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마음 안전하게 이별하기 - 안전 이별

글 입력 2023.06.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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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안전 이별.jpg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대표하는 사랑 3부작으로 유명해 ‘닥터 러브’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사람이다. 연애소설의 대가인 닥터 러브가 기획한 이별 가이드라니. 흥미로웠다.


책의 제목은 ‘안전 이별’인데, 실제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안전이별’의 뜻과는 다르다. 영어 원제는 ‘Stay or Leave’. 머무르느냐 떠날 것이냐. 떠날 것이라면 어떻게 떠날 것이냐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 ‘안전이별’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내 마음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 성숙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적극적인 회피


  

책은 타겟층이 명확하다. ‘헤어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조언하는 식이다. 읽으면서, 실제로 연인과의 이별을 고민할 때 책을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긴 했지만, 이별을 고민하는 지인이 있다면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고민하는 사람을 향해 분명하게 말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에 관한 이야기였다. 흔히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오히려 이 책에서는 반대로 말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행위가 오히려 더 완강하고 적극적이며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시금치가 꼈다고 알려 주면 사람들은 곧장 확인하고 변한다. 문제 상황을 말해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패턴으로 굳어져 완강히 거부하는 행위이다.


변하지 않는 건 자신의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문제를 매우 적극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 자신에게도 감명 깊게 다가왔다. 비단 타인에 대한 변화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변화를 떠올려봐도 그렇다. 문제라는 것을 몰라서 못 고치는 것보다, 알아도 안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귀찮아서, 나태한 나를 정확히 마주하기 싫어서 등등의 이유를 대며.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을 대할 때는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오히려 이토록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감을 내비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테기 때문이다. 너무 나약하고 무력하게 겪어야 했던 어떤 고통스러운 순간이 떠오르거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문제를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이다.


어쩌면 타인의 행동을 단순히 ‘의지가 박약해서’로 치부하기보다 그 안의 내면을 헤아려 방법을 찾겠다는 이런 시도야말로 가장 낭만적인 것이 아닐까. 괜히 닥터 러브의 접근법이 아니다, 싶기도 하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이해해보려 하는 것은 그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를 나에게도 적용하려면 나 자신도 사랑해야겠지. 여러모로 많은 울림을 느꼈다.

 

 

 

결과주의와 타협


  

다른 소제목에서 같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도 있었다. 10. 관계를 거부하는 쪽은 누구일까? 의 내용은 이별을 이분법적 도식을 통해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현실에서는 이별을 고하는 쪽이 꼭 상대를 버린다고 할 수 없고, 헤어지지 않겠다고 버티는 쪽이 항상 버려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별 요구는 미움의 결과가 아니고, 이별 거부는 사랑의 증거가 아니라는 말이다.

 

p75

 

 

흔히 이별Leave이 곧 무관심이며 머무름Stay은 사랑과 직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관계를 ‘떠나는’ 쪽은 바로 더 이상 애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다. 상대와 자신이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믿는 쪽이 ‘머무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이별의 선택권이나 책임을 전가하곤 한다.


21. 타협해도 괜찮을까? 에서는 언뜻 보기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충 타협하고 사는 커플을 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여긴다. 아이가 있으니까, 혼자 되는 게 싫어서, 다른 사람을 못 만날 것 같아서. 이런 것들은 누군가와 함께하기에는 다소 부끄럽고 불순한 동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고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온전히 행복할 길이라는 건 없다. 타협이 회피가 아니라 새로운 애정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오히려 완벽한 낭만주의만 꿈꾸는 것이 독단적인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타협’이 Leave를 위한 자기 합리화가 아닌, 상대와의 Stay를 위해 애정을 쏟는 방법의 일환이라면, 오히려 성숙하고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성숙한 사회는 타협이라는 행동을 쉽게 비난하거나 죄악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러하다. 타협이라는 선택지를 포기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충분한 고민의 결과로 이해해주는 것이니까.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견디며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만으로도 당사자는 충분히 힘들 텐데, 자책까지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p149

 

 

어쩌면. 항상 도전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통한 성공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무의식적 강박을 누구나 가지고 사는 것 같다. 그게 생각의 디폴트였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위로가 되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없다


 

19세기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이미 우리에게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 독신으로 살라, 이 또한 후회할 것이다. …(중략)… 목을 매든 목을 매지 않든 무얼 선택해도 후회할 것이다. 그대들이여, 이것이 바로 모든 철학의 핵심이다.

 

 

우리가 어떤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는 조금 불행하다는 기분과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는 아쉬움을 느끼며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순수한 상실감에 괴로워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을 ‘틀린’ 선택의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문제에서 ‘틀린’ 선택도, 온전히 ‘옳은’ 선택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별에 관한 책이었는데 결국 사랑의 문제에 관한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배우기보다 나에 대한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된 책이었다.

 

내 마음 안전하게 이별하려면 내 마음 안전하게 사랑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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