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복원에는 반드시 현재가 필요합니다 -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

과거의 열정과 미래의 냉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연인들
글 입력 2023.07.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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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 된 과거를 복원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묻는다면 아마 이 영화는 완벽한 하나의 답을 줄 것이다.
 
바로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에 바로 서는 것,이라고.
 
 
 
과거의 도시,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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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세이와 아오이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 열정을 가슴속에 품고 있지만 열정의 불씨를 복원하지 못하고 냉정한 각자의 사랑을 이어나간다.
 
준세이이 애인 매미에게 받는 사랑도, 아오이의 연인 마빈에게 받는 사랑도 그들의 관계를 열정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하고 푸르게 식은, 냉정한 마음만이 남는다. 그들의 마음이 아직 상처받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거를 복원하는 도시인 피렌체에서 두 사람이 처음 재회했을 때 준세이와 아오이는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사랑을 복원할 수는 없으니까.
 
이때, 아오이의 방 벽지가 냉정을 뜻하는 파란 색인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아오이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마음의 온도를 벽지 색깔이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빗속에 서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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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마음은 오히려 준세이가 피렌체를 떠나면서 복원의 여지를 얻는다. 과거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던 준세이도, 과거를 덮어두고 오로지 미래만을 바라보려 하던 아오이도 사랑했던 서로의 모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도록.
 
여기서도 연출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준세이의 편지를 읽은 아오이가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던 공중전화에서, 아오이는 전화를 끊고 괴로워한다. 이때 하늘에서 아오이의 괴로운 마음을 대변하듯 비가 쏟아지는데, 장면이 줌 아웃되며 화면에 잡히는 동상은 인간에게 불씨를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형태를 보여준다.
 
아오이의 마음 안에 살아있는 열정의 불씨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사랑이란 언어 없이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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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준세이와 아오이는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오이가 마빈에게, 준세이가 메미에게, 마지막으로 다카나시가 준세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긴 하지만, 준세이와 아오이는 서로에게 직접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화는 사랑을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으로 보여준다. 메미와 마빈에게 사랑이란 곁에서 있어주는 것. 준세이와 아오이에게 사랑이란 어떨 때는 젊은 날의 열정 그 자체이고, 어떨 때는 자신의 상처를 상대에게 빠짐없이 모두 알려주는 것. 그리고 어떨 때는 10년 동안 그 사람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는 것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과거의 열정과 미래의 냉정 사이에서 사랑했던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복원해가는 준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결국은 응원하게 되고야 마는 작품이었다.
 
그러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상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모두 가슴엔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머리엔 비오는 하늘의 냉정을 품고 현재를 달리자고. 그곳에 연인들이 발생하는 피렌체의 골목이 있을 테니까.
 
 
[김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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