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늘 처음인 것처럼 무대에 서려 해요" -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아진 배우

글 입력 2023.06.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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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시조가 국가이념인 가상의 조선, 양반에게만 시조가 허용된 세상에서 만백성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단’과 ‘진’, 골빈당원들의 이야기다. 2019년 초연 당시 전통과 현대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조화롭게 녹여낸 퓨전으로 호평받으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녀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 함께 즐기는 유쾌한 극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은 지난 9일부터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삼연으로 한창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만들어가는 여러 얼굴 중에서 ‘진’을 연기하는 이아진 배우를 지난 6월 16일에 만났다. 골빈당의 일원이면서 골빈당이 대치하는 시조 대판서의 딸로, 내적 갈등을 겪으며 크게 성장하는 이 인물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을까. 아역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해 어느덧 20년 차가 코앞이지만 여전히 '우물 안'에 있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성장하기를 꿈꾸는 이아진 배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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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첫인상은 당차고 강한 사람이었어요.

연습하고 공연하다 보니 어른스럽고 강해 보이는 외면 안에

아직은 여린 10대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겠어요.”

 


이아진 배우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공개오디션을 거쳐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진’을 연기하고 계시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2019년에 관객으로 관람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도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라 생각하며 신나게 즐기면서 봤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오디션 소식을 보고 굉장히 반가웠어요. 

 

지정 안무도 쉽지 않고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것이 많은 오디션이었지만 제가 재밌게 본 공연에 출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준비 과정이 즐거웠어요. 평소 오디션은 떨어지러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편인데, 캐스팅이 확정되었을 때는 얼떨떨하면서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배우님이 보는 ‘진’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진을 만났을 때와 한창 공연이 진행 중인 지금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진의 첫인상은 당차고 강한 사람이었어요. 연습하고 공연하다 보니 어른스럽고 강해 보이는 외면 안에 아직은 여린 10대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겠어요. 혼자 굳건히 잘 서 있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는 두려움도 있고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죠. 다른 골빈당원에게도 많이 의지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길을 가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실제 배우님이 진과 닮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는 닮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진이 국봉관에서 보여주는 흥 넘치는 모습이 제 실제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저도 연습할 때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거든요. 같은 장면의 연습이 반복되어서 다들 지칠 때쯤 일부러 더 신나게 분위기를 끌어올리곤 하죠. 한편, 골빈당원으로서 보여주는 진의 굳건한 모습은 제가 닮고 싶은 부분이에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진이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는 걸 실감해요.

 

 

진을 연기하며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처음 무대에 등장할 때 진은 장옷을 입고 멀찍이 서 있는데, 그걸 보고 저 사람은 누구일까 관객이 궁금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국봉관 장면에서 골빈당 옷을 입고 다시 등장할 때는 태도로도 걸음거리로도 첫 등장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줘야 하죠. 양반 자제로서의 진과 골빈당원으로서의 진. 그 차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진의 모습을 어떻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도 자주 고민해요. 진이라는 인물의 성장은 외적으로 크게 표출되는 모습이 아니라 내적으로 단단하게 응축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대놓고 드러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예 숨겨져서도 안 되기에 적절한 지점을 찾으려 노력해요. 진이라는 친구가 너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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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배우로 무대 위에 서 보니 

오히려 관객분들이 저희에게 주시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 덕에 저희도 그만큼 에너지를 돌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님이 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어떤 작품인가요? 출연 배우로서 이 작품의 매력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019년에 관객 입장으로 봤을 때는 웃고 울다가 마음이 후련해져서 극장을 나섰어요. 무대에서 정말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생각했죠. 막상 이번에 배우로 무대 위에 서 보니 오히려 관객분들이 저희에게 주시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 덕에 저희도 그만큼 에너지를 돌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무대와 관객석 사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크다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은 저번과는 달리 공연장 내 함성이 허용되어서 그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질 듯해요.


