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대 속 무대, 각양각색 네오 클레식 발레의 향연 - 더 발레리나

유니버설발레단의 <더 발레리나>라는 무대
글 입력 2024.06.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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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발레리나 포스터.jpg

 


2024년 5월 31일~6월 1일 2회차로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선보여진 유니버설발레단의 <더 발레리나>는 대한민국 발레축제(BAFEKO)의 첫 개막작이자, 유니버설발레단이 만들어진 지 40주년이 되는 지금 시점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2024년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2022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속 국공립예술단체 선정작이기도 하며, 5개 지역 지방이나 경기권의 공연장에서 초연되었다. 작년 2023년 발레 축제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의 예정 작품이었지만 전막 고전 발레인 <백조의 호수>로 대체된 이후 서울 예술의 전당 기준으로 오랜만에 다시 돌아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 발레리나>는 무용수들의 무대 위, 무대 아래, 무대 속 삶을 그려낸 창작 발레이며 발레 갈라의 형식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연습실인 스튜디오 씬에서 다음날 무대에서 펼쳐지는 발레 갈라로, 그리고 다시 스튜디오 씬으로 마무리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고, 느슨한 큰 틀의 이야기 속에서 일종의 ‘무대 속 무대’, ‘극 중 극’으로 등장하는 여러 발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약 70분의 러닝타임이라는 시간동안 발레라는 장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입문용으로도 좋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무대 위로 올리다


 

더발레리나 스튜디오.jpg

 

 

<더 발레리나>에서는 발레 스튜디오 장면에서 클래스를 하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다음날 있을 컨템포러리 발레 갈라를 준비하다가 무용수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상황을 묘사한다. 그 자리를 연습하던 다른 무용수가 맡는다. 그리고 그 발레 갈라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발레 갈라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재현되고, 발레를 보러가는 관객의 모습을 무용수가 연기하고 발레 공연 시작 전 발레의 역사와 신고전주의 발레의 특징을 설명해주는 문훈숙 단장의 해설이 그대로 재현되기도 한다. 이 작품 속 초반은 기-승-전-결 같은 서사의 흐름이라는 ‘전개’보다 무용수들의 연습실 풍경 속 여러 사건들, 여러 ‘티키타카’ 등을 스튜디오라는 한 공간 속에 병치하고 나열한다. 무용수가 실수하고, 지각한 무용수에게 발레 마스터가 ‘집도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며 면박을 주고, 클라스에서 설명하고, 바를 옮기는 일상의 과정 속에서 부상을 입은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로 대체되는 과정은 단지 여러 사건들이나 여러 ‘모먼트’ 중 큰 줄기일 뿐이다. 2010년대 초에 만들어졌던 ‘무대 뒤’, ‘무대 아래’ 속 무용수들의 삶을 그리는 [발레리나 생활백서] 같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비하인드 컨텐츠가 생각나기도 했다.

 

발레 갈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장실이라는 백스테이지의 모습이 관객에게 보여지기도 하고, 극 중 극인 발레 갈라 공연이 무대 위로 등장했을 때 (<파가니니 랩소디>나 <맥도웰 피아노 콘체르토>에서는) 무대 옆 공간으로 여겨지던 공간을 무대 옆쪽에 재현해놓으며, 발레 무대라는 공간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는 메타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전통적인 발레 미학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무용이나 표정 같은 감정연기 외의 요소인 ‘말’, ‘대사’가 무대의 장치로서 등장하기도 한다. 다른 무용수들의 경우 일부 사전 녹음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발레 마스터 역할을 맡은 발레리노는 스튜디오 씬에서 클래스를 지휘하고 작품 연습 과정에서 무용수들을 적극적으로 코치하는 역할을 하며 현대 발레에서 등장하는 실험의 형식이 돋보인다.

