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해요 -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글 입력 2023.07.14 12: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외국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나 영상은 수없이 많다. 가령 외국어 공부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하는 책이나 회화 능력 향상에 효과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소개하는 영상이 그렇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열정이 쉽고 빠르게 만들어지는 만큼 사라지는 속도도 못지않게 빠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열의를 깨우는 방법이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의 진짜 경험담을 담백하게 풀어내는데, 결국은 그 모든 내용이 이탈리아어를 향한 사랑 고백이어서 담백하면서도 어쩐지 그 어떤 것보다 뜨겁게 느껴진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뿐인데 읽는 사람은 외국어 배우기를 취미로 만들고 싶어지도록, 이 책은 그렇게 자연스럽고도 충실하게 외국어 공부에 대한 갈망을 일으킨다.



KakaoTalk_20230713_185835092_01.jpg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그러다 생각했다. 이제 살면서 꼭 하고 싶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야겠다고. 의무와 언어에서 벗어나 마음의, 열정의, 즐거움의 외국어를 배울 때가 됐다고. 앞으로 내가 주도하는 삶의 영역을 더 넓게 키우자고. (p15)


일상에서 크게 쓰임이 없을 어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미래의 방문에 대한 기약 없는 약속이고, 그러므로 더욱 뜨겁고 순수한 사랑의 의지다. 즐거움 외에 다른 목적은 없는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책임으로 한없이 무거웠던 한 주에서의 탈출이자, 온갖 쓸모로 무장한 프랑스어로부터의 도피가 되어 갔다. 이탈리아어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자유로운 해방의 외국어였다. (p58)


 

오로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깨닫고 있다. 입시에, 취업에, 이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은 많지만, 단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것을 배우고 공부하기에는 꽤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이거 할 시간에 조금 더 도움 될 만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나, 게다가 생각보다 비용이 꽤 들어가네, 역시 나중에 여유 있을 때 하는 게.


여차저차 통과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본질이 종종 퇴색되고 만다. 분명 즐기기 위해 시작했는데 깊게 파고들다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만큼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자기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워진다. 혹은 잠시 동안 물 온도만 체크하고 정작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진 않는 것처럼 어렵게 통과한 것이 무색하게도 쉽게 빠져나온다. 꼭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단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니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흥미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힘은 오로지 당사자인 자신 안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오래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완독 후에는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해요’라는 가제를 감히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이탈리아어 공부에 진심인 저자의 마음이 부러울 정도였다.


뜨겁고 순수한 마음으로 외국어를 알아가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건 어떠한 감정인지, 알고 싶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내 일상에서는 쓰일 일 없는 언어와 만나면서 비로소 자유를 느끼는 기분은 얼마나 근사할까. 생각만 해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너무 어렵게 대하지 말고



 

내가 이탈리아어를 배우려 했던 이유는, 저 햇살 아래의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 같은 거였는데.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내내 자주 그 장면을 떠올린다. 아니, 이탈리아어를 공부하지 않는 순간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마다 그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전전긍긍하는가. 훗날의 아침 햇살 아래에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일인데. (p39)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어떤 일을 시작하고 나면, 가까워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감정은 조급함이고 지양해야 좋을 태도는 그 일을 어렵게 대하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것도 글을 쓰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작업하기 위해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럴 때마다 글쓰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진 거냐며 참작될 수 없는 자기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변명 뒤에 참으로 오래 숨어 있었다. 이렇게 써도 저렇게 써도 1년 전 내 글과 달라진 게 없는데, 아니 어쩌면 퇴보한 것 같은데, 하면서 실망감과 조급감을 함께 느꼈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책 속의 이 구절을 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흰 도화지에 내가 꾸며내는 대로 하나의 글이 탄생되는 게 좋아서, 마치 그 종이가 내게는 거대한 대나무숲 같아서 글쓰기를 좋아했던 거였는데. 무슨 이유로 문장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게 되었는지. 그다지 중요한 이유도 아닐 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너무 조급해하고 어렵게 대하지 말자고 나 자신을 달래본다. 그리고 그 일에 시간을 쏟을 만큼 내가 좋아했던 이유, 그 일을 빨리 치워 버려야 할 숙제처럼 여길 필요가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훗날의 아침 햇살 아래에서는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것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1년 전의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나다. 다만 1년 전에는 몰랐다. 어른이 되어 꼭 배울 필요 없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비단 외국어만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1년 사이 내 삶의 변화 중 이탈리아어는 어쩌면 가장 작은 부분일지도 모른다. 더 큰 변화가 내면에서 일어났으므로.


결론적으로 나는 나를 조금 좋아하게 됐다. 스스로에게 없던 신뢰가 생겼고, 더 많은 일들이 가능하다고 여기게 됐다. 도통 늘지 않는 외국어를 부둥켜안고 작은 걸음이라도 떼 보려고 애쓰던 고통의 시간을 통과했으므로 얻어진 힘이다. (p285)

 

 

성공은 성공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 성취 경험이란 정말 중요하다. 무언가를 내 힘으로 이뤄낸 경험은 언제 꺼내 보아도 기분 좋고 아쉬울 거 하나 없을 만큼 뿌듯해서 새로운 힘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것의 원천이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행한 일이라면 그 힘의 강도가 더욱 세지 않을까. 아니, 외국어든 다른 무엇이든 단순히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을 더디더라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이다.

 

 

 

컬쳐리스트.임정화.jpg

 

 

[임정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