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글 입력 2023.06.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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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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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7월에 개봉하는 영화인데 벌써부터 시사회를 하다니.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 하고 서칭을 좀 해 봤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상영되고 있는 작품이었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요소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엄청 기다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체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일본 영화를 썩 즐기지 않는 편이라 큰 기대감 없이 영화를 감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괜찮았다. 잔잔한 이야기면 늘상 졸고 보는 가족도 영화를 꽤 재미있게 보았다고 했다. 보는 내내 즐거웠고, 보고 나서도 오래 생각이 났다. 근래에 코로나가 풀리면서부터 영화관을 즐겨 방문하고는 했는데,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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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고등어 통조림



대필 작가 '히사'의 추억 회상에서부터 시작되는 1986년 그 여름 '타케'와 함께했던 이야기.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자신의 커리어도, 가족과의 관계도 아무것도 풀리는 일이 없던 히사는 우연히 고등어 통조림을 매개로 다시금 펜을 쥐게 된다. 사실 액자 밖 이야기가 진행될 때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런데 액자 속, 어린아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고부터는 엄청나게 몰입해서 영화를 감상했다.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잘 어울리던 히사와 외톨이 타케의 우정. 타케는 허름한 집, 늘상 같은 러닝셔츠 차림으로 친구들에게 줄곧 놀림감이 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히사와 타케. 영화는 우연한 여행을 계기로 깊어지는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행을 떠나게 되는 계기 자체도 꽤 인상 깊었다.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도 히사가 타케에게 왜 나와 함께 여행을 가느냐 묻는 대목을 꼽고 싶다. 히사의 물음에 대한 타케의 묵직한 한마디, 너는 그때 웃지 않아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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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섬, 그리고 나가사키 항구


 

돌고래를 찾겠다는 의지로 떠나게 된 귀여운 여정에서부터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속도감이 붙는다. 히사와 타케는 작은 자전거에 힘을 빌려 역동적으로 달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다가, 점차 길어지는 여정에 지쳐 쓰러져 앉아 있기도 하며....... 이미 자전거는 부서진 상태, 동네 깡패와 맞닥뜨리기도 했고, 해는 저물어 간다.

 

심지어 돌아가는 길에는 과수원 할아버지의 귤을 몰래 따다 걸려 추격전까지 하게 된다. 정말이지 짧았던 하루의 여정에서 세상 우여곡절을 다 겪은 것이다. 그런 좌충우돌 귀여운 모습들이 참 사랑스러웠다. 역시 아이들은 참 순수해. 이래저래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에 휘말리는 두 소년의 모습에 흠뻑 빠져 영화를 감상했던 것 같다.

 

어쨌든 끙끙거리며 힘겹게 도착한 부메랑 섬에 당연히 돌고래는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돌고래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냥 없었던 것 같다.


햇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여름날, 따뜻한 바닷가의 풍경, 정겨운 시골의 이미지들, 청량한 그림들의 나열은 평화로운 나가사키 항구를 잘 묘사한다. 나조차도 '나가사키'는 그저 짬뽕 앞에만 붙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영화를 통해 또 하나의 공간을 체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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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와 타케


 

이 두 소년의 귀여운 로드 무비는 사실, 좀 뻔하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누구나 그리워할 법한 유년시절에 소중한 추억들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 관객들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쉬이 만져 줄 수 있는 이야기. 쉽게 예측할만 한 일반적인 구조의 노스탤지어 영화였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구조의 이야깃거리, 누구나 예상할 만한 결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향수를 이야기하고 있는 타 서사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리하는 점도 없고, 관객들에게도 꼭 그럴 법한 장면에서 슬픈 감정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이 둘의 어리숙하고 귀여운 모습들에서부터 오는 유쾌함 덕분이다. 이야기 자체는 꽤 감동적인 서사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곳곳에 웃음 포인트들이 잔뜩 숨어 있었다. 극장에서도 관객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상에 'x성 사이다'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때 관객들 모두 "오!" 하면서 놀랐다. 사실 원래는 칠이지만, 저작권상 오성사이다로 나온 듯하다. 그래도 반가웠다! 일본 영화에서 한국 이야기가 나오다니! 한국인 관객이라면 모두 눈여겨 볼 법한 포인트였다.

 

또 너무나도 다른 두 캐릭터의 조화가 흥미로웠다. 히사와 타케 역을 맡았던 두 배우 모두 신인상을 받았고, 히사 역의 배우는 연달아 다른 상들도 주욱 수상했던데, 그만큼 매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서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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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와 타케의 성장 이야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어른들과 어린아이의 관계 역시 꽤 인상 깊었다. 한 아이의 성장에는 수많은 어른들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 히사와 타케의 성장 과정에게도 꿈을 응원해 주는 선생님, 따듯한 가정, 미워할 수 없는 과수원 할아버지 등이 있었다.

 

피했으면 좋았을 법하지만 성장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던 막무가내 매점 직원들과 깡패들, 그리고 그들을 무찔러 준 형, 집까지 바래다준 누나까지. 어린 두 아이의 성장 과정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어른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영화관을 나설 때 훌쩍이는 관객들이 많기도 했고, 나에게도 짙은 여운을 남긴 영화이다.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익숙한 이야기를 매우 유쾌하고 감미롭게 풀어내고 있는 따뜻한 이야기이니, 7월에 개봉하면 꼭! 영화관에서! 온전한 시청각 이미지를 누리며! 관람하는 사람들이 늘면 좋겠다. 좋은 영화였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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