맞아요. 관객분들도 이렇게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작품이 오랜만이실 테고, 저도 마스크 벗은 관객석을 오랜만에 보는 작품이에요. 원래부터 마음껏 소리 질러도 되는 작품인데 저희가 소리 지르라고 유도하기까지 하니 함성이 배로 커져서 저도 더욱 더 신나게 공연을 하고 있어요. 커튼콜 때는 하도 뛰어다녀서 발이 거의 바닥에 안 닿을 정도예요. (웃음) 


초연부터 출연했던 배우분들도 관객분들 소리 듣는 게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관객석 사이로 배우들이 지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코로나 기간에는 뺐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왔어요. 여러 가지로 모두에게 해방감이 느껴지는 공연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안무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예전 인터뷰에서 춤추는 배역을 맡고 싶다고 하신 걸 봤어요.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 많은 안무를 소화하고 계셔서 만족하실 듯해요.


하고 싶다고 세상에 외치니까 진짜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웃음) 진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주변 사람 모두 드디어 원 없이 춤추겠다며 축하해줬을 정도예요. 그동안은 안무 연습을 해도 일부러 몸치처럼 춰야 하는 역할이거나, 다 춤을 춰도 저 혼자 가만히 있어야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여한 없이 춤추고 있어요. 


물론 '락킹'처럼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장르가 섞인 안무가 많아서 연습이 어렵기도 했어요. 또 다른 도전이었죠. 하지만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기에 그조차 즐겁고 신나게 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진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밀고 나가는 인물로 성장하는데요, 배우님이 이 작품을 맡으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공연 전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공연을 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요. 또 이 작품은 무대에 서는 모든 인물이 이름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어서 허투루 지나가는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을 지켜볼 때면 저도 힘을 많이 받아요. 한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는 게 느껴져서 다른 배우분과 눈만 마주쳐도 같이 울컥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공연을 거듭하며 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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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곳이 우물이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배우님은 2004년 가극 <금강>으로 데뷔하며 어릴 때부터 무대 위에 서 오셨는데요, 배우님에게 무대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는 놀이터였어요. 너무너무 즐겁고 계속 있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무대에 서는 건 행복해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다는 거죠. 두려움과 적절한 긴장감도요. 관객분들은 많고 많은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시간을 들여 극장을 찾아주시는 거니까 저도 최선을 다해 작품을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무대가 중요한 곳임을 잊지 않으려 해요.


또 객석에는 이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분들, 더 나아가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제 무대로 처음 접하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여러 번 선 무대, 여러 차례 연습한 공연이라 해도 매번 처음인 것처럼 무대에 오르려 해요. 그렇게 했을 때 나 자신과 배역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해요. 크게 감흥이 없던 가사와 대사에 갑자기 울컥하기도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하죠. 그런 날것의 감정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2021년 인터뷰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우물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우물 안에 있다는 마음은 같아요. 다만 그때보다는 좀 더 넓은 우물인 거죠. 너무 커다란 세상에서 저는 여전히 작은 존재예요. 평생을 살아도 그 넓은 세상을 다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금 있는 곳이 우물이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점점 더 넓은 우물로 나아가고 싶어요.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나 출연해보고 싶은 뮤지컬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를 거듭할수록 배우란 평생 선택받는 직업이라는 걸 실감해요. 오디션을 보든, 캐스팅을 받든 선택을 받아야 배역이 생기고 작품에 출연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해보고 싶은 한두 개의 특정 배역이 있다기보다 다양하게 도전하며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이 선택하고 싶은 배우가 되길 바라요. 

 

 

그럼 배우님은 시간이 흘렀을 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행복한 배우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지요. 가끔 많이 울어야 하는 작품을 만나면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근데 저는 무대에서의 저와 무대 밖에서의 제가 완벽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실제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는 게 장점이에요. 그래서 저 배우 너무 힘들어 보인다는 인상보다 저런 인물을 저렇게 원 없이 무대에서 표현하다니 참 행복해 보인다는 인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희노애락이 다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 정말 신나고 에너지 넘치면서도 그 안에 있는 이야기는 단단한 작품이에요. 조선이 배경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더 사랑해주시고 인물들에게 마음을 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지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작품이라고 자신하기에 주변 사람에게 꼭 보러 오라고 적극적으로 말하고 다니는 작품이기도 해요. 여러분도 보러 오셔서 마음속 감정을 마음껏 터뜨리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보러 오신 분들이라면 또 보고 싶으실 거예요. (웃음) 한번 지나간 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자주 오셔서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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