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과 빛으로 일렁이는 101가지 바다 - 화가가 사랑한 바다

글 입력 2023.07.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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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전시회를 가면 도슨트의 설명을 꼭 챙겨 듣곤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시회를 즐길 때의 느끼는 점이 있는가 하면, 도슨트의 설명은 그 전시회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론, 앱을 통한 도슨트이던, 실제로 대면해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이 꽤 흥미롭다.

 

이번 <화가가 사랑한 바다>는 꽤 유명한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통해 18인의 화가들이 그린 약 101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모두가 좋아하는 바다가 그려진 다양한 작품들이 화가와 매칭되어 소개된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과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 번쯤은 봤음 직한 좋은 작품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을 감상하는데 아주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석양을 담은 작품을 비롯하여 각각의 다양한 주제에 맞는 작품 중에서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을 찬찬히 보게 되었다. 얼마 전 한가람미술관에서 보았던 전시회이기도 하다. 20세기 프랑스 예술 계보를 이어나가는 마지막 색채의 마술사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푸른빛 바다와 말의 어우러짐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던 그의 여정을 멋지게 드러낸다.

 

전시회를 떠올려보면 푸른빛 바다와 붉은빛 석양이 어우러진 그림이 유독 빛을 발했고, 벽면 가득한 그의 그림을 보며 감명 깊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의 부드러운 색채는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열정에서 비롯된 많은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성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깔에 매료된 그가 캔버스에 빛을 발하듯 완성해낸 색감이다.

 

솜사탕과 실크 같은 질감의 형태가 더욱이 편안함을 선사한다.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오래 보아도 눈이 불편하지 않도록 도드라지는 색은 피했다는 화가의 말에서 그의 따뜻한 심성이 그대로 작품에 녹여져 있다. 아흔을 훌쩍 넘긴 브라질리에는 지금도 흰 캔버스에 파란색 물감을 얹는 순간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파란바다와 하늘을 보는 것이 삶의 기쁨이라 말하는 그의 그림에서 또 하나의 매력적인 특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유롭게 달리는 말들의 모습이다. 그의 고향 소뮈르에는 프랑스 국립 승마학교가 있었고 당시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물건을 배달하는 말을 보는 것이 무척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해변을 달리는 말은 그에게 유년기의 추억이자 세상의 아름다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에서 얼마나 그가 자연을 사랑하고 밝음을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하나 다 소장하고 싶을 만큼 마음의 일렁임을 느끼게 된다. 그의 그림에 표현된 뜻을 잠깐 잊고 있었다. 어릴 적 기억을 행복함과 맞물리게 표현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위로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그저 생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흔이 넘은 지금의 나이까지도 계속해서 ing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무척 뜻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한 정서와 행복한 정서를 쏟아낸 화가들의 다양한 바다의 작품을 감상하며 오랜만에 가져본 힐링의 시간이었다. 내게 가장 감명 깊었던 그림은 앙드레 브라질리에였지만, 이 밖에도 수많은 색채로 표현된 바다의 화가라 불리는 이반 아이바좁스키, 에드워드 호퍼, 고독을 그려낸 뭉크 등의 작품을 보며 과연 나에게 바다는 어떠한 정서인지를 생각해본다.

 

각자의 무수한 감성이 뒤섞인 공간이기도 한 바다의 작품들을 보며 모두가 다 행복하기도, 고독하기도, 외롭기도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똑같은 형태의 모습일 수 없는 인간의 정서를 다시 한 번 곱씹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언젠가 수없이 놓인 바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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