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인 기타 리사이틀 - From here to everywhere

글 입력 2023.07.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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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최인 기타 리사이틀 포스터.jpg

 

 

클래식기타리스트 최인의 리사이틀을 감상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처음으로 감상하는 클래식기타 공연이라 조금은 낯설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혼란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예술가로서의 깊은 고민과 성찰,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무대에 올린다는 소개에 한편으론 기대가 되었다.


연주회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자연을 통한 삶의 은유들로 우리의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을 연주하였고, 2부는 방황하고 흔들리는 시대적 혼란에 맞서 양심을 가지고 차차 소망을 품어가는 이야기를 연주했다.

 

 

최인 기타 리사이틀 사진 1.jpg

 

 

공연이 시작되고, 온화한 미소를 지은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잔잔한 유머가 가득한 인사 후 클래식 기타와 바이올린 이중주로 공연장을 순식간에 자연 속으로 만들어 버린 '숲'이 연주되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숲'은 2022년 클래식기타 독주로 시작되었다가, 이번 무대에서 클래식 기타와 바이올린 이중주로 편곡되어 초연된 곡이다.

 

'숲'은 이번 공연에 연주된 곡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이 남아있다. 숲속에 있을 때면 나무들이 너무 좋다던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는 숲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을 곡에 담아두었는데, 이는 아마 자연 중에서도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저격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곡을 듣는 내내 숲속에 서서 자연 그대로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솔잎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을 마주하고, 살랑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을 느끼며, 은은히 느껴지는 녹음의 향이 떠오를 정도로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가 좋아하는 편안한 자연의 느낌을 온전히 담겨져 있었다.


또한 '숲'이라는 곡이 '자신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서 계신 분들이 많다면 푸른 숲 같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작은 감동이 느껴졌다.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와 정진희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한 '숲'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 숲을 이루는 나무가 되고 싶은 동시에 정말 맑고 무해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최인 기타 리사이틀 사진 2.JPG

 

 

2부에 들어서 기억에 남은 곡은 섬(아일랜드)과 From here to everywhere다.


서해의 섬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인상들을 적은 곡인 '섬'은 마치 어부의 하루를 담아낸 느낌이었다.

 

첫 파트는 새벽에 일을 시작하는 어부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듯했고, 중간에 곡이 격정적으로 변화할 때는 섬에 있는 조그마한 산길들을 숨 가쁘게 올라가는 듯했으며, 마지막으로는 날이 밝아오며 바다에 나갔던 어부들이 서서히 항구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감상이 곡을 작곡한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의 의도와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연주를 통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서해의 섬들을 곡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을만큼 곡이 강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공연이 더욱 마음이 편하면서도 잔잔히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혼란으로 가득한 지금 시대와 반대되게 무해함이 가득한 음악으로 채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에 연주된 'From here to everywhere'는 우리의 삶과 맞닿은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는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의 말 그대로 반영한 듯 했다. 마지막 연주곡은 끊임없이 욕심내고 경쟁하며 여러 기준을 내세우는 이 시기에 내적인 고요를 연주하며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조곤조곤한 곡 소개와 함께 곁들여지는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만의 유머감각도 공연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던 점 중 하나였다. 얼핏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기타 공연을 곡과 곡 사이에 재치 있는 소개를 곁들여 사람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곡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그의 손 끝에서 시작된 기타 선율은 관객들의 내면에 조용히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선율은 민들레홀씨가 되어 조용하지만 넓게 퍼져나가 최인 클래식기타리스트의 곡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꽃을 피울것이라 믿는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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