈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언어로부터의 규정



우리는 언어로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의 규정은, 때론 숨 못 쉴 듯이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어로부터의 규정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걸까? 

 

'행복'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저자에게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은 다음과 같다.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 낯선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특유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볼 때

어둠을 뚫고 나온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마주할 때

연기가 아니라 진짜 네가 보인다고 하면 더 좋아하는 파트너의 반응을 볼 때

서로 다른 카페 취향 때문에 논쟁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카페로 가기로 하고 그곳에서 별로 영양가 없고 실없는 농담을 하면서 떠들고 웃을 때

 

김윤정, <<펜으로 쓰는 춤>>, p. 50-53

 

 

행복의 순간은 언어로 표상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순간은 그 소중함이 느껴졌다. 행복은 그 순간 시공간을 초월한 듯이 무언가에 빠져들 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몰입의 순간을 행복하다기보다는 공허하지 않고 충만한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때로, 그냥 팍팍하게 방 안에, 비 오는 날에 꿉꿉하게 있더라도, 그 와중에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몰입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를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빛난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는 일은, 또는 그것을 확정 지어서 나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후 6시부터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생각의 확장을 이어 나가고, 낮 시간대에는 전부 현재에 충실해야지. 이러한 확정적인 구분은 편안함을 줄 수는 있어도 그 혼돈으로부터 오는 생생한 몰입이 불가능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밤에 무언가에 홀딱 빠져들 수도 있으니까.

 

 

 

여행의 의미



“빠르게 역동적으로 달리는 기차 안, 바깥세상과의 소통이 차단되고 시간과 공간에 갇힌 상태에서 내게 주어진 길은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김윤정, <<펜으로 쓰는 춤>>, p. 165

 

저자는 여행은 물리적으로 어딘가로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으로의 침잠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한다. 일상 속 행복은 사실, 그냥 찾아온다. 별다를 게 없는 일상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행을 갈까? 여행이 주는 의미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 미래로부터 완전한 도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얼마나 현재에 충실한가? 모두에게 몰입의 순간은 다를 테지만, 순간에 충만한 마음을 모두 경험하기를 바란다. 저자는 일상 속 찾아오는 잔잔한 행복과 물리적 여행을 통해 찾아오는 행복을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무대인가?



무대란, 불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관객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공연자의 열정이 함께 어우러져 나타날 수 있는 공연예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연예술은 총체적으로 그 순간 존재하는 모두가 하나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영화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영화는 배우가 연기하는 순간, 잘못되어도 다시 찍거나 편집할 수 있으며 시간의 불연속성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에는,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생생함이 있다.

 

Theatrum Mundi

“세계는 무대다.”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은 라틴어로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일종의 무대이며 연극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무대에서 생생함과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에 주목한다. 이때 무대는 현실이 될 수도, 허구가 될 수도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현실 세계 또한 잘 짜인 허구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즉, 모든 무대는 허구이며, 세계는 무대다. 세계는 허구다.

 

저자는 자신이 꿈꾸는 공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형식에도 매이지 않고, 좀 더 위험하고, 친밀하고, 낯설고, 무언지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듯 신비하고,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이 슬프고, 아련하게 노스텔지어하고, 자신과는 다른데도 공감이 가고, 웃음이 나면서도 아프고, 일상처럼 특별한 게 없는데 감동을 주고, 공허한 듯 황홀하고, 명확해지는 듯하다가도 아득해지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위태롭지만 숨길 수 없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품을 하고 싶다.”


김윤정, <<펜으로 쓰는 춤>>, p. 21

 

 

우리는 이를 통해 저자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언어를 통해서 말이다. 불완전하여 흔들리는 삶은 흔들리기에 그 아름다움이 빛난다. 저자는 이러한 삶이 무작위적이고 예기치 못하기 때문에 인생이 아름답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의 충만한 느낌을 느끼는 것, 그리고 예술을 즐기는 혼돈의 삶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에디터 심선용.jpeg

 

 

[심선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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