 

 

 

선보여지는 여러 네오 클래식 발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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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발레리나> 속 무대 갈라에 등장하는 <맥도웰 피아노 콘체르토(협주곡)>, <파가니니 랩소디>는 작곡가의 이름이나 작곡가가 음악에 붙인 이름을 따서 발레 작품을 만드는 신고전발레의 작명의 형식이다. 그리고 코리아 이모션에도 수록되어 있는 <미리내길>, <비연> 무대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네오 클래식 (신고전주의) 발레는 조지 발란신의 <쥬얼스>, <세레나데>나 등이 있는데, 이 장르는 고전 발레의 전막 작품처럼 ‘줄거리’나 ‘서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음악성과 테크닉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추상성을 강조하는 특징을 지녔다. 클래식 발레와 모던 발레의 중간으로 클래식 동작들을 사용하지만 ‘이야기’가 중점이 되지 않기도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레퍼토리의 계보에서, 2010년대에 선보였던 모던 발레 갈라인 <디스 이스 모던(This is modern)>과 형식적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고 동시에 모던 발레(<디스 이스 모던>)와 신고전주의 발레라는 장르적인 차이가 보여지는 창작 발레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라흐마니노프나 쇼팽 등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을 사용했기 때문에 익숙하고 친숙한 멜로디와 테크닉이 어떻게 조화되는지를 감상 포인트로 잡으면 서사 없는 이 공연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더 발레리나>라는 ‘작품 속의 작품’으로 선보여지는 작품 속에서, <맥도웰 피아노 콘체르토> 2인무는 스튜디오 씬에서 대체된 무용수가 추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소위 ‘피쉬 다이브’ 등 기존에 발레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클래식 발레의 동작들임을 알 수 있다. <파가니니 랩소디>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또 다른 갈라 <트리플 빌> 공연에서 등장했던 작품으로, 격정적인 선율 속에서 내면의 격정, 분노 같은 감정을 혼성 10인무로 표현한다. 그 이후 등장하는 것은 한국무용의 전통적인 몸짓과 결합한 발레이자 지평권의 사극 ost를 그 배경음악으로 하는 국악 크로스오버 발레 작품인 <미리내길>과 <비연>이다.

 

 

 

한국의 미와 정서를 구현한 창작 발레라는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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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이모션의 여러 작품 중 하나이기도 했던 <미리내길>과 <비연>을 보면서 느낀 유니버설발레단의 강점은 한국의 전통적인 감정이나 이야기를 발레라는 형식과 잘 조화시킨 작품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한복을 개량해 무용수가 입고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들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의상의 맛을 살리고, 음악도 발레라는 안무의 형식과 잘 어울리도록 구성한다. 예전부터 전막 발레 <심청>이나 발레 <춘향>이 각각 심청전과 춘향전이라는 고전을 발레의 문법에 맞게 중심적인 스토리 라인을 중점으로 각색해서 2시간가량 되는 발레 작품으로 만들었던 것과, 여러 작품들을 모아 <코리아 이모션 - 정(情)>을 무대 위로 올려서 장기 레퍼토리화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공연 속에서 혼성 무용수 8명, 각각 네 페어의 <비연>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젊은이들의 마음으로 읽힌다. 또한 <미리내길>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라는 기본적인 설정 속에서 음악가 지평권의 한국적인 선율에 맟춰 남편 역할의 발레리노와 아내 역할의 발레리나가 춤을 춘다. 안무와 함께 연기가 필요하고, 성악이 가미된 국악 음악과 발레라는 안무에 가미된 한국무용 (예를 들어 하체는 발레 동작이거나 상체는 한국무용을 연상시키는 동작이 공존하는 등), 그리고 작품을 가득 채운 정서를 통해 <미리내길>은 여러 장르와 영역이 뒤섞인 ‘컨템포러리 발레’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상이한 것처럼 보이는 한국적인 전통적 미와 발레의 미학, 그리고 정서의 표현을 모두 다 챙긴 유니버설발레단의 또 다른 창작 발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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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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